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정부가 나서서 의료공공성을 무너뜨리는가?

관리자
발행일 2005.11.11. 조회수 2258
사회

- 제주도를 영리법인 병원 확대를 위한 시험무대로 삼아선 안 된다
- 정부는 제주도민에게 병원 영리법인화에 대한 정보를 호도(糊塗)하지 말라
- 정부는 공공의료 비중․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라
- 제주도특별법상 의료의 영리법인화․산업화 정책은 철회되어야 한다


2003년 10월 제2차 세계평화포럼에 참석한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를 ‘특별자치지역’으로 지정․육성한다는 구상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 아무런 후속 내용과 계획 없이 2년여를 보내더니 올해 5월 갑자기 특별자치도 정부 기본 구상안에 의료분야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포함되었고, 8월 30일 특별자치도 제주도 기본계획안에는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을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제주도민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및 국제 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지난 11월 4일 서둘러 입법예고 하였다.


경실련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설치 및 국제 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국민기초생활과 직접 연관된 의료분야를 핵심 산업화하는 것에 반대하며, 의료개방, 영리법인화에 대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제주도를 영리법인 병원 확대를 위한 시험무대로 삼아선 안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적용기관으로 당연 지정되어 있는 비영리법인 형태로 되어 있다. 이는 건강보험을 통해 공익성을 가지고 있는 의료행위가 과도한 이윤추구를 하지 않도록 조절하고 벌어들인 수익을 의료사업에 쓰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외국기관이 고급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국내 병원들의 영리법인 설립이 확산될 뿐 아니라 대형 자본들이 병원을 세우고 수익을 내기 위해 고급의료를 남발하여 대다수 국민들이 영리법인 병원의 고급의료 혜택에서 제외됨으로써 서민 중산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증대될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는 지방공사가 민간 위탁되었던 경우에 2-3배 진료비가 급등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듯이 의료비 상승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현재와 같이 소득에 따른 소비 지출의 격차보다 의료비 지출의 격차가 더욱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의료비의 폭등과 의료 불평등이 더욱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즉 영리법인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 유지를 위한 공적 자금이 영리법인 병원의 수익을 보존해 주는데 사용되어 질 것이고 건강보험환자를 거부하는 의료기관의 증가와 그로인한 보험재정의 악화, 보장성의 약화, 결국엔 건강보험 체계의 붕괴까지도 올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의료기관 영리법인화가 제주도에서 이루어지면, 타 지역과의 형평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결국 전국적으로 의료기관 영리법인화가 이루어지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라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제주도민에게 병원 영리법인화에 대한 정보를 호도(糊塗)하지 말라


정부는 영리법인 병원 허용의 근거로 “자본참여가 이루어지면 외국의 선진의료기관이 유치가 가능해지고, 대형병원이 세워져 고용이 창출되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좋아져 외국으로 유출되는 1조원 가량(실제 조사결과는 1000억원 가량 이었으나 정부에서 왜곡하고 있음) 의 의료비용을 국내로 흡수할 수 있다”는 등의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논리에 대해 꼼꼼히 따져보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이미 인천, 부산 등 대도시 주변에 위치한 ‘경제특구’에서도 외국 의료기관 설립이 허용되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 50만의 제주도에 의료시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바라보며 뛰어들 해외 의료기관이 있을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아울러 국내자본이 영리법인 병원을 세운다 하더라도 300병상 규모의 병원일 가능성이 크다. 의료의 질에 있어서도 영리병원이 많은 미국의 사례에 비춰보면 실제 의료의 질은 영리병원보다 비영리 병원이 훨씬 나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2004 US News & World Report). 노동력 창출에 있어서도 영리병원허용에 따른 민간보험의 확대로 고용주들이 보험료 부담 때문에 고용을 최소화하는 결과들을 가져오고 있다. 이렇게 정부가 외국의 사례에서 드러난 결과와 달리 허용논리를 위한 정보 왜곡으로 제주도민과 그 외 국민들을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공공의료 비중․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라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제주특별자치도 구상은 이른바 ‘3+1'(관광, 교육, 의료 + 첨단산업)전략으로 표현하며 제주의 미래 전략 산업으로 관광과 더불어 교육과 의료부문을 향후 제주도 발전을 담보할 ’산업‘으로 그리면서 이를 ’홍가포르 프로젝트‘라 이름하고 제주를 홍콩과 싱가포르에 견줄만한 국제도시로 만들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홍콩과 싱가포르의 의료보장수준은 선진국 수준인 85%에 이르고 전체 의료공급시설의 80%가 공공병원이다. 이러한 공공인프라 하에서는 민간영리병원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국가의료체계의 공공성에는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그와 상황이 현격히 다른 실정이다.


현 노무현 정부는 대선 공약사항으로 2008년까지 건강보험 보장성 80%, 공공분야의 의료비중 30%를 달성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모습은 이러한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참여정부 들어 건강보험 보장성은 2001년 65%에서 3년째 축소, 2004년에는 56%로 9%나 감소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홍콩과 싱가포르를 비교대상으로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과 공공의료비율을 현저히 축소시킬 의료기관 영리법인화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제주도특별법상 의료의 영리법인화․산업화 정책은 철회되어야한다


경실련은 의료서비스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공공재로 지방정부의 독자적인 산업화논리에 의해 진행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이미 제주도의 미래산업후보군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에서 교육과 의료는 10위권 밖의 낮은 점수를 받은 바 있음에도 특별자치도 추진과정에서 의료가 핵심 산업 대상에 떠오른 것은, 제주도를 기점으로 의료산업화의 물꼬를 트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에 경실련은 우리사회의 취약한 공공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는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가 제주도라는 특별자치도상의 문제로 포장되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현재 추진 중인 제주특별자치도상의 의료의 영리법인화를 통한 의료산업화 정책에 반대하며, 이 분야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한다.


[문의 : 사회정책국 02-3673-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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