부방위 전,현직 검찰간부 재정신청건에 대한 경실련 성명

관리자
발행일 2002.07.11. 조회수 2573
정치

  부패방지위원회(이하 ‘부방위’)가 지난 3월 30일 현직 장관급 인사와 전ㆍ현직 검찰 간부 등 3명을 검찰에 고발한 사건에 대해 최근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2명의 전ㆍ현직 검찰간부 고발 건과 관련하여 L검사가 ▲전직 검찰간부 K씨에게 인사청탁 명목으로 3천만원짜리 카펫을 선물했다는 혐의 ▲수시 향응수수 ▲고급의류 수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공소권 없음' 또는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부방위는 지난 9일 이들 고발사건의 공정한 처리를 위해 서울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하였다.   



  경실련은 이번 부방위 고발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와 관련하여 합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L검사를 위해 L검사 후배가 전직 검찰고위 간부 K씨에게 3천만원의 상당의 카펫을 전달했다는 신고인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카펫을 구입했던 상점은 ‘97년 9월 이전에 고가의 이란산 카펫 등은 취급하지 않았다’는 상점 종업원의 진술을 그대로 채택하여 3천만원 상당의 고가가 아니라는 판단한 중요한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부방위가 세관을 통해 카펫이 전달되었던 95년 12월 경 이전에 이미 이 상점이 이란산 고급카펫을 수입한 사실을 확인함으로써, 이러한 검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또한 검찰이 제시한 1백만원대의 카펫은 검찰직원 2명이 들어야 할 정도로 무겁고 큰 카펫인데 비해, 카펫 운반과정에 참여했던 운전기사는 인사청탁자인 L검사의 후배가 혼자 K씨 집안으로 들고 들어갔기 때문에 그 카펫은 혼자 들 수 있을 정도의 무게를 지닌 것이야 하고, 자기 턱 정도의 크기라며 검찰이 증거물로 제시한 카펫은 실제 전달된 카펫과 다른 것이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고 있다.          



  따라서 이번 검찰 조사결과는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의문이 제기되기에 충분하다. 



  둘째로 L검사가 전직 고위검찰간부 K씨에게 카펫을 전달한 시점인 95년 12월경은 K씨가 검찰고위 간부로 부임한 취임초기이다. 검찰주장처럼 인사청탁이 아니라 단순한 취임초기 인사조로 1백만원대 카펫을 선물로 전달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가격, 품질 등을 고려할 때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점이 많다. 수시 향응과 고급의류 수수에 관한 검찰의 조사결과도 신고인의 주장과 엇갈리고 있으며, 신고인들은 오히려 검찰 수사결과가 축소 왜곡됐다고 항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째로 검찰의 수사결과는 대체로 진술의 신뢰성에 의심이 가는 사람들의 진술을 그대로 수용하여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한 한계가 있다. 검찰은 부방위에 사건을 제보한 신고인들의 주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신고인들이 부패혐의에 연루되었다고 지목한 사람들 즉 L검사, L검사 후배나 후배 친동생, 후배 부인의 진술을 그대로 인용하여 사건의 실체를 판단하였다. 따라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건내용이 왜곡ㆍ축소되었을 개연성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아울러 위에서 지적한 내용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최근 검찰간부가 각종 비리에 개입되는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검찰이 또 다른 검찰간부 비리 의혹 사건을 과연 공정하게 조사했겠느냐는 근본적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합리적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번 검찰의 수사결과 처분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특히 조사권이 없는 부패방지위원회의 고발에는 사실확인에 일정 정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검찰과 법원 출신의 법조인 위원들이 참여한 전원회의를 거쳐 검찰 고발이 이루어졌고, 다시 검찰 수사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법원에 재정신청까지 제출하였다면 검찰수사의 적정성을 검증해 볼 필요가 제기되는 것이다.       



  더구나 부방위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사건수사기록 열람 및 등사신청을 검찰에 요구했으나 검찰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으며, 불기소처분이유서도 부방위가 요구해서 받았다고 한다. 검찰이 자신들의 주장처럼 이번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했다면 이러한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들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서도 국가기관인  부방위가 요구를 했다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고발기관인 부방위를 이해시키는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사건서류를 제공하고 설명하는 것이 옳은 태도이다.  이런 검찰의 태도는 오히려 사건에 대한 의문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실련은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제기된 의문들이 깨끗하게 해소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사건의 의혹을 규명하는 문제가 검찰과 부패방지위원회의 힘겨루기로 호도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법원이 부방위 재정신청을 엄격하게 심리해 주길 기대한다. 재판을 통해 신고인들을 포함한 관련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고, 이견을 가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길 바란다. 이런 과정만이 사건의 의문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으며, 또 다른 의혹을 확대 증폭시키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법원의 엄정하고도 현명한 결정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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