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금융시장을 투기장으로 만들 것인가

관리자
발행일 2011.02.08. 조회수 2334
경제


 지난 2월6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통법) 시행 2주년을 맞아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시장친화적인 자통법 손질을 통해 자본시장의 혁명적 빅뱅을 만들어 내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금융 안정보다는 성장에 기반을 두고 금융기관의 대형화 및 세계적인 IB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헤지펀드 도입과 관련, ‘모범펀드’를 언급하며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할 것임을 강조했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 강화에 나서는 세계 각국의 추세에 역행하는 이명박 정부의 금융정책이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다시 한번 재확인된 셈이다.



 미국은 2010년 볼커룰로 대표되는 금융개혁법안을 통해, 비록 기존 안보다 다소 후퇴하기는 했으나 금융회사 자산의 3% 미만의 범위 내에서 투자하도록 사모·헤지펀드에 대한 간접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유럽 또한 작년 11월11일, 유럽증권시장청(ESMA)에게 사모·헤지펀드 감독 및 검사권을 부여하고, 인수한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여 인수대금을 충당하는 탈법적인 기업사냥에 대해 규제하기로 하는 등 사모·헤지펀드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 법률안을 유럽의회에서 표결에 부쳐 513표의 압도적인 찬성표(반대 92표, 기권 3표)로 승인한 바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G20에서도 대형금융기관과 사모·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논의 중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정면으로 역행하면서 금산분리 완화 뿐만 아니라 은행/증권간의 겸업허용 등 금융규제 완화정책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경실련은 이 같은 이명박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금융산업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주요산업으로 더욱 발전해야하며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야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금융업은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지원 산업으로써 ‘성장’보다는 ‘안정’이 정책운용상의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장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또한 사모·헤지펀드와 파생상품과 같이 리스크가 높은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더욱 강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범펀드’로 이름만 바꿔 규제를 완화하려는 금융당국의 수장의 발언은 국내 금융시장을 더욱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국 사모·헤지펀드는 우리나라에서 자유롭게 투자(투기도 포함)하는 반면 국내 사모·헤지펀드는 그러기 힘든 현재의 상황은, 국내 사모·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외국 사모·헤지펀드에 대한 관리/감독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금융당국의 직무유기 탓이다. 외국 사모·헤지펀드에게도 현재의 국내 사모·헤지펀드 수준으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금융시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사모·헤지펀드들의 투기 경연장으로 전락할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감위 감독정책1국 국장시절 국내 굴지의 은행이었던 외환은행을 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에게 불법매각하는 과정에서 이를 방조했다는 혐의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금융위에서는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7년 넘게 방치하고 있다. 김석동 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이러한 금융관련 현안들을 신속히 해결하고,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금융과 관련한 실효성 있는 규제를 도입하고 수행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자신의 예전 발언을 다시 곱씹어보길 바란다. 그리고 국내 금융회사를 치(治)하는데 들이는 힘의 반만이라도, 외국 투기자본을 치(治)하는데 쏟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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