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돋다] ‘믿음’을 믿으십니까?

회원미디어팀
발행일 2024.02.05. 조회수 47635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4년 1,2월호][BOOK돋다]

‘믿음’을 믿으십니까?

- <탱크>, 그리고 <불타는 작품> -

이성윤 회원미디어팀장

 2024년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목표를 세우셨나요? 아니면 어떤 소망이 이루어지길 바라시나요? 새해 첫날이 되면 많은 사람이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한해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고,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길 소망합니다. 누군가는 각자의 신이 있는 공간에서 새해의 소망을 기도하기도 합니다. 간절히 바라는 것들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도에는 그만큼의 믿음이 담겨 있겠죠. 이번에는 새해를 맞아 ‘믿음’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것은 믿음에 관한 이야기, <탱크>
 먼저 만나볼 책은 김희재 작가의 <탱크>입니다. 탱크라는 단어는 크게 두 가지로 사용됩니다. 아마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전차인 탱크일 겁니다. 그리고 물탱크라고 할 때 쓰는 탱크도 생각이 날 겁니다. 하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탱크’는 이 두 가지와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여기서 ‘탱크’는 소설 속 인물들이 기도를 하는 공간의 이름입니다.
 탱크는 루벤이라는 한 소년에 의해서 시작됩니다. 소년은 누구나 혼자 와서 기도할 수 있는 컨테이너를 만들고 이를 탱크라고 부릅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던 공간을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고 그곳에서 기도하는 것들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신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탱크는 여러 지역으로 퍼져 나가게 됩니다. 출장을 갔다가 루벤을 만나서 이야기를 전해 들은 황영경은 한국에도 탱크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 탱크를 찾는 도선, 둡둡, 양우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난 화재, 그렇게 이어지는 이들의 이야기가 소설의 줄거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탱크를 믿을 것인가, 말 것인가. 탱크는 신화인가, 사이비인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탱크는 그저 소설 속에만 있는 허구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 근처에도 수많은 탱크가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그것은 어떤 종교일 수도 있고, 어떤 공간이나 물건일 수도 있고, 때로는 해와 달, 별 같은 것이기도 하죠. 누군가는 그를 통해 소원을 이루었다고도 하고, 하고, 누군가는 부질없는 짓이라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 믿음 때문일까요. 그 믿음을 이루고자 하는 그 사람의 노력 혹은 간절함 때문일까요. 답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만들어진 신화, <불타는 작품>
 다음은 또 다른 믿음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하는데요. 이번에 소개할 책은 윤고은 작가의 <불타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한 장의 사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어느 새벽 그랜드 캐니언에서 찍힌 한 남녀의 사진. 이 사진은 SNS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의 주인공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죽은 채 발견되면서 화제는 곧 논란으로 바뀝니다. 곧이어 사진작가는 사실 이 사진은 본인이 찍은 게 아니라, 로버트라는 개가 찍었다고 이야기하죠.
 사진 찍는 개 ‘로버트’의 등장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듭니다. 사진의 주인공이자 사망한 여자의 아버지인 발트만 회장이 로버트를 데려가고, 그가 죽은 후 유산의 일부로 로버트 재단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 안이지가 로버트 재단에서 운영하는 후원프로그램의 대상자로 선정이 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프로그램의 참여 조건은 단 하나. 일정이 끝날 때까지 작품을 완성해서 전시하고, 그중 하나를 불태워야 한다는 것이었죠.
 소설의 제목인 불타는 작품은 마지막에 태워야 하는 하나의 작품을 말합니다. 그러면서 예술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그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사진 찍는 개 ‘로버트’는 정말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죠. 이것은 또 하나의 신화, 그리고 믿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벽에 바나나를 걸어두고 이것은 예술이라고 전시하는 시대입니다. 누군가는 황당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창조적이라고 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든 의문의 작품이 고액에 팔리고, 그를 조롱하듯 아무렇게나 만들어서 유명 화가의 작품이라고 내놓는 실험들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불타는 작품에서 로버트 재단은 그 작품이 불태워지면서 사라지기 때문에 더욱 더 많은 사람이 그림을 보러 올 것이고, 그만큼 더 가치가 생긴다고 말합니다. 예술의 가치는 이처럼 희소성에서 발생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예술의 가치가 보는 이들의 믿음에서 생기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권위나 명성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인지. 우리는 어쩌면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의 가치를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믿음이 부족한 사회라고 합니다. 다양한 사기 사건이 일어나고, 거짓말과 배신이 숨 쉬듯 일어납니다. 서로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또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믿음을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믿음을 저버리기에는 우리에게 믿는다는 건 여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회는 혼돈만이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의 믿음을 믿음으로 우리 사회의 믿음을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믿음을 믿기 힘든 사회, 여러분은 믿음을 믿으십니까? 이 소설과 함께 믿는다는 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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