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경실련의 영원한 '서포터즈' 박종두 공동대표 인터뷰

관리자
발행일 2012.07.25. 조회수 1609
스토리


"풀뿌리시민운동 위한 생활밀착형 의제 발굴해야"


목포경실련의 영원한 '서포터즈' 박종두 공동대표


안세영 회원홍보팀 간사
sy@ccej.or.kr


 




  서울에서 보면 남쪽 끝에 위치한 항구지만 목포는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의 시작점이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서해 항로의 거점이다. 대륙으로, 또 바다로 뻗어나가는데 있어 목포가 지리적 요충지임에 틀림이 없다. 경실련에 있어 목포는 지역경실련 운동의 새 장을 연 곳이다. 중앙 사무국 상근활동가였던 김종익 사무처장이 고향으로 돌아가 풀뿌리시민운동의 땅을 다지고, 가꾸어서 12년이 지난 지금 전남네트워킹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목포경실련의 처음부터 비와 거름을 제공해준 박종두 교수(목포대 행정학과)는 초대 목포경실련 대표이자, 현재는 경실련의 공동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남도 특유의 풍류와 여유를 간직한 박종두 공동대표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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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경실련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99년 가을로 기억하는데, 청년 하나가 찾아와 지역 시민운동을 한번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때는 30대 후반의 청년이었는데, 그 사람이 이제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김종익 처장이에요.(웃음) 당시 시민운동에 워낙 관심이 많았었기에 주위사람들과 함께 조직하기 시작했는데, 같이 하자던 사람들이 대표직을 사양하는 바람에 집행위원장과 대표를 함께 맡게 되었어요. 그렇게 90년 6월 29일에 목포경실련이 출범하게 된 것이죠.


 



Q. 경실련이 추구하는 여러 가치 중에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개인생활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집단에서 볼 때 사회정의의 95%는 경제정의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해요. 공정한 사회로 어떻게 갈 수 있느냐를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고요. 경제적 정의를 실현하는 가운데서 공정한 배분을 도모하게 되고 거기서 사회복지도 나오는 것이죠. 우선가치는 경제적 공정성으로, 시민사회단체는 어떠한 방법으로 사회가 공정하게 돌아가게 하는가라는 문제를 갖고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Q. 시민들이 요구하는 지역 시민단체의 역할을 목포경실련이 얼마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A. 목포뿐만이 아니라 각 지역경실련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는, 참여는 적고 기대는 큰 것입니다. 적은 인력과 예산을 가지고 고군분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를 통해 역할을 나누고 함께 변화시키기보다는 자신들의 편에 서서 상대편에 압력을 넣는 단체, 우리 대신 싸워주는 이익단체의 역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치변화에 힘쓰고는 있지만 이 같은 어려움으로 인해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게 만만치가 않아요.


 



Q. 방금 지역운동의 어려움을 말씀하셨는데, 지역과 중앙의 시민운동이 가지는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합리적으로 연계해 운동을 전개하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사회 양극화가 큰 문제라지만, 경실련도 중앙과 지역이 양극화되어가는 경향이 있어요. 지역경실련은 뭐랄까 시민단체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면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고, 기초자치단체 단위인 군단위로 내려가면 결성조차도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경실련이 전국을 대표하는 시민단체 중 하나라면 적어도 기초자치단체 단위당 하나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불가능한 것이죠. 현재 중앙경실련이 하고 있는 커다란 정책의제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경실련이 뿌리를 내리기 위한 뒷받침, 인큐베이팅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는 기초자치단체일수록 단체장이 제왕적 통치를 하고 있는데 있습니다. 예를 들면 농업 관련 종사자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각종 보조금과 밀접하게 연관돼있는데, 시민단체를 결성했다하더라도 활동을 하지 못하거나 했다하더라도 변질이 되고 맙니다.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시혜를 베풀듯이 보조금을 나눠주며 자기 맘대로 공공인사에 대한 재량권을 남용하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의제로서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공부를 좀 더 해서 이와 같은 전횡을 부리지 못하도록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적절한 범위로 제어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중앙경실련이 거대 담론에만 포커스를 맞출 것이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에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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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고등학교 시절부터 서울에서 수학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시 목포로 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목포에서의 생활에 만족하시는지요?

A. 고등학교 교과서에 보면 ‘흘러 흘러서’라는 구절이 있어요. 스스로 어떤 의지를 가지고 왔다, 갔다한 것은 아니고 때마침 직장이 생겨서 내려오게 된 것이죠. 80년 봄에 광주에서 5.18을 경험하고 80년 가을부터 목포대에서 재직했어요. (광주 사건은) 트라우마죠 그게. 그때 광주에서 근무했었는데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말을 하든지 않든지 간에 빚으로 늘 남아있는 거예요.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떤 때이건 만족하지 않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환경이 나빠졌다고 불만을 갖고 환경이 좋아졌다고 만족하고 하는 그런 문제는 아니니까요. 마음속에 그리고 있는 지도를 따라서 갈 뿐입니다.


 



Q. 평소 여가시간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A. 노래 중에 ‘정처없는 이 발길∼’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평생 하고 있는 운동이 걷기입니다. 평소 약속이 없을 땐 유달산을 한 바퀴씩 걸어요. 제대로 걷는데 두 시간 십오 분이 소요되고요. 목포에서 걷기 제일 좋은 곳을 추천하면 양을산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요즘 제주 올레길이 ‘붐’이라고는 하지만, 제 눈에는 무엇인가 과장된 듯 보입니다. 올레길이란 건 원래는 마을안길이잖아요. 지금 올레길 개념은 자연을 벗 삼아서 걷는 ‘레포츠’ 같은 것으로 변질이 된 감이 없지 않아 있어요.

살펴보면 동네 골목길이나 지름길처럼 걷기 좋은 곳이 많은데 사람 사는 속살이 느껴지는 길은 보려하지 않고 자연만 보려하죠. 올레 트레킹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걷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은 순기능이지만 배낭 메고 히말라야 등반하듯 올레길 30개 코스를 다 돌려고 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죠. 동네에서 매일매일 돌아다니면 더 좋을 것을….(웃음)


 



Q. 목포경실련에서 활동하시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인가요?

A. 우리가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실현됐을 때 아무래도 가장 보람이 있죠. 목포 갓바위 밑에 부교가 있어요. 처음에 해양박물관에서 갓바위쪽에 다리를 놓아 차로 지나가면서 볼 수 있도록 계획했는데, 천연기념물 앞에 어떻게 차가 지나갈 수 있느냐 문제를 제기했고 갓바위 앞으로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도보를 설치했죠. 지금은 지나다닐 때마다 뿌듯하답니다.

 경실련이 다른 단체에 비해 신뢰도가 더 있다면, 그것은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일 거예요. 기초자치단체가 내놓은 계획과 시민단체에서 제시한 대안을 함께 두고 토론해서 더 좋은 안을 채택하면 좋을 텐데 기초자치단체장들은 우리가 발목을 잡는다고만 생각해서 만나면 얼굴부터 붉히는 게 문제죠. 헌데 자치단체가 내놓은 안이라는 것은 대개 고비용 저효율의 토건 정책이거든요. 지역을 마구잡이로 난개발해 놓고서는 일을 했다고 하니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죠.


 



Q. 반면 한계를 체감하신 때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무엇이 현재 경실련의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하시나요?

A. 경실련의 최대 과제중 하나가 회원확대가 아닌가 싶어요. 회비로 1년 예산을 감당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시민단체가 제대로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목포의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한 근로소득자보다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요. 이들이 매달 일정액의 회비를 납부하는 것은 부담이기 때문에 회원가입을 꺼리게 되는 것이죠. 목포에서 가장 큰 피고용 집단이 공공분야에 종사하는 공무원들인데, 지금은 공무원의 노조가입이 허용되면서 자신의 이익을 주장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이러한 공공분야 종사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유도하면, 공익을 추구하는 목포경실련의 성격상 회원들의 역량강화에도 도움이 되고 재정문제도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라 믿습니다.


 



Q. 경실련의 공동대표로서 올해와 내년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하는 활동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12월 대선을 앞두고 시민단체 특성상 비판적인 시각을 갖기 마련이지만 공정한 경쟁이 되도록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겠지요. 지난번 야권연대에서 보듯이 시민단체가 일정 정당에 동조하며 휩쓸리는 것을 지양하고 공정한 감시자 역할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생활과 밀접한 의제를 발굴해야 합니다. 경실련이 성공한 운동 가운데 ‘의약품 약국외 판매운동’이 있는데요. 7년이 걸려 약사법 개정을 이뤄냈으면 슈퍼에서 판매되는 약품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그것이 실효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해야합니다. 실제로 시민들이 원하는 의제를 발굴해서 전문가의 검토를 통해 시민과 함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운동을 해야하는 것이죠. 이와 더불어 경실련이 지금 다루는 영역들을 다시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실련이 잘 할 수 있고 잘해왔던 부분들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해요. 예산도 없고 인력도 부족한데 모든 의제를 다 가지고 가면 과부하가 걸리고 바람직한 정책 또한 제시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염려됩니다. 지금까지는 잘해왔다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잘했다고 해서 앞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해온 일이 ‘서포터즈’의 역할이에요. 시민단체에서나 학교에서에서나 격려자가 되는 것이지요. 어디로 가자고 하기보다는 가급적이면 ‘백업맨’ 역할을 하는 것이 새로운 리더십 출현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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