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농업인 육성, 지역 차원에서 논의해가자

관리자
발행일 2019.05.27. 조회수 4233
스토리

[월간경실련 2019년 5,6월호]

청년 농업인 육성, 지역 차원에서 논의해가자


 

김기흥 농업개혁위원회 위원(충남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근 청년층 육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 과제 가운데 직접적으로는 청년과학자(과기정통부)가 언급되고 있고, 세부적으로는 일자리 경제(고용부, 복지부)나 공정경제(기재부)와 관련해서 청년층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업·농촌 일자리 창출을 2019년 중점과제 중 첫 번째로 언급하면서 청년 농업인 육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미 2017년에 정부는 2022년까지청년 농업인 1만 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고 이에 따라 2018년부터 청년창업농(청년창업형 후계농업경영인)을 매년 1,200명 규모로 선발하고 영농정착 지원 사업을 실시해왔다. 그 한 해 전에는 청년 귀농 창업 1만 가구를 달성하겠다는 귀농귀촌지원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청년층 유입에 나서고 있다. 이주 청년층에게 생활비를 지원하겠다는 곳부터 하우스 지원, 농지 임대지원 등 다양한 지원 사업으로 해당 지역으로 유인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들이 발표되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 농업인 육성은 왜 필요한가. 나는 왜 청년 농업인에 주목하고 있는가. 이 얘기를 하려면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4년 3월, 15년의 일본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해서 충남연구원으로 오기로 결정한 것은 유기농업의 메카 홍동마을(충남 홍성군 소재)에서 유기농업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홍동 유기농업의 실천 역사를 확인하기 위해 홍동마을에 발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맞이하게 된 현실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홍동면 문당리의 초창기 유기농업 실천 농가들은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고령화되어 가고 있었고, 이곳 홍동에서조차 유기농업이 지속가능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로 나타났다. 유기농 농사를 짓지 못해서, 맡길 친인척이 근처에 없어서 위탁 형태로 진행하면 업체가 유기농업적인 방법을 고수하지 않고 대형 기계로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유기농가의 고령화 문
제는 그래서 더 치명적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곳에 정착했거나 혹은 이주하려고 하는 많은 귀농귀촌인과 청년층의 역할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적어도 홍동마을로 이주 혹은 정착을 결정한 것은 유기농업을 바탕으로 하는 먹거리에 대한 생각과 그렇게 반영된 삶의 방식을 추구해서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마을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자극적인 문구가 아니더라도 농촌에 사람이 없으면 생활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인프라 즉, 약국이며 의원이며 미장원, 치킨집 등이 사라지게 되어 살기가 더욱 불편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정 정도의 인구 수는 있어야 마을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농업인구의 고령화와 농촌인구의 과소화 문제에 대한 대안은 결국 보다 젊은 청년 쪽에서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청년 농업인은 어떻게 구분되며 무엇을 꿈꾸는가. 그렇게 홍동에 몇 달 살기도 하면서 다양한 청년들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농촌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청년의 모습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식으로 땅을 임대해 꽤 큰 농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도 있었고, 농지를 구하기 힘들어 겨우 얻게 된 산기슭에서 뜻이 맞는 친구들과 이것저것 생산해서 SNS 홍보로 직거래를 하기도 하고, 아직 전혀 혼자 시작할 수준이 아니어서 또래와 함께 협업의 방법으로 이제 막 농사를 배워보는 단계의 친구도 있었다. 반대로 애초부터 부모님의 생산 기반을 물려받아 상당한 규모에서 바로 시작하는 경우도 여럿 되었다. 그럼에도 다들 어렵다는 농업이 처한 실정 앞에서도 농업에 큰 가능성을 보고 미래를 농업과 함께 하겠다고 꿈꾸고 있는 공통된 목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기존 생활과는 다른 농적인 삶 속에서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는 비전 역시 비슷했다. 여기에 아직은 돈도 땅도 없어 기약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농사를 짓겠다고 막연히 꿈꾸는 단계인 잠재적인 청년 농업인 역시도 같은 생각으로 농적인 미래를 그려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청년 농업인 육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이러한 청년 농업인에게 필요한 것으로는 농적 기반이 없는 경우 농지 확보 문제나 주거지 문제, 멘토 등이 있으며, 부모로부터 승계 받은 후계농의 경우에는 부모와의 갈등 해결이라는 특별한 사항 외에도 역시 향후 농지 확보 문제와 농업 기술이 아니더라도 배움이 가능한 멘토의 필요성 등이 언급되기도 했다. 다음 단계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역 단위에서 논의하고 고민해 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농업·농촌 부문에서 고령화와 과소화 문제를 먼저 겪어온 일본에서는 지역 단위에서 ‘사람’과 ‘농지’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농지 플랜’을 통해 향후 지역 농업이 나 아가야 할 방향을 지역 주민들이 직접 논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 우리 지역에 고령화된 농가는 얼마나 존재하고, 농지는 얼마나 남을 것인지 등을 논의하여 새롭게 들어온 청년 농업인에게 농지를 빌려주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더불어 빈집 정보도 공유하고 있으며 판로 역시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렇게 사람농지 플랜이 준비된 지역에 새로 유입된 청년이 농업차세대인재 투자기금(예비 2년간, 경영개시 수 5년간 총 7년간 연간 150만 엔을 지급하는 (구)청년취농급부금) 지원 대상이 되는 등 사업과 연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 지역의 농업과 농촌 문제를 지역 차원에서 직접 나서서 논의하는 일이 시작되면 좋겠다.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지역민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장 등 지역 관계자가 중심으로 구성된 농업위원회와 같은 협의 조직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이다. 이를 통해 그저 농업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가진 고유의 특성 아래 형성된 농업 방식과 생활양식이 함께 지역에서 지켜지고 계승되는 지역농업의 개념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내세운 1만 청년 양성은 필요한 곳도 실천해낼 곳도 지역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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