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해충돌방지법, 반드시 통과돼야

관리자
발행일 2019.08.09. 조회수 3493
칼럼

이해충돌방지법, 반드시 통과돼야


- 공직 수행 신뢰 얻기 위해 절대적 필요


- 국회의원 제외 ‘누더기 법안’ 돼선 안 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추구해야 할 공익과 공직자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활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제3자가 이용하도록 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공직자가 지위를 이용해 가족에게 혜택을 주는 것도 차단된다.

고위공직자에는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교육감,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이 포함된다. 법을 위반하는 공직자에게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부터 최대 7년 이하 징역까지 처할 수 있다. 이 법은 형벌과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 행동강령’과 큰 차이가 있다. 여하튼 이 법이 제정되면 손혜원 의원의 목포 투기 논란과 같은 사태도 막을 수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적 의사결정이나 공공기관 운영의 합리성,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더불어 공직 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이 법안의 입법 예고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부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입법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를 이 법안에 소극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괴한 논리로 자신들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지도 모른다. 2012년 권익위가 국회에 낸,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본래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와 더불어 이해충돌방지 규정까지 포함됐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규정은 ‘모호하고 포괄적이며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빠졌고, 2015년 ‘반쪽자리 김영란법’만 통과됐다.

국회의원들이 또다시 이해충돌방지법을 무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회 입법 과정이 100%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누가 이 법안의 원안 통과에 찬성하고 누가 반대하는지 국민이 알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는 선택의 기준을 삼을 수 있다. 국민은 결코 어리석지 않으며,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 줄 수 있다. 국민은 아무리 정치와 국회를 불신해도 사회의 투명성을 한 단계 높이는 데 기여할 이 법안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편, 권익위는 40일간 입법예고를 하고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국회의 입법 퇴행 과정을 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정부안이 제출되면 국회는 과거처럼 심의를 질질 끌다 흐지부지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회에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담은 ‘김영란법’ 개정안이나 별도 법안이 여러 차례 제출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상임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 표결까지 간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이런 전례로 볼 때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민의 지탄을 받기에 이번엔 국회가 반응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따라서 연내에 입법화될 수 있도록 정치권에 고강도 압박을 가해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하는 범국민운동을 펼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더불어, 공직자가 미리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사항을 등록·공개해 국민과 소속 기관으로부터 직접 감시를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 필요도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은 업무 범위가 포괄적이므로 해당 직위의 모든 직무로부터 배제하지 않는 한 이해충돌을 방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해충돌 그 자체로 ‘부패’라고는 할 수 없으나 과정상 부패로 전환되기 쉽다. 그래서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제도는 사실상 이해충돌 방지에서 시작된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어떤 이유로든 국회의원을 제외하면 안 된다. 음습한 정치적 거래에 의해 과거처럼 국회의원이 빠져나갈 수 있는 누더기 법안이 돼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 사적이익 보호법’으로 변질돼서는 더더욱 안 된다. ‘이해충돌’의 범위를 사전에 면밀히 검토해 법의 완성도를 높이고 이번엔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 이글은 김형준 경실련 정치개혁위원회 위원(명지대 교수)이 2019년 7월 23일, 세계일보 ‘오늘의 시선’에 기고한 글입니다.
김형준_경실련 칼럼_이해충돌방지법 반드시 통과돼야

첨부파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