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시대' 모니터 보고서

관리자
발행일 2002.01.18. 조회수 2501
사회

Ⅰ. 모니터취지 및 목적


<우리시대>, 언뜻 보면 우리는 같은 시대에 서로 비슷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시대는 서로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지금의 한 시대를 이루고 있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데 있어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갖가지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TV를 보면서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인생을 간접 체험하고, 주인공과 같이 느끼며 함께 울고 웃곤 한다.


예전에는 드라마가 그나마 가장 좋은 간접체험의 몫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실생활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식 재연을 접목시킨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 중 MBC는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 <성공시대>와 같은 휴먼다큐멘터리로 이미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은바 있고, 지난 4월부터는 우리 사회의 작은 사건, 사고들을 실제인물들의 인터뷰와 재연형식으로 구성해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에 대한 건강한 관심을 함께 나누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사 재현 다큐멘터리 <우리시대>를 만들었다.


본래 MBC<우리시대>의 기획의도는 스치고 지나가고 금방 잊혀지는 방송이나 신문의 짧은 단신들, 그 속의 헌신적이고 감동적인 사람들의 미담에 얽힌 이야기, 재미있고, 정말 특별한 이야기들,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우리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MBC<우리시대>는 첫회부터 게임에 미쳐 친동생을 살해한 ‘14살 소년의 선택’을 시작으로 중풍에 걸린 노모를 고려장 한 30대 아들의 이야기, ‘여대생 영아유기사건’, ’열 다섯 티켓소녀‘, ’주의! 할아버지 사기단‘, 최근의 ’친구살해사건‘까지.... 매회 마다 살인, 사기, 성매매, 패륜 등 끔찍하고 선정적인 내용들이 주요 사건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애초에 의도한 헌신적이고 감동적인 사람들의 미담은 오간 데 없다.


특히, MBC<우리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청소년들이 주로 TV를 시청하는 가족 시간대에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건, 사고를 재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프로그램은 범죄수법과 정보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어 청소년들의 모방범죄 가능성이 우려되며 매주 계속되는 범죄장면의 노출로 인해 웬만한 범죄를 보편적으로 받아들이는 범죄 불감증에 걸리게 될까 우려된다.


이에 경실련 미디어워치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MBC<우리시대>를 모니터, 분석하여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지 제언하고자 한다.


Ⅱ. 대상 프로그램 및 프로그램 개요


1. 기 간 : 2001년 11월1일 - 2002년 01월 10일
2. 대상 프로그램 : MBC 우리시대 (목요일 저녁 7시 25분)



Ⅲ. 분석결과


1. 폭력과 선정성 가득한 이야기로 가족 시청시간대에 부적절한 편성


평일 저녁 7시, 이 시간은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시간이거나, 식사를 마치고 옹기종기 TV앞으로 모여드는 시간이다. 하루를 마치고 마침내 온 가족이 모인 이런 시간대에 친구와 친동생을 살해하고, 아내를 폭행하고, 성을 대가로 요구하는 장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방영된다면 어른들은 청소년들을 빨리 방으로 내몰려고 할 것이다.


목요일 저녁 7시 MBC에서는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 있는 청춘 시트콤 <뉴 논스톱>을 방영한다. 그리고 곧바로 <우리시대>, 일일연속극 <매일그대와>가 차례로 편성되어있다. 이런 편성 때문에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뉴 논스톱>에 이어서 그대로 <우리시대>를 시청하게 될 것이다. <우리시대>는 단지 자극적이고, 극단적 내용 때문에만 문제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재연으로 범죄과정과 내용을 너무 자세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청소년들에게 잠재적인 모방범죄와 신종범행수법을 학습하게 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시대>에서 다루는 내용은 거의 대부분 범죄사건이기 때문에 성 관련 내용 또한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폭력적이다. 범죄에서 여성들은 성적 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이것을 악용해 돈을 뜯어내는 내용들은 어느 정도 가치관이 정착된 성인들이 보더라도 성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우리시대>는 직접적인 성폭행 사건말고도 혼인을 빙자한 사기사건이나 음란전화 같은 성과 관련된 소재의 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어 프로그램의 선정성 수치는 더욱더 문제가 되고 있다. 앞서 얘기했던 것 같이 청소년TV시청시간대에 이런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관념을 고착시키는 것이다. 우리시대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며, 너무 자세한 재연화면으로 부모의 지도가 꼭 필요한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시청시간대나 등급표시등 아무런 장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 삼류 주간 잡지를 옮겨다 놓은 극단적 선정주의


지하철 가판대를 보면 목적지에 가는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가사들만 모아놓은 잡지책들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목요일 저녁만 되면 그 잡지를 공중파 방송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우리시대>가 그러하다.


<우리시대>의 처음 제작의도는 앞에서 밝힌바 있지만 방송이나 신문의 짧은 단신들, 그 속의 헌신적이고 감동적인 사람들의 미담에 얽힌 이야기와 우리사회의 사건과 사고를 통해 우리모습을 비추어 보고 때로는 따뜻한 시선으로 때로는 통렬한 비판으로 우리사회의 오늘을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첫 회부터 형이 아무 이유 없이 친동생을 살인하는 사건으로 시작, 같은 반 친구들의 폭행으로 자살을 선택한 13살의 정현이 이야기까지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11월 1일부터 11월 29일 까지 분석기간 중 <우리시대>에서 다루어진 사건, 사고들을 살펴보면 아래<표1>의 내용과 같다. 가장 많이 다루어진 부분은 살인, 사기, 성 관련 사건이다. 언뜻 보면 미담도 같은 비율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게되면 추담이 28건 중에 17건으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데 비해 미담은 두 달간 겨우 5건에 머물렀다. 그 만큼 우리시대가 삭막해지고, 심하게 병들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위에서 보듯이 성범죄 관련사건은 거의 한번도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재연화면까지 선정적인 장면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3. 모방범죄의 위험성과 반복된 학습으로 인한 신종범죄의 등장우려


매스미디어는 단순히 오락적 기능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매스미디어를 보면서 많은 지식을 얻고 학습하며, 사회의 흐름을 진단하고, 자기 자신을 비추어 본다. 때문에 매스미디어는 인간의 가치관 형성의 아주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TV에 나오는 여러 분야의 어른들을 보고 미래의 자신을 꿈꾸기도 하며, TV에 나온 이야기들을 맹신한다. 따라서 매스미디어는 청소년들에게 일부계층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선입견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TV에서의 자세한 범죄 행위의 재연은 모방범죄를 유도시키고,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범죄내용의 노출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일부 성인들에게도 신종범죄를 부추기는 기능을 하게 된다.


4. 객관적이고 공정한 연출의 필요성과 출연자들의 사생활 보호의 문제점


범죄자들에게도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 물론 상습범죄자도 있겠지만 처음은 순간의 실수로 범죄자의 길로 들어서는 경우가 대부분 있을 것이다. 그런데 TV에서 어떤 여과장치도 없이 범죄자 가족들의 얼굴을 보여주고, 정확한 상황판단도 하지 않은 채 흥미위주로 그 범죄를 다룬다면 범죄자와 그 가족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겨 주는 것이다. 범죄자가 죄를 뉘우치고 죄 값을 받고 나왔을 때를 생각해서 그들의 사생활은 보장되어야 하며, 단순히 흥미위주로 사건을 편집, 해석해서는 안될 것이다.


5. 사건 과대 포장과 진행자위주의 프로진행


<우리시대>는 그간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진행자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진행자 뒤에 숨겨 <우리시대>가 심각한 시사보도 프로그램처럼 여기게 만들었다. 재연화면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과장되고 선정적인 화면과 흥미위주의 편집으로 사건을 과대 포장해서 방송하면서 진행자는 이런 우리시대를 꾸짖고,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을 쉽게 사기 당했다며 아예 무시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보다는 어리석게 손해보지 말라는 진행자의 이런 태도는 사회를 더욱 삭막하게 만들고, 언제든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시청자들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까지 한다.


IV. 결론


<우리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할 것인가? <우리시대>를 보면 우리는 정말 몹쓸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우리시대>에 나오는 모습들도 지금 어딘가에 있을 우리의 모습인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우리시대를 다시 뒤돌아본다면 우리시대는 결코 살인과 폭력, 선정적인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방송되어지는 것을 믿으며,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우리모습을 비추어 본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의 중요성은 누누이 강조되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이라는 것은 누구 혼자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매스미디어를 움직이게 하고 힘을 주는 것은 바로 시청자들이다. 왜냐하면 매스미디어는 정확히 시청률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지금의 방송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게 된다면 우리는 매스미디어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시청자들이 매스미디어를 바로 볼 때 ‘우리시대’가 좋아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시대>의 폭력성과 선정성을 되짚어 보면서 앞으로 우리가 풀어야할 과제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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