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연뮤 볼래요?] 뮤지컬 <시카고> 이 순간 무대 위, 올 댓 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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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1.10.06. 조회수 5740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1년 9,10월호-우리들이야기(4)][같이 연뮤 볼래요?]

뮤지컬 <시카고> 이 순간 무대 위, 올 댓 재즈

효겸

 다들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셨나요? 드디어 [같이 연뮤 볼래요?]의 열 번째 이야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서울 공연을 무사히 끝내고, 투어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뮤지컬 <시카고>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올해는 뮤지컬<시카고>가 2000년 한국 초연 이후 무려 21주년을 맞이한 특별한 해이기도 합니다. 뮤지컬<시카고>는 1975년에 밥 파시가 제작하고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1996년 리바이벌된 이후에도 여전히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뮤지컬<시카고>는 1920년대 시카고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토대로 기자이자 작가인 모린 달라스 왓킨스가 쓴 연극 <시카고(원제: 작고 용감한 여자들)>를 원작으로 합니다. 아마도 동명의 영화는 한 번쯤 보셨을 것 같은데요. 캐서린 제타 존스, 르네 젤위거, 그리고 리차드 기어가 출현했던 영화로 뮤지컬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영화 구성과 넘버를 감상하실 수가 있습니다.

 극의 주인공은 두 여성, 벨마 켈리와 록시 하트입니다. 둘 다 시카고 쿡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인데요. 벨마는 여동생, 남편과 함께 잘 나가던 보드빌 스타였지만 두 사람을 살해하고 수감되었고 록시는 바람을 피던 정부를 살해하고 수감되게 됩니다. 이들과 함께 주요 등장인물로는 교도소를 관장하는 마마 모튼과 뛰어난 언변과 능수능란한 전략으로 죄수들을 변호하는 빌리 플린, 투명인간 같이 존재감이 없는 록시의 남편인 에이모스가 있습니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부터 참여했던 배우 최정원을 필두로 기존 배우들의 농익음과 새로이 합류한 배우들의 신선함이 어우러져 굉장한 시너지를 내뿜었는데요. 이번에 벨마 켈리를 연기한 두 배우들이 이전 시즌에서는 록시 하트를 연기했다고 하죠. 이러한 캐스팅은 뮤지컬<시카고>가 한국에서 21년간 12개 시즌을 이어오면서 대표 배우들이 탄탄하게 성장해 왔고, 노련한 스태프진들과 더불어 명실상부한 대표 프로덕션이 되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휘자의 경쾌한 5, 6, 7, 8! 외침과 함께 무대가 시작되고, 오프닝 넘버인 ‘All that Jazz’가 흐릅니다. 무대 중앙에서 벨마 켈리가 리프트를 타고 등장하는데요. 벨마는 앙상블과 함께 숨을 들이마신 후 첫 가사를 내뱉습니 다. ‘Come on baby 다 함께 즐겨봐, and all that Jazz!’ 이 넘버는 벨마가 교도소에 수감되기 전 마지막 보드빌 쇼 무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0세기 미국에서 유행했던 노래와 춤, 서커스, 슬랩스틱 코미디 등이 조합된 대중 쇼인 보드빌 양식을 차용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다른 작품들과 달리 뮤지컬<시카고>의 오케스트라는 빅밴드 형태로 무대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를 총괄하는 음악감독이면서 동시에 극의 사회자이기도 합니다. 넘버가 시작되기 전 소개 멘트를 하며, 등장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빅밴드는 기존의 악기들뿐 아니라 트럼펫, 트롬본, 색소폰 등 다양한 관악기들로 이루어져 뮤지컬<시카고>의 재즈풍 넘버들을 연주하며, 각 등장인물들의 퇴장 음악도 연주하게 됩니다. 등장인물들이 ‘제 퇴장음악 주세요!’ 라는 대사와 함께 무대에서 사라지더라도 빅밴드는 여전히 신나게 음악을 연주하고 있어 관객으로서도 굉장히 즐겁습니다.

 뮤지컬 <시카고>는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대표하는 부패한 정부, 살인자들, 황색 저널리즘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극에서 마마 모튼은 죄수들이 돈을 바치면 빌리 플린과 연결시켜 주는데요. 빌리 플린은 현란한 언변과 쇼맨십을 이용해서 선정적인 소재와 가십에 집착하는 황색언론과 만나 스캔들을 만들어 내고 배심원을 선동합니다(이 과정에서 돈 없고 끈 없는 약자들은 결국 교수형에 처해지기도 합니다). 영화에서는 거대한 빌리 플린이 줄에 매달린 기자들을 꼭두 각시처럼 조정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요. 뮤지컬에서도 ‘We both reached for the gun(서로 그 총 을 뺏으려 했네)’ 넘버에서 록시 하트를 인형처럼 무릎에 앉힌 빌리 플린이 복화술로 기자들에게 떡밥을 던져주고 결과적으로 록시에게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작업을 합니다. 이 장면은 사실 엄청난 풍자가 담겨 있지만, 위트 있는 대사와 배우들의 실감나는 표정, 몸짓을 통해 해학적으로 표현되다 못해 화려한 쇼 뮤지컬로 갈음한 것이지요.

 사실 뮤지컬<시카고>는 무대가 화려한 것도 아니고 전환 장치도 없다 보니 다소 극적인 요소는 부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편의 보드빌 쇼처럼 각 배우들이 캐릭터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호흡, 몸짓, 손짓이 어우러진 감각적인 넘버들이 가득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2개 넘버 이외에도 벨마를 포함한 6명의 죄수가 살인의 이유를 토로하는 ‘Cell block tango’(에너제틱한 움직임과 더불어 그들이 죽어도 싸다는 압도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빌리 플린 의 ‘All I care about’(내겐 오직 사랑뿐이라고 하는데, 결국은 돈에 대한 사랑 같습니다), 에이머스의 ‘Mister Cellophane’(셀로판지처럼 투명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를 스쳐지나가 버린다는 자괴감이 드러나는 넘버인데요. 실제로 이 넘버가 끝나고 에이머스가 퇴장 음악을 요구하는데 빅밴드에선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등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록시 하트의 ‘Roxie’ 역시 대표적인 넘버 입니다.

 뮤지컬<시카고> 말미에는 벨마 켈리, 록시 하트 2인조가 그토록 원하던 본인들의 쇼를 직접 제작하고 이를 무대에 올리게 되는데요. 바로 ‘Hot honey rag’입니다. 피아노 선율과 어우러지는 재기발랄한 안무를 볼 수 있는데, 배우들의 유려한 몸짓과 찰랑거리는 머릿결, 버클슈즈의 움직임 등 마지막까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부르는 직전 넘버인 ‘Nowadays’에는 뮤지컬 <시카고>가 전달하고픈 핵심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살고 싶은 인생 찾아 원하는 대로 살아요. 그래요 다 괜찮아, 멋있잖아, 즐겁잖아, 훌륭하고 대단해, 또 모르 죠. 50년 후에는 달라지겠지만 이대로 좋아 지금은’.

 어두운 사회 단면을 풍자하지만 결국은 희망적인 메시지와 유쾌한 퍼포먼스를 전달하는 뮤지컬 <시카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연뮤 볼래요]에서는 같이 이야기하고픈 연극과 뮤지컬을 소개해드립니다.
필자인 효겸님은 11년차 직장인이자, 연극과 뮤지컬를 사랑하는 12년차 연뮤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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