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발전을 위한 정치개혁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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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11.21. 조회수 447
칼럼

정치발전을 위한 정치개혁의 과제


 



윤종빈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도덕성’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 그리고 정치인의 도덕적 자질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충족되지 못하고 그들은 항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 정치가 아직도 개혁의 대상인 것 또한 이러한 도덕적 자질의 부족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불법 정치자금과 각종 이권 관련 비리들은 정치 분야가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후진적인 영역이라는 주장에 누구나 수긍할 수밖에 없는 근거가 되고 있다.  



그동안 정치인의 윤리의식은 제도적인 장치를 통해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그리고 획기적인 전환점이었던 2004년 정치관계법 개정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정치개혁 요구가 제도 개선에 상당한 수준으로 반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치인의 윤리의식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으로 단순히 제도뿐만 아니라 정치인 스스로의 인식 전환이 중요한 개혁의 요인이라는 것을 확인하였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도 이를 실행하는 주체인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국회 윤리특위는 품위를 지키지 않는 의원들에 대해 상당한 수준으로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품위를 지키지 않은 행동에 대해 여론이 식을 즈음에 슬그머니 솜방망이 처벌을 가하거나 무혐의 결정을 내린다. 결국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윤리특위를 외부 위원으로만 구성하자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관계법의 올바른 개정이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치관계법은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되었다. 우선 주목할 부분은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붉어진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국민의 비난 여론이 2004년 3월 정치자금법 개정에 반영되었다는 점이다. 당시 분위기에서 정치인들 스스로 자정하려는 노력과 여론의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여 그동안 불법 정치자금의 통로로 지적되었던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와 집회를 통한 정치자금 모금이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다. 최근에 정치인들은 정치자금 모금이 힘들다고 불평하지만, 단기적인 불편함이 우리 정치의 장기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에 참고 견뎌야만 할 것이다. 정치자금의 흐름이 투명해진다면 정치자금 모금 방식은 얼마든지 다양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소액다수 방식에 의해 몇 몇 국회의원들이 모금 상한액인 1억 5천만원을 모두 모금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소액다수 방식이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모금 상한액이 2004년 개정에 의해 절반으로 줄었는데 투명성이 어느 정도 확보된다면 상한액 또한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정당법 관련 내용 가운데 가장 뜨거운 쟁점은 과거 형태의 지구당 부활의 문제이다. 2004년 개정으로 ‘돈 먹는 하마’로 비난받았던 지구당이 전면적으로 폐지되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지역구 활동을 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이를 다시 부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지는 않다. 지방의원 및 자치단체장의 공천 영향력이라는 프리미엄과 지역구 다지기의 우위를 점하고자 지구당위원장 자리를 현역의원이 맡는 방안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이러한 시도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구 관리를 위해 필요한 한 달에 천만원 가량의 자금이 자칫 불법 모금에 의해 조달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현재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당원협의회를 대표자와 지역구민간의 의사소통 채널로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방안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정당의 지역조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지만, 이는 정치자금 흐름의 투명성 확보와 진성당원의 확대라는 2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될 때 가능할 것이다.



정당제도와 관련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소위 ‘진성당원’의 확보이다. 우리의 정당발전 모델을 논의할 때, 미국식 원내정당 모델에 비해 유럽식 대중정당 모델의 적실성이 떨어지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자발적으로, 정기적으로 당비를 납부하는 당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중정당 모델의 토대인 상향식 공천제는 진성당원이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최근 선거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당비 대납 등을 통해 급조된 당원은 당내 민주주의, 나아가서는 정당정치의 제도화를 훼손시킨다. 우리 정당들이 국민참여경선제의 도입을 시도한 것도 당원만으로는 당내 경선을 흥행시키기 힘들 정도로 그 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당들이 진성당원 확대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우리의 정당정치는 성공적으로 제도화되기 힘들 것이다.



한편 선거제도 또한 정치개혁을 위해 매우 중요한 장치이다. 그동안 우리의 선거제도는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대표했다고 보기 힘들다. 과거의 전국구 제도는 집권여당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만들어져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지금도 비례대표 의석은 소수의 정당 지도부에 공천권이 주어져 본연의 취지인 직능대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의석 수 또한 독일 혹은 일본과 달리 지역구의석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터무니없이 적다. 지역구 선거의 투표방식인 단순다수제의 비례성 왜곡현상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의석을 총의석 가운데 최소한 3분의1 정도로 늘려야 하고 명부 작성의 권한을 유권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즉, 지역구선거에서 나타나는 득표지지율과 의석점유율간의 비비례적 현상을 비례대표 의석 확대를 통해 보완해야 한다. 물론 아직은 국민 정서가 전체 의석수를 늘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지만, 연중 일하는 국회가 되고 의정활동의 생산성이 제고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총의석수의 확대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과 같은 제도적 장치의 마련도 중요하지만 우리 정치발전의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신뢰의 회복이다. 국민신뢰 회복은 정치인들 스스로의 자정의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품위 있는 일하는 국회, 정책으로 경쟁하는 선진적인 정당은 일차적으로 정치인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정치인들 스스로 국민의 대표자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도덕성을 회복하고 윤리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전 경실련 정치개혁위원
현 명지대 교수
   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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