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시민운동과 경실련

관리자
발행일 2009.11.18. 조회수 470
칼럼

 


지역시민운동과 경실련



박완기(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사무처장)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경실련을 중앙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제도개혁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로 알고 있지만 경실련과 지역시민운동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실련의 역사를 지역경실련을 빼 놓고 정리하기 어려울 뿐 만 아니라 지역시민운동의 역사 역시 경실련을 빼곤 논하기 어렵다. 절반은 지역경실련 운동을, 절반은 중앙경실련의 운동을 해 왔던 경험을 토대로 지역시민운동과 경실련과의 관계를 회고해 본다.


 


 1992-5년을 통해 지역경실련 활동이 본격화되었다. 1989년 경실련 창립 이후 부산, 대전, 광주, 대구 등 몇몇 주요도시에서 지역경실련이 이미 활동하고 있었으나  대부분의 지역경실련은 90년대 초반에 전국적으로 창립되었다. 수원, 안산, 순천, 군산, 춘천, 강릉, 구미, 거제, 청주, 인천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지역경실련이 봇물처럼 창립되어 30여개의 지역경실련이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 기간 지역경실련이 대대적으로 창립된 것은 토지공개념과 금융실명제 등 중앙경실련의 활동이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면서 소위 경실련식 활동이 사회운동의 새로운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보했다는 점과 1995년 민선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와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던 시대적 배경에 기인했다. 전국 주요도시에서 지역경실련이 창립되면서 경실련의 활동에서 지역경실련은 중요한 한축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지역사회에서 시민운동이 본격화 되었다. 경실련이 한국의 시민운동을 본격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듯 지역경실련이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역시민사회가 형성되고 지역시민운동이 본격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창립과 더불어 지역경실련은 매우 의욕적으로 활동하면서 지역시민운동을 개척했다. 공명선거와 선거부정감시운동, 우리지역 이렇게 바꾸자 출판과 후보자초청토론회 개최 등을 통한 정책캠페인, 단체장 공약평가와 지방의원 의정활동 평가, 지방자치단체의 공금고 선정조례제정운동 등 지역운동과 함께 우루과이 라운드 반대 및 우리쌀 지키기 전국캠페인과 경제개혁 촉구대회에 대한 전국적 참가 등 중앙경실련의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데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역경실련간의 운동과제의 공유도 활발했고 사무국과 임원들의 전국적 교류도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1998년경까지 소위 지역경실련 운동의 황금기가 전개되었고 지역경실련의 활동에 자극받아 전국적으로 지역시민운동이 본격화되었다.


 


 활발했던 지역경실련 운동은 2000년을 전후하여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 중앙경실련이 몇 가지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중앙과 지역경실련과의 대립이 나타나기도 했고 지역경실련 또한 창립초기의 왕성한 활동을 이을 새로운 운동과제와 운동방식의 전환요구에 직면하게 되었다. 중앙과 지역경실련 운동의 밀접한 관계가 다소 이완되었고 지역경실련간의 활발한 사업교류도 정체되고 각 지역경실련이 다양한 운동방식을 고민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더불어 창립초기 지역경실련운동을 주도했던 각 지역의 임원과 상근자들 등 1세대 시민운동가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지역경실련 운동의 세대교체가 진행된 시기이기도 하다.


 


 창립 20주년은 맞아 경실련은 새로운 변화의 요구에 직면해 있다. 지역경실련 역시 새로운 운동과제의 발굴과 운동방식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올해 초 다시 지역경실련운동을 시작하면서 느낀 몇 가지 변화의 단상을 제안해 본다.


 먼저 지역사회의 구체적 실태에 기초하여 지역이슈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다시 지역운동을 시작하면서 수원지역의 시민단체가 대운하문제, 언론악법 문제 등 전국적 이슈에 비중을 주면서 예전에 비해 지역문제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전국적 문제에 눈감을 수는 없겠지만 지역시민단체의 기본적 역할은 지역주민들의 생활상의 문제에 기반한 구체적 이슈를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는 집중적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둘째 지역경실련의 경우 서민생활과 관련된 문제에 주력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중앙경실련의 경우 2004년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을 시작하면서 민생문제, 서민경제 문제로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역경실련 활동에서도 지역의 경제정의 문제, 서민생활과 밀접한 동네경제 살리기 운동, 주택, 도시문제, 중소기업과 소상인문제와 관련한 활동을 대폭 보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경제정의운동의 지역화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 활동방식 역시 성찰이 요구된다. 지난 15년간 지역경실련은 지역사회의 수많은 문제를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수많은 활동 속에서 지역사회를 바꾸고 지역경실련이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한 것이 얼마나 있는지, 활동 속에서 만난 수많은 시민들을 경실련 회원으로 참여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는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제 애초부터 시민들과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방식을 개발하고 이슈의 해결과정이 곧 지역경실련의 회원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앙과 지역, 지역경실련간의 교류와 운동의 통일성을 높이는 활동을 고민해야 한다. 올 초 전국공동사업에 대한 논의가 몇 차례 이어졌고 그중 골목곳곳을 파고드는 기업형 슈퍼 문제와 행정체제 개편 문제에 대해 중앙과 지역경실련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매년 한 두개의 전국공동사업을 통해 전국적 통일성을 강화하고 경실련 운동의 정체성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지역경실련 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성찰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약력>
전 수원경실련 사무국장
    경실련 서울사업국장
    경실련 조직국장
    경실련 시민감시국장
    경실련 정책실장
현 수원경실련 사무처장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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