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정체성, 연예정보프로그램!

관리자
발행일 2001.07.02. 조회수 2790
사회

Ⅰ. 모니터 취지 및 목적


 과연 진정한 의미의 연예 저널리즘은 무엇일까?


최근 연예 저널리즘을 표방하면서 각종 연예계 소식과 현장을 소개하는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경쟁이 치열하다. 거기에 이미 고정적으로 편성되어있는 연예정보 프로그램도 모자라는 듯 아침 시간대의 토크쇼 프로그램에 연예가 정보를 소개하는 코너가 생겨 공중파 TV가 연예정보화하고 있음을 앞다투어 증명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연예인의 스캔들을 캐고 자사의 프로그램을 홍보하거나 광고, 영화, 음반 등의 홍보용으로 전락하여 연예 저널리즘의 표방은 허울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경향 때문인지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의 등장 역시 그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에는 연예 가십거리만이 난무할 뿐 저널리즘의 목적과 정신은 실종된 지 오래이다.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조차 상실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저 카메라 한 대와 리포터가 인기스타의 드라마, 뮤직비디오, 광고 촬영장을 찾아가 내용 없는 질문과 농담 그리고 현장 스케치만을 하고 난 후 형식상의 생방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현재 지상파 방송3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은 소문이나 추측에 근거하여 유명 연예인에 대한 무분별하고 선정적인 장면 그리고 상업적인 광고 이상의 자사 프로그램을 비롯한 홍보의 양상을 보이며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 자극시켜주는 것으로 연예 저널리즘으로서의 역할과 존재의 의미를 찾고 있는 듯하다.


이미 경실련 MEDIA-WATCH에서는 작년 9월 방송3사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모니터 하여 보고서를 낸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그 이후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문제점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에 해당 프로그램을 모니터 분석하여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Ⅱ. 대상 프로그램 및  프로그램 개요
  1) 대상 프로그램
   *KBS 2TV ‘연예가 중계’(토요일 저녁 8시 50분)
                 ‘행복채널’(월~금 오전 9:30) ‘수요 매거진’
   *MBC ‘섹션TV 연예통신’(수요일 밤 11시 5분)
           ‘아주 특별한 아침’(월~금 오전 9:45) 화요일 1부
   *SBS ‘한밤의 TV연예’(목요일 밤 10시 55분 )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월~금 오전 9:30) ‘연예특급’
 
  2) 분석기간 : 2001년 6월 6일~6월 27일
 

Ⅲ.모니터 결과


연예가 소식은 일반인들에게 흥미 있는 이야기 소재일 수 있다.  때문에 시청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킨다는 명분 하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이 각방송사의 시청률에 적지 않은 공을 세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연예가의 이모저모를 살펴 시청자들에게 연예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앞으로 방영될 프로그램이나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시청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등의 역할에는 이의가 없다. 또한 TV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일명 스타들의 근황을 - 그들이 현재하고 있는 일은 어떤 것이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등등의 그들의 본업과 관련된 이야기들- 취재하는 것에도 연예정보 프로그램이라는 성격을 전제할 때 크게 문제삼을 것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나라의 연예계를 진단하는 종합연예 정보 프로그램”(연예가 중계), “연예정보를 포함한 대중문화를 깊이 있게 다루고자..”(섹션 TV연예통신), “본격 연예정보 저널리즘이 되도록..“(한밤의 TV연예)이라는 방송사의 기획의도와는 그 차이가 많다는 점이다. 단지 스포츠신문을 TV화면에 옮겨놓는 것이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역할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마치 명분상으로는 연예저널리즘이라는 외피를 쓰고 내용적으로는 황색저널리즘으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1) 아침에서 저녁까지, 황색저널리즘에 물든 TV


 각 방송사 오락 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이 차별성이 없는 코너로 “그 프로그램이 그 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고 드라마에서의 소수 스타급연예인들의 중복출연, MC들의 겹치기 진행, 버라이어티쇼의 중복․집단적인 출연 등은 이미 방송 프로그램의 기본이 되어있는지 오래이다. 이렇게 중복․겹치기 출연과 유사프로그램의 범람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것처럼 TV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이 연예인이라는 메뉴로 가득 메워져 있다. 각 방송 3사가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중복편성 등으로 무차별 방영하는 것으로도 부족하여 아침시간대의 교양프로그램에서 별도의 코너를 마련하여 고정적으로 연예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오전시간에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는 주시청자들이 주부들임을 감안할 때 이렇게 무성의하고 안일한 프로그램 내용은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무시하고 단지 카메라가 제공해 주는 시각과 정보로 시청자들의 볼거리를 제한하고 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 다양하게 볼 권리를 잠식당한 시청자들은 의지의 선택과 상관없이 방송사가 제공해 주는 대로 길들여져 점점 자신들의 진정한 욕구와 의지가 무엇이었는지 조차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결국 황색 저널리즘이 제공하는 재미와 자극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게 제작진들은 시청률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막을 치고 있는 것이다.



2) 사적 공간이 되어버린 연예정보 프로그램, 그들만의 잔치인가?


국내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진행자 또는 출연진들이 방송인으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으며, 방송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가장 빈번하게 지적되는 것이 출연자들의 무분별하고 세련되지 못한 언어사용의 문제이고, 이는 그대로 프로그램의 저질성과 경박성으로 귀결된다. 또한 진행자나 리포터들의 사적 이야기가 높은 빈도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공적인 방송이 시청자들을 소외시킨 채 그들만의 사적 공간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진행자들의 세련되지 못한 언어구사와 함께 가벼운 입담으로 시간을 때우는 모습은 생방송 현장이나 취재현장에서 모두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방송 3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으며, 이 가운데 MBC ‘섹션 TV연예통신’에서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섹션 TV연예통신’은 특정 사례를 제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신들만의 입담으로 프로그램을 주도하고 있으며, 자신들은 이를 방송의 공익성이나 책임은 외면한 채 가족적인 분위기로 자화자찬하고 있다.


3) 정체성의 상실,  그 속에 실종된 정보의 가치


①연예인들의 신변잡기식 이야기


방송사들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거의 차별화 없이 진부한 구성과 포맷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내용도 연예계의 신변잡기에 치중하여 전체적인 아이템의 폭이 협소하다. 시청자들이 굳이 알 필요도 없으며 중요하지도 않은 연예인들의 사생활과 개인사를 쫓아 방송시간에 할애하고 이러한 내용을 경쟁적으로 취재하여 반복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관심의 수준과 정보의 내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문화적인 수준은 방송사가 제공해 주는 수준에 머물러 양질의 프로그램을 재생산하는데 악순한을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②차별성 부재,  연예정보 프로그램


이 밖에도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선정적인 화면, 중복된 코너와 유사한 포맷으로 인한 방송자원의 낭비 등을 문제점으로 꼽을 수 있다. 대부분 방송3사가 다루고 있는 소재가  인기 연예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취재 대상이나 MC의 진행방식, 리포터들의 취재방식과 내용 마저 거의 유사해 각 프로그램간의 차별성과 특징을 찾아보기란 거의 어렵다.


특히 특정 연예인이 인기가 있다 싶으면 앞다퉈 섭외하고 비슷한 인터뷰 질문과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볼 권리와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이미 그 도를 벗어나고 있다. 왜 그 연예인을 취재의 대상으로 선택했으며 취재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알려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단지 보장된 시청률에만 의존해 수준 낮은 이야기들을 나열하는 것으로 시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영자 파문’에 대한 각 방송사들의 보도내용은 3방송사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체중감량 성공의 원인, 협박은 있었는지, 소송내용 등의 쟁점이었다. ‘하리수’에 대한 취재내용 역시 각 방송사간의 질문내용이 거의 차별성이 없었고 연예인으로서의 매력을 알아본다며 춤, 연기, 노래 등의 모습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하였다. 이처럼 ‘이영자 파문’이나 ‘하리수’ 등의 특정사안이 동일한 시각과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방송3사 모두가 제작중인 영화나 뮤직비디오, CF․화보촬영장을 찾아다니며 각각 인터뷰를 하는 등 그 중복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는 바로 방송 3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애초의 기획의도와는 달리 시청률에 의존하는 안일한 제작방식을 택하는 식의 창의력과 기획력이 부재한 이유에 기인한다.


4) 간접홍보와 자사 프로그램 홍보의 도구로 전락한 연예정보 프로그램


①간접홍보


간접 광고효과뿐인 CF, 영화, 드라마, 화보 촬영 소개가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취재대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촬영 후 몇 주만 지나면 TV에서 하루에 수십 번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굳이 미리 보여주느라 취재경쟁을 하려고 애쓸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렇게 각종 촬영현장을 많은 시간을 할애해 보여주는 것은 특정상품과 매체에 대한 사전홍보의 역할 -아무리 상품이나 업체의 이름을 모자이크 처리한다고는 해도- 이외에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그저 시간 때우기 좋은 성의 없는 프로그램 제작의 전형이 되는 것이다. 혹 상업성이 짙은 광고나 화보 촬영은 그렇다 치고 영화 촬영 현장은 너그럽게 봐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진정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정보를 줄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영화에 대해서 다각도로 살펴보고 전달해 주는 것이라면 크게 문제삼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 3사가 특정 영화만을 대상으로 영화 시작에서 개봉까지 중간중간 수도 없이 반복적으로 방송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문제이다. 국내에서 개봉되는 좋은 영화가 이 몇 몇 영화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②자사홍보


이와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최근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자사 홍보성 코너들이 적당한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해당 프로그램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출연하는 연예들에 대한 소개와 줄거리 등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으며, 직접 촬영 현장을 찾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몇월 몇일날 자사의 어떤 프로그램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라든지, 자사 프로그램을 신성시까지 하는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


Ⅳ.결론 및 제언


 정보가치의 부재,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


 정말 안타깝게도 작년 모니터 결과와 이번 분석 결과와의 차이는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다. 이번의 모니터 결과 기존의 모니터당시 지적되었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연예정보 프로그램에 진정한 정보는 없으며, 정보적 가치가 없는 정보만을 대량 생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결국 현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문제점은 진행자들이 방송을 그들의 사적 공간화하고 있다는 것과 어떠한 정보적 가치도 찾을 수 없는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적인 내용과 인터뷰 그리고 연예정보 프로그램을 홍보의 도구로 이용함으로써 프로그램 본래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연예계에 대한 정보는 어떤 관점에서 보도하느냐에 따라서 사회, 문화, 산업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그리고 연예저널리즘이 스타와 스타 중심의 협소한 시각과 이에 기생하여 편안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위해 다시 한번 거듭나고 전문성을 갖춘다면 대중의 삶과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해 줄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연예저널리즘이 추구해야 할 가치이며 목표가 될 것이다. 


제대로 된 연예정보 프로그램이란 가요, 드라마, 영화 등 각 장르에 있어서 말초적 관심이나 호기심을 자극하기보다는 대중문화 각 장르에 대해 분야별로 깊이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물론 그동안의 방송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이 가볍게 시간을 때울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 역시 방송제작진들이 만들어 놓은 덫에 불과하며 이에 대한 1차적인 책임 역시 방송사에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방송이 대중문화의 흐름을 선도하고 올바른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방송 본연의 공익성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하고 자성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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