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팔레스타인 분쟁, 유일한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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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11.28. 조회수 50695
칼럼

[월간경실련 2023년 11,12월호][우리들이야기(3)]

팔레스타인 분쟁, 유일한 해결책은?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학과 교수/한국불어불문학회 회장


지난 10월 7일 발생한 하마스의 테러에 대해 이스라엘은 전쟁을 선포했다. 테러에 대한 보복 전쟁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창살 없는 감옥으로 불릴 정도로 사실상 봉쇄되어있는 가자 지구에 무차별 폭격이 가해지면서 수많은 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보복은 답이 아니라는 것을.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부를 뿐이니까.


그런데도 왜 그들은 서로 복수를 할까? 그것은 민족의 자존심이고 명예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팔레스타인인에게 복수는 알라의 이름으로 행하는 거룩한 투쟁이고, 유대인에게는 야훼에게서 받은 권리의 행사가 된다.


분쟁의 기원, 시온주의

이들이 전쟁을 하는 이유는 주지하다시피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건국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초에 왜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땅에 돌아와서 이 분란을 만들었을까?


주지하다시피 유대인들은 유럽 각국으로 흩어져 살게 되면서 많은 박해에 시달려 왔다. 스페인, 포르투갈 등지에 살던 세파라딤(Sepharadim)들은 박해가 없는 브라질이나 미국 등 신대륙으로 이주하였다. 한편 러시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의 동유럽과 독일 등지에 살던 아슈케나짐(Ashkenazim)들은 더욱 더 심하고 체계적인 박해인 이른바 ‘포그롬’(pogrom)에 시달렸는데, 이는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폭력이었고 경찰도 못 본 척하며 내버려 두어 견디기가 힘든 것이었다. 심지어 제정 러시아 시절에는 집단학살의 형태로 자행되기도 하였다. 포그롬은 아슈케나짐 유대인들이 사용하던 언어인 이디시어(Yiddish)의 단어인데, ‘파멸, 괴멸’을 뜻하는 러시아어 погром(pogrom)에서 기원한 말로서, 수단(by)을 뜻하는 전치사 po와 천둥을 뜻하는 гром(grom)의 결합이니 그 엄청난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포그롬이 계속되는 와중에, 1894년 프랑스 포병대위 드레퓌스(Alfred Dreyfus)가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억울하게 간첩 혐의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옥살이를 한 소위 ‘드레퓌스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이로 인해 유대인들의 공포는 극에 달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오스트리아-헝가리의 유대계 언론인인 테오도르 헤르츨(Theodor Herzl)로 하여금 유대인 국가를 건국하려는 시온주의(Zionism) 운동을 일으키도록 만들었다. 러시아의 유대인 의사였던 레온 핀스케르(Leon Pinsker)는 1882년 『자기 해방』(Auto-Emancipation)이라는 저서를 통해 유대인이 이렇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은 유대인만의 고유한 나라가 없기 때문이므로 유대인 국가의 건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한 바가 있는데, 이것이 씨앗이 되어 1897년 유럽의 12개국과 미국, 알제리, 팔레스타인 등에서 온 204명의 유대인 대표가 스위스 바젤(Basel)에 모여 세계시온주의자 총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19세기 후반부터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에 와서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917년 벨푸어 선언(Balfour Declaration)으로 인해 국가 성립의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대규모 유입이 이루어졌고, 이 땅은 유대인들과 아랍인들의 동거의 장이 되었다. 그러자 유엔이 1947년 11월 팔레스타인 땅을 분할해 각각 아랍국가와 유대인 국가를 세우는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유대인 지도자 다비드 벤구리(David Ben-Gurion)은 이를 받아들여 이듬해 이스라엘의 건국을 선포했다.


그리고 이는 전쟁의 시작이었다. 요르단, 시리아, 이집트, 이라크 등 인접 아랍국가들은 다음날 곧바로 이스라엘을 침공했다. 총 6차에 걸친 중동전쟁이 일어났는데, 결과는 서방의 지지를 받는 이스라엘의 일방적 승리로 귀결되었고 팔레스타인은 번번이 큰 피해를 입었다. 거주 영토도 계속 빼앗겼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에 따르면 거듭된 전쟁으로 인해 영토 밖으로 쫓겨난 팔레스타인 주민은 500만 명에 달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인들은 왜 UN의 분할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느냐고 팔레스타인인들을 비난한다. 전쟁은 자신들이 아니라 분할안을 거부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UN의 분할안은 애초에 수용하기 어려운 불평등한 안이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당시 유대인이 소유한 땅은 전체 팔레스타인 땅의 약 6%에 불과했지만 이 분할안은 유대인에게 56%나 배정했기 때문이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유랑생활을 끝내는 환희의 날이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긴 ‘나크바(대재앙)의 날’이 되었다.


전쟁을 멈추지 않는 이유 - 강경파의 득세

이후 이들은 끝없는 전쟁의 굴레에 빠졌는데, 이들이 전쟁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양측 모두 조금의 양보도 거부하는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온건파들 간에 협상이 이루어져도 이내 이들에 의해 깨져 버리면 원점으로 되돌아가 버린다. 약속의 땅을 팔레스타인에 한 치도 내어줄 수 없다는 종교적 시온주의자들과 침략자 이스라엘을 자신들의 땅에서 몰아내겠다고 결사 항전을 외치는 팔레스타인의 하마스가 그러하다. 이들 양측의 극단주의자들은 서로를 없애야 할 대상으로 대하지만 오히려 적의 존재가 자신들의 존재 근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적대적 공생관계가 강경파들이 득세하도록 만들며 전쟁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드는 토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강경화의 원인은? - 종교적 시온주의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든다. 사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는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으므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여 그들과 공생하면 될텐데 왜 이렇게 끊임없이 약한 상대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것일까? 심지어 서안지구(웨스트뱅크)의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B구역 내에서도 이스라엘 경찰이 치안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아랍인들에 대해 심각하게 부당한 처우를 일상화하고 있다. 이미 강자인 이스라엘이 굳이 이처럼 강경책을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팔레스타인 땅으로 돌아가려는 시온주의(Zionism)가 처음부터 유대인의 민족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던 민족주의 운동은 아니었다. 유대교도들의 공동체를 만들려고 했던 종교적 운동은 더더욱 아니었다. 19세기 후반에 팔레스타인 땅에 온 초기 시온주의자(시오니스트)들은 유대인 박해를 피해 온 비종교적, 즉 세속적 시온주의자(Secular Zionism)였다. 다만 건국 이래 계속 정권을 유지해 온 중도좌파 노동당을 1977년 우파 정당인 리쿠드당이 이긴 이후에, 팔레스타인 땅에 아랍인들의 거주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의 종교적 시온주의자(Religious Zionism)들이 더욱 세를 불려 정국을 좌우하는 큰 세력으로 발전한 것이다. 지금은 벤야민 네타냐후 총리가 그 중심점에 서 있다.


왜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할까?

이 땅에 평화를 정착하고 함께 안전하게 살려고 한다면 상대를 자극하는 것을 자제해야 마땅한 이 판국에 왜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치구역인 서안지구에까지 굳이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하고 확대하고 있는가? 사실 UN은 서안지구 전체를 팔레스타인 영토로 간주하고 있으므로 이스라엘인들이 이곳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것을 국제법 위반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들어와 사는 것은 이곳이 부동산 가격이 저렴하다는 현실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근본적으로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다.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은 이스라엘의 건국과 관련하여 일어난 사건들을 모두 하느님의 뜻이라고 간주한다. 1917년 사실상 유대인 국가의 건국을 약속한 영국의 벨푸어 선언부터 하느님의 뜻이고, 1948년의 이스라엘 건국은 물론이고 1967년의 3차 중동전쟁(소위 6일전쟁)에서 기적 같은 승리를 하고 많은 영토를 빼앗은 것도 하느님께서 도운 결과로 해석한다.


그들은 새로운 영토를 얻은 것이 하느님의 뜻이므로 이 점령지에 자신들이 다스리는 식민지를 건설하는 것도 하느님의 뜻으로 간주하며 당연시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메시아의 재림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과거 이스라엘 왕국과 유다 왕국의 땅 전역에 유대인의 나라를 세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1977년 우파 리쿠드당의 당수 메나헴 베긴(Menachem Begin)이 총리가 되자마자 서안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을 선조의 조국이라 칭하며 방문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이 같은 자신의 일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공식 담화에서 식민지(colonies)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오직 정착촌(Settlements)이라는 단어만을 쓰고 있다.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한 이유? - 정치와 종교의 영역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은 극단적 종교주의자들로서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서안지구에 대해서도 팔레스타인 국가의 건설을 인정하지 않는다. 극단주의는 협상의 여지를 두지 않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스라엘인들 가운데 가장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는 극단주의자들은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이다. 서로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공적인 공간에서 서로 타협하여 합의를 이루어야 할 때 종교가 개입하면 합의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대화 자체를 어렵게 한다.


현재 팔레스타인 문제는 전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이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의 길은 종교적 시온주의자들이 정치 무대에서 더 이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종교는 개인의 선택 영역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교를 정치적 영역에 들어가게 하면 곧바로 갈등이 발생하고 결국 사회를 분열시킨다. 물론 탈종교화, 즉 세속화를 종교의 자유 침해로 가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종교는 근본적으로 인간을 선하게 만들려는 것이므로 좋은 것이다. 다만 이를 정치적 영역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극단주의는 공존을 방해한다.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의 자리에 세속주의자(secularist)들을 앉도록 해야 한다. 평화를 불러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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