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위, 공공성 확보와 효율성 제고의 균형 맞추기가 관건”

김철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 / 인제대학원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경실련은 언제부터 어떤 동기로 함께 활동을 하게 되었는가?

88년 당시 나는 무료진료활동 등을 하는 기독청년회 소속이었고, 89년 경실련 첫 사무실 일부분을 임대해 같이 생활하면서 사람들과 친해졌다. 경실련과 가까이 있다 보니 시작하신 분들의 뜻이 좋아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함께 이런저런 일들을 시작하게 됐다.

보건의료위원회 위원으로 오랜 동안 몸담고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이 있는 일이 있다면?

가장 큰 사건이기도 하고 아팠던 기억은 역시 의약분업이다. 당시 예측하지 못한 많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의사들 파업으로 발생한 국민들 피해까지 시민단체가 책임지라고 몰아붙였다.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던 단체들 중 가장 큰 단체이자 맏형격인 단체였기에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하지만 경실련은 다른 활동도 그렇지만 어느 편에 서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조정자적 역할을 쭉 해왔다는 것이 가장 보람있다.

보건의료위원회의 입장이 의료계의 반발을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의료인으로서 곤혹스러웠던 적은 없었는지?

많다. 의사들은 시민단체하면 의약분업 주도, 영리법인 반대, 의료의 상업화 반대를 떠올린다. 하지만 가령 영리법인의 경우, 경실련은 찬성 혹은 반대식의 직접적인 입장을 내지 못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찬반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내기 보다는 오히려 전제조건을 통해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견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은 반드시 의료사업에 재투자하고 이익배당을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굳어진 선입견 때문에 우리를 다 같은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곤란할 때가 많다. 하하.

의사라는 직업과 시민단체에서 곤란한 일을 겪으신 적은 없는가?

다행이 지금까지는 병원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해내고 있고 시민단체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 병원 경영자 분들이 내 진정성을 알아주시는 덕분이라 생각한다. 가령 시민단체와 가까움으로서 의료계의 어려움 점 등 비전문가라면 못 보는 측면을 전달하기도 한다. 병원 서비스를 적절하게 평가하고 공표하고 다시 피드백해 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있어서 병원의 입장과 소비자 입장을 조율하고 뭐가 더 중요한지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위원회가 앞으로 무엇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공공성 확보와 효율성 제고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공공성 확보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니 한참 더 가야하고, 이후 우리가 가야할 속도라든지 범위를 조율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경실련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 국민들 편에 서서 진정한 의미의 효율성을 고민하고, 효율성을 높이면서 국민들 편익을 높이는, 즉 공급자에게도 적절한 이윤이 갈수 있도록 하면서 국민 전체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상집부위원장을 역임했는데, 상임집행위원회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아파트거품빼기운동 같은 운동이 몇 개 더 있어야 한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 실질적으로 연구하고, 구체적 데이터를 백업하고, 전문가와 활동가가 결합하는 형태 말이다. 중요한 이슈가 있는데 이슈라는 것만 느껴선 안 되고 그걸 구체적으로 데이터화하고 정책화하고 때로 싸우고 뭔가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그럼 자연스럽게 상집은 활성화될 것이다.

경실련 이외에 어떠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활동을 약 10여 년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외국인 노동자 진료부터 시작했다. 무료로 진료하고 치료하면서 급할 때는 교회 재정에서 의료비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나중에는 한계를 느껴 외국인노동자협의회(현 한국이주노동자건강협회) 산하에 의료공제조합을 만들어 외국인노동자의 의료비 반을 지원하고, 급할 때는 전액 지원해 주는 구제 장치를 마련했다. 현재도 한국이주노동자건강협회 이사로 있으며 펀드레이징(기금모금), 운영, 프로젝트 기획에 관한 일을 하고 있다.

당연한 질문이지만, 누구보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데, 평소 건강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은 경제와 마찬가지로 항상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을 꾸준히 실천하고 습관화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 비록 유전적, 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기는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봤으면 한다. 누구나 이 세상을 떠나야 하고 누구나 병을 가지게 마련이라면 떠날 때 보다 안락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기회를 위한 일이라고 말이다.

인생전반을 관통하는 신념과 좌우명은?

크리스찬이 된 건 대학교부터고 기독교가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본과 4년 동안 달동네 주말 진료를 다니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을 많이 목도했다. 그때부터 이웃과 함께 사랑을 베푸는 즐거움과 받는 즐거움이 삶의 진정한 행복임을 배운 것 같다.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

상근활동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상근자들에게는 항상 미안하고 존경스럽고 고맙다. 자기가 진정 좋아하는 일이라면 일을 부여잡고 생활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는데, 경실련 활동가들 보면 항상 밝고 긍정적이고 추진력도 있고 역동성도 보여줘서 기분이 좋다. 어떤 일든지 기본적인 자세, 긍정적 태도 꾸준히 유지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