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재벌 건물주 고가빌딩도 개인처럼 보유세 부과하라!

관리자
발행일 2021.10.06. 조회수 7516
칼럼

[월간경실련 2021년 9,10월호-시사포커스(3)]

재벌 건물주 고가빌딩도 개인처럼 보유세 부과하라!


정택수 정책국 부장



정부는 1989년 도입된 공시지가 제도에 따라 매년 땅값 시세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공시지가는 재산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과 개발부담금,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 부과기준이 되며, 조사를 위해 매년 2천억 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공시가에 따라 막대한 세금이 결정되지만 도입초기부터 공시가의 시세반영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공시가가 낮게 조작되다 보니 막대한 조사비용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세수에도 큰 손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를 현 정부 임기도 아닌 10년 뒤에 실현하겠다고 밝히며, 뿌리부터 잘못된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방안은 제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제도개선 의지가 없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재벌빌딩은 방치한 채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아파트만 보유세를 강화했고, 최근에는 종부세 기준마저 완화시켜버렸습니다. 결국 재벌 법인과 부동산 부자들만 막대한 세금혜택을 보게 되었습니다.

경실련은 빌딩을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부자들이 얼마나 세금혜택을 얼마나 보고 있는지 알아보 고자 국토부가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 제출한 “수도권 빌딩(상업 및 업무용 부동산) 100억 원 이상 거래내역”을 활용하여, 2017년 이후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 원 이상 고가빌딩 거래가와 과세기준을 분석했습니다.

고가빌딩의 거래금액과 과세기준인 공시가격(공시지가+건물시가표준액)을 비교하여 시세반영률 을 산출하고 현재 기준과 아파트 기준으로 부과될 경우의 보유세를 각각 산출하여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113개 고가빌딩의 거래금액은 34조 6,191억 원이고, 공시가격은 16조 2,263억 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시가격이 실제 거래가의 47%만 반영하는 것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연도별로 시세반영률은 2017년 51%에서 2021년 44%로 더 떨어졌습니다. 아파트 공시가격(토지+건물)의 시세반영률이 2017년 69%, 2021년 70%인 것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상업업무 빌딩은 과세기준인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도 아파트보다 낮고 보유세 부과체계도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아파트는 토지와 건물을 통합평가한 공시가격 기준으로 보유세가 부과되지만, 상가업무 빌딩은 건물시가표준액과 공시지가로 분리과세되고 있고, 아파트와 달리 건물에 대해서는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고 토지에 대해서만 부과됩니다.

거래금액에서 건물값(건물시가표준액)을 제외하면 토지시세가 산출됩니다. 이를 공시지가와 비교 한 결과, 113개 빌딩 토지시세는 29조 9,854억, 공시지가는 11조 5,927억으로 평균 시세반영률은 39%로 나타났습니다. 연도별 시세반영률은 2017년 43%에서 2021년 36%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공시지가 현실화율(2017년 62%, 2021년 70%)과 크게 차이납니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가 무엇인지 공개검증조차 하지 않고 왜곡된 공시지가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현실화율을 90%로 올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으로도 공시지가 개선없이 불공정 과세를 조장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종부세 세율도 크게 차이났습니다. 상가업무빌딩 종부세는 최고세율이 0.7%로 아파트(6%)의 1/9밖에 안됩니다. 아파트는 1주택자도 최고 3%의 종부세를 부담해야 합니다. 낮은 공시지가와 종부세율 차이로 인해 고가빌딩을 소유한 재벌·건물주들이 막대한 보유세 특혜를 누리고 있습니다.

현재처럼 공시지가와 건물시가표준액, 상가업무 빌딩 종부세율 0.7%를 기준으로 재산세와 종부세를 산출하면 113개 빌딩의 보유세액은 765억 원이고 보유세 실효세율은 0.22%입니다. 하지만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아파트와 동일한 수준인 시세의 70%로 가정하고, 종부세율을 1주택자와 동일하게 3%로 가정하여 산출하면 보유세액은 5,858억 원으로 늘어나고 보유세 실효세율도 1.69%로 현재의 8배가 됩니다. 결과적으로 수백, 수천억 원의 빌딩을 소유한 재벌·건물주들이 아파트를 보유한 개인의 1/8밖에 안되는 세금부담으로 5천억의 세금특혜를 누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113개 빌딩 중 가장 세금특혜가 큰 건물은 2019년 거래된 중구 서울스퀘어 빌딩입니다. 거래가가 9,882억이지만 매각시점 공시가격은 4,203억 원(공시지가 3,545억 원, 건물 658억 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처럼 종부세율을 최고 0.7% 적용 시 보유세액은 24억 원이지만 아파트 기준으로 부과될 경우 보유세액은 184억 원으로 160억 원의 세금특혜가 예상됩니다.

반면 대치동 은마아파트 35평(공급면적 115㎡)의 경우 보유세 실효세율은 0.33%로 서울스퀘어보다 높습니다. 경실련이 조사한 2021년 1월 시세는 23.3억 원, 공시가격은 17억 원으로 시세반영률 73%입 니다. 보유세는 777만 원(재산세 345만 원, 종부세 431만 원)이고, 보유세 실효세율은 0.33%입니다. 이는 서울스퀘어 0.25%보다 높은 것입니다. 113개 고 가빌딩 중 96건은 실효세율이 0.3% 미만으로 나타났고, 이 중 54건은 0.2% 미만으로 나타났습니다.

2006년 이후 거래된 1천억 원 이상 빌딩(277개, 거래금액 72조 원)으로 확대할 경우, 가장 비싼 빌딩은 2014년 9월 10.5조 원에 거래된 삼성동 현대차 GBC 부지이며, 2021년 보유세 특혜는 2,470억 원이나 됐습니다. GBC 부지는 2016년 (구)한전건물 을 철거한 이후 설계변경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공시지가는 2014년 1.5조 원에서 2021년 5.9조로 증가했지만 거래가와 현재 시세를 고려할 경우 시세반영률은 2014년 14%에서 2021년 41%로 여전히 낮습니다. 공시지가 기준 8년간 보유세는 0.2조 원이 안되지만 아파트 기준과 동일하게 부과될 경우 보유세는 1.6조 원으로 1.4조 원(연평균 1,700억 원)의 세금특혜가 예상됩니다.

지금처럼 아파트보다 낮은 공시지가와 종부세율은 재벌 건물주들에 대한 막대한 보유세 특혜를 조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매매차익과 임대소득 등의 막대한 이득을 거둘 수 있는데도 세금부담은 낮다 보니 기업들이 생산 활동은 뒷전인 채 부동산 투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상위 100개 재벌법인의 토지보유량은 2007년 4.1억 평에서 2017년 12.3억 평으로 8.2억 평(여의도 931개)이 증가하는 등 재벌법인들 의 부동산 소유 편중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공시지가는 정부 의지만 있다면 관련 법 개정 없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내에 공시가 현실화를 실현하고, 불공정 공시지가로 국민을 속이고 공정한 보유세 징수를 방해한 관료들을 처벌해야 합니다. 국회 또한 재벌법인, 부동산부자 등이 소유한 상가업무 빌딩 등의 보유세 특혜를 없애기 위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합니다. 종부세율을 개인과 동일하게 최고 6%까지 올리고, 더 이상 중앙정부가 공시지가를 독점적으로 조작결정하지 못하도록 표준지 공시지가 조사결정권한의 광역단체장 이양 및 조사과정의 투명한 공개 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가 뜻을 모아 제도개선에 나서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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