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을 가장한 오락, 아침프로의 현주소

관리자
발행일 2001.10.24. 조회수 2650
사회


Ⅰ. 모니터취지 및 목적 
                                       
 과연 우리방송에서 보여지는 주부의 사회적 역할은 시대적 변화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가.
급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재평가가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음에도 방송에서의 주부의 역할과 상은 고정적인 관념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정체되어있는 것 같다.


요즘의 오전시간대 주부대상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교양을 가장한 오락적 성격이 주를 이루고 있어 교양의 수준이 얼마나 얄팍한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다양한 정보를 다루고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도 주부들의 역할을 전통적인 개념에 두고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볼거리를 한정시키고 있어 TV가 제공하는 삶이 제한적이고 안일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대부분 심야시간대 오락프로그램에서와 마찬가지로 연예인위주의 토크와 연예정보가 주를 이루고 있어 연예정보프로그램의 아류프로그램이라는 지적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로 그 차별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루는 연예정보 역시 심야시간대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여 오전시간대의 주부대상프로그램이 누구를 대상층으로 삼고있는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또 유사한 내용의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별로 교양과 오락으로 각각 다르게 편성되어 있어 이 프로그램들의 정체성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주부들에게 있어 교양이란 오락물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우리의 방송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주부의 역할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내용을 제공하기보다는 고전적인 수준의 가사, 육아에 주부의 역할을 제한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연예․오락적인  내용을 강화하여 마치 가벼운 웃음거리가 주부들의 주된 관심사인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우려일까.


사회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세상을 살아가는 시민으로서의 기본 교양을 누리는 것이 주부들의 단순한 욕심은 아니기에 경실련 MEDIA-WATCH에서는 방송3사의 간판급 주부대상 아침 프로그램들을 분석함으로써 이들 프로그램이 갖는 문제점과 한계를 살펴보고 변화하는 주부 상에 걸 맞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대상 프로그램 및 프로그램 개요


(1) 분석대상 : KBS2 “행복채널” (월-금, 오전 9시30분-10시40분)
              MBC “토크쇼 임성훈과 함께”(월-금, 오전 8시55분-9시30분)
                 “아주 특별한 아침”(월-금, 오전 9시45분-10시30분)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월-금, 오전 9시30분-10시40분)


(2) 분석기간 : 2001년 9월 24일(월) ~ 9월 28일(금)



Ⅲ. 분석결과


(1) 내용 및 구성


대상 프로그램들의 내용 및 구성은 다음과 같다.


① KBS 행복채널(오락) : 화요일의 연예매거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토크쇼의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출연자들이 모두 연예인이나 그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진행자인 강석우와 박미선은 전문 진행자가 아니라 출연자들과 같은 연예인이라는 점 때문에 편안한 대화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출연자와의 사적 대화 내용이 많아 진행자로서의 객관적인 태도는 부족하다.


② MBC 아주 특별한 아침(교양) : 1주일간 다양한 정보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내용에 있어서 연예인 위주의 정보에서 탈피했다는 점에서 일단은 타 방송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그러나 전문진행자들의 매끄러운 진행방식과는 달리 리포터들의 지나치게 장난스러운 태도는 다루고 있는 정보를 깊이없는 가벼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③ MBC “토크쇼 임성훈과 함께”(교양) : 연예인과 일반인의 비중을 잘 조화시키고 있다는 것과 연예인의 경우도 단순한 신변잡기나 자사 프로 홍보성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타 방송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토크쇼에서 중요한 부분인 진행자의 역할이나 방식도 무리가 없다.


④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교양): “행복채널”과 마찬가지로 화요일에는 연예특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월요일의 한의학 정보와 수요일 목요일에 각각 구성되어 있는 10분 분량의 리모델링정보와 영어조기교육 코너를 제외하고는 4일을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로 일관하고 있다. 한선교와 정은아 모두 전문진행자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갖추고는 있으나 한선교의 경우 게스트에 따라 때로는 지나치게 권위적이거나 사적인 관계를 드러내는 반말 등을 자주 사용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2) 아침시간을 빼앗는 연예인 신변잡기


연예인의 신상과 연예계 소식을 모르면 일상적인 대화에서 소외되는 현상은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심야에 방송3사에서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연예정보프로그램은 가십거리 정도의 내용을 대단한 보도인양 일제히 쏟아 붓고 있고, 토크쇼는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들을 겹치기 출연시키며 경쟁적으로 방송되고 있다. 하지만 주부대상 프로그램에서는 1주일 내내 이 내용들을 예습 혹은 복습시키고 있으며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되거나 인기 있는 드라마가 종영될 즈음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연기자들을 대거 출연시켜 자사 드라마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


또한 수없이 지적하고 있는 사항이지만 연예정보를 제공하는 내용의 수준이 대부분 연예인의 결혼과 출산을 비롯한 사생활에 대한 정보와 말초적인 관심만을 유발하는 것이어서 정보적 가치에 많은 의문이 들고 있다. 


공인이라는 미명하에 연예인들은 그들의 결혼이나 파혼은 물론 출산까지도 카메라 앞에 노출시켜야만 한다. 출산이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힘든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전 국민 앞에 신고해야 할 만큼 유별난 일은 아니다. 게다가 방금 출산을 한 산모와 신생아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오히려 그들의 휴식과 건강을 저해하는 몰지각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오양 사건, 백양 사건에 이은 탤런트 이태란 사건은 매번 마찬가지로 이런 병폐가 만연하고 있는 연예계의 문제점에 대한 원인분석보다는 포커스를 섹스비디오가 있는가 없는가, 정말 그 사람과 동거를 했는가 등에 맞춤으로써 또 한 사람의 희생양을 이야깃거리로 삼는데 그치고 있다.


특히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에서는 같은 주 금요일에 가수 백지영을 게스트로 출연시켰는데 사건 당시 그녀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는데 앞장섰던 방송사로서 ‘병주고 약주는’ 격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일부 대화 내용은 성에 대해 관음적이면서 동시에 폐쇄적인 사회적 분위기의 피해자인 그녀를 오히려 가해자의 입장으로 보이게 하였다.


드라마 홍보성 내용에서도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자료화면과 대화는 빠지지 않는다. 남녀출연자들에게 드라마상의 캐릭터 분석이나 작품자체에 대한 질문보다는 키스장면에서의 에피소드 등을 묻고 있다.


황금같은 휴식시간에 이처럼 다른 사람의 사생활이나 단순한 흥미위주의 이야기거리만을 제공받는다면 주부들에게 결코 유쾌한 시청이 될 수 없다. 더구나 SBS는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을 교양 프로그램으로 편성하여 오락과 교양의 경계조차 모호하게 만들고 있는데 제작진들이 주부들의 교양수준을 하향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3) 주부의 역할과 관심은 여기까지! -한정된 아이템과 깊이 없는 정보


급변하는 사회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유독 보수적인 가치와 역할이 강조되는 것이 방송에서의 주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회의 변화속도에 걸 맞는 신속한 대응은 아니라고 해도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주부의 역할을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우리사회가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방송이 전통적인 주부의 상이나 이러한 수준의 내용만을 갖고 변화하는 현실에 적용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시대를 살아가는 주부들에게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 가사와 육아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만큼이나 주부들의 또 다른 자아실현을 위해서 해야할 일과 하고싶은 일들이 많다는 점이 객관적인 현실로 받아들여져야 하고 문화적인 생활뿐만 아니라 창업이나 재취업과 같은 경제 활동, 그리고 교육에 대한 투자 역시 현재의 주부들의 욕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예인 중심의 포맷에서 벗어나 타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보이고 있는 MBC “아주 특별한 아침”과 짧은 시간이나마 정보전달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의 경우 대부분 육아, 요리 등 전통적인 역할에 한정된 정보만을 제공하고 있어 이러한 문제점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MBC “아주 특별한 아침”의 ‘대결! 비만탈출’이나 ‘이멜다의 신혼일기’등 관찰카메라 형식의 코너들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정보보다는 출연자들에 대한 희화화나 시각적인 재미에 초점이 맞춰져 교양의 수준은 낮고 오락적인 내용만이 넘쳐나 주부들의 관심을 가벼운 웃음거리로 유도하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양적인 면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어 질적으로는 아쉬움을 많이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MBC “아주 특별한 아침”은 30분 가량의 방송시간동안 대부분 VCR로 구성되는 2-3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다루고 있어 깊이 있는 정보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양성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심층적인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아이템이 요구된다.


(4) 말장난으로 시작하는 유쾌하지 못한 아침 - 출연자들의 언어사용 문제


오락 프로그램의 경우 방송언어의 오염상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있어왔지만 교양 프로그램의 범주에 드는 분석대상 프로그램들의 원색적이고 인신 공격적인 발언들도 심각한 수위에 있다.
연예인들의 출산을 알까기에 비유하는가 하면 상대방의 신체적 약점을 웃음거리로 이용하고 있으며 친분이 있는 출연자간의 반말은 이제 일반화되고 있다.


재미가 TV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정보를 전달하는 교양프로그램에서도 유쾌한 몇 마디의 농담은 전체적인 흐름을 부드럽게 함으로써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내용에 있어 원활한 시청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앞의 사례에 제시된 내용들은 단순히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원색적인 내용들로 실소를 자아내게 할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질을 저하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예인 신변잡기위주의 구성에서 탈피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고 있는 MBC “아주 특별한 아침” 역시 스튜디오에서 주고받는 인신공격적인 발언들이 이 프로그램을 “특별할 것도 없는 아침”으로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생기를 불어넣는 재치있는 말솜씨와 수준을 의심케 하는 원색적인 말장난의 차이를 분명히 구별할 수 있는 출연자들의 자질이 요구된다.


4. 결론 및 제언


방송이 고정관념을 생산, 유포, 재생산한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새로운 여성상이니 주부들이 변화해야 한다느니 하는 내용을 이야기하면서도 미디어에 나타난 여성 특히 주부들에 대한 고정관념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거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시청대상층으로서의 주부들에 대한 배려 역시 그런 발상에서 조금도 벗어나 있지 않다.


분석대상 프로그램들은 주부들이 깊이 있는 내용보다는 가볍고 쉬운 것만을 선호하고 적당히 수다를 떨 수 있는 화제로서 연예인들의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것들만 제공해 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때로는 여자 연예인들의 미모와 바쁜 와중에서도 십분 발휘하고 있는 알뜰한 살림솜씨를 본받으라고 암묵적으로 강요할 뿐만 아니라 가사와 육아를 천직으로 생각하는 전통적인 역할에 한정된 정보들을 주로 전달하고 있어 사회인으로서의 주부의 위상은 전혀 찾아보기 힘들다.


연예인들의 가공된 삶도, 전통적인 주부상도 더 이상 이들에게 모범이 될 수 없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의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TV가 한다면 ‘아줌마’라는 호칭이 경멸적인 어감을 떨쳐버리고 당당한 이름으로 거듭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삼각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드라마와 그 가치를 찾아보기 힘든 가십거리 정보들로 시작하는 주부들의 아침은 이제 그만 사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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