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계속되는 노동자의 죽음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관리자
발행일 2022.12.01. 조회수 13392
칼럼

[월간경실련 2022년 11,12월호 – 특집. 이번이 마지막이길...(2)]

계속되는 노동자의 죽음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 SPC그룹 SPL제빵공장 노동자 사망사고를 중심으로 -


오세형 경제정책국 부장


이태원 참사로 여러 형태의 재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가지게 되는 시점이다. 시스템 미작동으로 발생한 어이없는 죽음과 그로 인한 묵직한 당혹감이 쉬이 가시질 않는다. 도대체 왜 소중한 생명이 무참히 짓밟혔어야 했는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노동현장도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노동자의 사망사고에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고용주인 개별기업은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가. 기업의 이윤을 위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난 10월 15일 SPC그룹 SPL평택공장 배합기에 일하던 청년여성노동자가 산재로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SPC그룹은 여러 계열사에서 노동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여 왔었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SPC그룹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불법파견을 확인하고 제빵기사 5,378명에 대한 직접고용을 지시한 바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SPC그룹은 직접고용 지시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회피하였다. 빵을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하는 제빵기사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양자 어디에도 고용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고용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SPC그룹이 제빵기사인 노동자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고 이를 통해 이윤을 얻으면서도 고용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려 한 전형적인 간접고용의 문제였던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SPC그룹 노동자들의 질병 재해 신청 건수는 총 108건이었다. 빵 반죽을 만드는 SPL을 비롯해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제과·제빵 인력을 관리하는 피비파트너즈, 파리크라상, 샤니, 삼립,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 운영사인 비알코리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적지 않은 숫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질병 산재 신청 건수는 2018년 7건, 2019년 21건으로 급격히 증가하였고, 2020년 19건으로 비슷하게 발생하다가 2021년에는 33건으로 또다시 증가했다고 한다. 올해에는 1~10월 신청된 것만 28건이라고 한다. 승인율은 5년간 평균 66.7%였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사업장 평균 승인율(63.1%)에 비해 높은 것으로 SPC그룹의 사업장 현실이 매우 열악함을 확인할 수 있다.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청년공동행동(아래 청년공동행동)이 발족하여 활동하고 있다. 'SPC그룹 산재사망 청년여성노동자 추모 청년학생시민 추모행진과 추모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공동행동은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SPC그룹, 유족과 SPL노동자들에게 공개 사과 ▲허영인 회장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수사·처벌 ▲SPL사망사고 진상조사위 구성, 성역없는 조사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부당노동행위 관련자 징계 ▲시민 비판 봉쇄하는 59개 문구 금지 가처분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관철되어야 하는 내용이다. 정부와 해당 기업이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즉각 시행하라.

중대재해처벌법이 2021년 1월 제정되었다. 세부적인 시행령은 어렵게 마련되어 올해 초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중대재해를 예방하여 노동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고자 하는 법이 구체화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ㆍ증진’할 수 있기를, ‘사업 또는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ㆍ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및 법인의 처벌 등’이 원칙과 절차에 맞게 엄중하게 적용되기를 바란다. 국회는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고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게 개정해야 한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노동환경 조성에는 다툼이 있을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더 이상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치하지 말고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률의 개정과 정책의 시행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SPC그룹과 계열 기업도 책임회피에 급
급하지 말고, 안전한 노동환경 만들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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