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자

관리자
발행일 2009.11.20. 조회수 672
칼럼

예산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자


 



이원희 (전 예산감시위원회 위원장)


 



1. 예산 감시 운동의 시작


  1999년에 경실련 10주년을 맞이하면서 위기가 왔다. 원고대필, 비디오 사건이 겹치면서 시민운동의 가장 토대가 되는 도덕성에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이때 나는 언론에 예산의 주요 쟁점을 기획물로 연재하고 있었고, 마지막 회에 “이제는 시민이 나설 때다”라는 주제로 기고를 했다. 이를 본 당시 정책실장이 예산감시 운동을 본격적인 시민운동으로 지펴보자는 제안을 했다. 예산 감시 운동은 시민, 전문가, 상근자의 3두마차를 통해 시민과 함께하는 운동이 될 수 있는 사업으로 당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던 시민단체에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었다.



2. 운동의 원심력과 구심력


  이후 예산낭비 신고센터 설치, 예산낭비 10대 사례 발표, 국회의 예산 끼워넣기 행태 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여 왔다. 그리고 복식부기와 발생주의를 도입하여 정부 예산의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첫 제안도 경실련의 예산감시위원회에서 이루어졌다.
  2000년대 중반에 함께하는 시민행동, 참여 연대 등 다른 단체에서도 예산 감시 운동을 하면서 핵 분열을 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그것은 외연적 확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밑 빠진 독 상’의 시민행동, ‘정보공개 운동’의 참여 연대 활동은 예산 감시 운동의 협업(協業)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경실련에서는 2005년부터 아파트 값 거품빼기 운동, 최저가 낙찰제 도입 등으로 운동이 전환되었다. 낭비 사례 중심의 활동에서 제도 개선으로  전환되었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이런 운동을 통해 운동가 중심의 활동에서 많은 시민이 정부의 예산 집행이 시민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예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제고시키는 계기도 되었다.
  다만 이러한 활동이 처음에는 예산감시위원회의 한 분과로 운영되다가 독립된 본부로 확대되고 이러한 운동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예산감시위원회의 정체성이 희석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무엇보다 예산감시위원회가 재정세제위원회와 통합되면서 운동의 성격이 애매해졌다.



  나는 예산감시운동의 원심력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구심력이 상실되어 버렸다고 평가한다. 이로 인해 사실상 예산 감시 운동의 추진력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 재정세제위원회가 재정 정책 중심의 활동을 한다면 예산감시위원회는 issue fighting을 하는 활동을 한다. 향후 경실련의 역량 강화와 활동성의 강화를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예산이 갖는 공적 기능의 강화를 위해 시민의 감시 운동은 강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에 대한 시민 사회의 관심이 고조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실련의 예산감시 운동은 새로운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3. 예산 감시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


 2007년과 2008년에 이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시 재정 정책과 예산 집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예산 감시 운동이 다시 활기를 갖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의 과제를 제시해 본다.



  첫째, 예산은 매년 결정되고 집행된다. ‘편성-심의-집행-결산’의 예산 주기에 따라 정기적인 운동이 가능하다. 일정한 방향성을 설정하고 주기에 따른 예측 가능한 활동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둘째, 최근 정치력이 회복되면서 국회에서의 예산 결정 과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에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에 대한 감시 운동도 다시 중요하게 평가된다. 이러한 운동은 우리의 정치 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셋째, 사후적인 낭비 운동에 대한 감시가 아니라 사전적인 운동이 가능하다. 한때 예산 감시 운동에 참여하던 사람들이 지친 시간이 있었다.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쁜 사업을 미리 제거하는 사전 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참여예산제의 확산은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나아가 다른 단체와 연계하여 대안 예산제를 주장할 수도 있다.



  넷째, 학계와 연계한다면 낭비 사례를 모아서 체계적인 연구의 영역을 개척할 수도 있다. 낭비의 개념, 유형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다섯째, 이제는 문제를 제기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체계적인 제도 개선을 주창할 수 있다. 그간의 축적된 역량을 통해 정보공개, 계약제도 개선, 심사분석 기능의 강화 등 다양한 제도 개선을 주창하여 왔다. 이러한 제도 개선에 대한 체계적인 운동을 확산할 수 있다.



   여섯째, 외국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적 연대 활동을 할 수 있다. IBP(International Budgetary Project)는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전 세계의 예산 투명성을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국제적 연대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 후진국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ODA 자금을 활용하여 우리의 예산 감시 운동을 후진국에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의 재정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것을 정부가 대리인으로 집행하는 것이다. 국가의 공권력을 배경으로 집행되는 과정에서 국민은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되기 쉽다. 재정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출발점은 국민의 참여 의식을 제고하는 것이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2006년 제정된 국가재정법이 그러한 정신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새로운 시대정신을 반영한 예산감시 시민운동의 새로운 비상(飛上)을 기대해 본다.


 


 


 


약력
전 경실련 예산감시위원회 위원장
현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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