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정부 세법개정안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14.08.07. 조회수 2448
경제


공평과세 저해하고 실효성없는 세법개정안


내수활성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 부재

배당금 분리과세는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한 또 다른 형태의 부자감세

사내유보금 과세보다는 법인세 인상 필요

 

 

정부는 어제(6) 경제활성화 민생안정 공평과세 세제 합리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경기침체와 저성장 등 현재 우리경제가 처한 여건과, 세수확보, 소득재분배 기능강화 등 세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서 경제활성화, 민생안정을 위한 여러 고민과 시도를 하였다는 점 자체는 일단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세부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 결국 공평과세를 저해하고, 내수활성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부재하여 실효성이 없으며, 근본적 세제개편이 아닌 임시방편으로 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평가된다.

 

이번 세법개정안은 거시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재벌 및 대자산가들에게 특혜를 주는 등 과세형평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중 배당소득 증대세제(배당금 분리과세)가 이에 해당된다. 현재는 대주주나 자산가들의 배당소득을 사업소득 등과 합산, 누진세율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원칙을 적용한다. 이자와 배당을 합친 금융소득이 2천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최고 38%의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대주주들이 분리과세를 선택할 경우 향후 3년간 한시적으로 25%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만약 이를 2013년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적용할 때 배당부자 상위 10위에 속하는 재벌총수들은 총 187억원의 감세혜택을 받게 된다. 결국 소액주주들의 감면액에 비해 배당을 결정하는 대주주들의 감면액이 지나치게 커서 기업이윤을 민간으로 돌려 가계소득을 증대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부자감세로 이어지면서 경제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 임대소득의 즉시시행, 종교인 과세 시행 등 과세형평성의 차원에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 시행연기, 개정대상 제외 등으로 과세형평상 정작 개선되어야 할 사항은 개선을 하지 않고 있다.

 

둘째,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 위한 세법개정이 세율 인상 등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임시방편적 대응으로 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정책목적달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 정부는 기업의 소득을 투자임금증가배당재원 등으로 활용하도록 하여 기업소득과 가계소득간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해 사내유보금 과세인기업소득 환류세제도입을 제시했다. 기업들의 사내유보율(이익잉여금/총자산)20014.6%에서 200211.9%로 급증한 후 현재 20%대까지 올라 있다.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업의 적극적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었지만 투자와 고용은 늘지 않고 이로 인한 세수감소분만 28조원에 달했으며 국내 10대그룹(금융사 제외)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477조원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사내유보금 자체에 대해서 과세하는 것은 세제체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기업의 자율적 판단을 제한할 수 있어 세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소기의 정책 목적 달성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오히려 실효성이 없었던 법인세 인하를 원상회복시키는 정공법을 택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법인세율을 인상하여 기업이 경제적 능력에 부합하도록 세금을 더 부담하게 하고 투자나 고용을 일정비율이상 증가시키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조세지원하고 그 외의 결정은 기업에 맡기는 방식이 적절하다.

 

셋째, 내수활성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이 부재하여 정책실효성에도 문제를 드러냈다.

이번 세법개정안의 핵심적인 내용은 가계소득 증대를 통해 내수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계소득 3대 증대세제를 통한 배당소득, 임금 증가는 그 대상이 한정적일뿐 아니라 재벌 및 고소득자, 대자산가들의 소득과 자산가치만 높여주는 내용들이다. 실질적인 가계소득 증가를 위해서는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 근로자, 저소득층에게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지원들이 필요한데 이러한 내용들이 부재하여 이번 세법개정안은 실효성이 없는 방안에 지나지 않는다.

 

넷째, 불필요한 세제혜택으로 인해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복지 수요지출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 역할에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낙관적인 경제전망과 세수예측으로 인해 상반기 세수부족분은 85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침체, 저성장, 경제양극화 심화 등으로 갈수록 복지수요와 그에 따른 지출은 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여러 형태의 감면 확대를 가져오는 세법개정은 결국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자산가에 대한 세제혜택을 줄 뿐이고 5,680억원 가량의 세수효과만으로는 재정적자가 확실시 되어 재정건전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나아가 서민층 이하 계층에 대한 복지수요와 그에 따른 재정지출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해서 서민경제의 위축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2014년 정부 세법개정안의 주요 개정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경제활성화와 관련해서는 내수활성화를 통해 경기회복을 도모하고자 하나 공평성과 실효성에서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계소득 증대세제는 내수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에 기여하기 위해 시행되는 것이지만 실효성과 자산소득자에 대한 혜택에 따른 공평성의 문제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근로자 임금이 증가된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를 신설하더라도 세액공제로 일부 보전받기 위해 근로자 임금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문제된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경우 고배당 주식배당소득을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인하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에게 25% 선택적 분리과세를 허용함으로써 배당촉진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주식을 보유한 자산가에 대한 추가적인 세제상 혜택을 주는 것으로 임금생활자와 공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적용기한의 2년 연장 및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소득공제의 한시적 확대는 과표양성화를 위한 이들 소득공제라는 세제상 혜택의 정책적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는 점에서 소비진작이나 내수활성화를 위해 연장 및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및 요건 완화는 중소기업의 세대간 교체기에 중소기업 유지를 지원하여 중소기업 종사자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가업상속공제의 기본철학을 저버렸다. 고용유지에 대한 사후관리의무 요건도 완화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더욱이 공제대상을 매출액 3천억원 미만 기업에서 5천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여 가업상속공제가 세부담 없이는 자녀에게 기업을 상속시키는 통로가 되게 만들어 버렸다. 현재의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중소기업, 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포장하여 확대일로로 갈 사안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가업상속공제제도 자체의 유지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둘째, 민생안정과 관련해서는 서민중산층 생활안정 지원, 노후소득보장 강화, 서민 주거안정 지원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책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내용들이 적지 않다.

비과세 및 공제혜택을 넓혀 주는 저축상품의 허용은 금융상품간 차별을 가져와서 시장을 교란시킬 뿐이며, 소비 확대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언급하면서 서민 재산형성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저축 지원을 하는 것은 서로 정책목표가 상충될 수 있다. 서민이용 물품용역에 대한 세부담 경감은 서민중산층 생활안정 지원이라는 명분에 비하여 사소한 품목들에 국한되어 있다. 농어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다양한 지원은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부가가치세 면제, 양도소득세 감면 등 종전 혜택의 연장은 합리적인 판단에 의하기 보다는 농어업에 대한 막연한 지원 축소로 비쳐질까 우려에 비롯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 농어업에 대해서는 국가경제적으로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되 비과세 및 감면 축소라는 원칙을 훼손하면서 종전에 해 오던 대로 적용기한만 연장해 주는 것은 비과세 및 감면 축소의 기조를 흔들 우려가 있다. 금융재산상속공제 한도 3억원으로 설정한 상속증여세 경감 역시 서민중산층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자산가를 돕는 개편이다. 퇴직소득을 일시금으로 받을지 연금으로 받을지에 대해서는 저금리라는 현재의 상황, 안정적인 노후보장을 고려하여 근로자가 선택할 문제이지 퇴직소득을 연금으로 유도하기 위해 연금 수령시 일시금 수령시보다 세금부담을 30% 경감혜택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 한편 기부장려금 제도 도입은 경기부진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기부금에 대해 국가의 세부담 감소분 없이 정책적으로 기부금단체에게 보다 많은 기부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셋째, 공평과세와 관련해서는 공평과세의 본래 목적과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와 관련해서는 성과평가를 통해 정책목적 달성, 정책효과 미흡, 과세형평을 저해하는 제도 등을 우선적으로 정비한다는 원칙은 긍정적이나, 실제로 이러한 원칙에 따라 이번 비과세 및 감면제도가 정비되었는지는 별도의 평가가 필요하며 성과평가에 대한 부분의 공개를 통해 비과세 및 감면제도 정비에 대한 평가를 우선적으로 받아야 한다. 비과세 및 감면제도의 정비방향 중 농어민 및 중소기업 등 지원이 필요한 분야는 유지한다는 부분은 문제로 볼 수 있는데 비과세 폐지 및 감면 축소로 농어민 및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면 이는 세제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풀 사안인데 이는 비과세 및 감면축소가 정치적 부담으로 예외를 두는 경우에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면세유 부정유통 관리 강화와 같이 면세유의 문제를 줄이기 위한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행정상 부담이 되더라도 면세유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검토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면세유 제도의 정책적 필요만큼이나 유류 유통시장을 왜곡시키는 폐단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과점주주의 제2차 납세의무가 인정되는 대상법인을 모든 법인으로 확대하는 것은 현재의 과점주주 제2차 납세의무 운영도 헌법재판소의 수차례 위헌결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는 점과 주식회사의 유한책임제도의 예외로서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조세회피 방지에만 초점을 맞추다가 주식회사의 유한책임제도라는 회사법제의 기본틀과 충돌되는 문제를 가져왔다. 서류상 회사를 이용한 조세회피방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넷째, 세제 합리화와 관련해서 무보수 국선 세무대리인 제도 법제화는 영세납세자 권익보호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무보수라는 점은 그 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조세불복이 행정불복만이 아닌 조세소송의 형태로도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국선 변호인제도와 관계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경실련은 이번 세법개정안이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활성화를 명분으로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재벌 및 고소득층, 대자산가에 대한 명백한 부자감세라고 규정하며, 진정한 내수활성화를 위한 영세자영업자, 비정규직 근로자,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없는 이러한 세법개정안은 대폭 수정되어야 함을 촉구한다. 향후 경실련은 이번 세법개정안과 관련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공평과세가 실현되고 실효적인 서민층 지원 내용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정운동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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