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칼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시도한 ‘공직자의 명예혁명’, 시행 30년, 국민들은 만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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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4.04. 조회수 34577
칼럼

[월간경실련 2023년 3,4월호][동숭동칼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시도한 ‘공직자의 명예혁명’,
시행 30년, 국민들은 만족할까?


김성달 사무총장


최근 경실련이 윤석열 정부 대통령 비서실의 재산을 분석 발표했다. 결과는 놀랍다. 청와대 참모 37명이 신고재산이 총 1,800억 원으로 1인당 평균 48억 3천만 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부동산재산만 31억 4천만 원이다.


국민들은 전체 가구 중 무주택가구가 40%이고, 가구 평균 재산이 4.6억이다. 청와대 참모들의 재산이 국민 평균치의 10배가 넘는 현실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일부 인사들은 재산이 많다는 이유로 유능한 인재의 공직 진입을 막는 것이 적절한가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물론 단순히 재산이 많다는 점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신고재산 내역을 들여다보면 권한을 남용하여 부당하게 재산을 형성하진 않았는지, 공직자로서 이해충돌 가능성은 없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러한 국민적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투명한 재산공개 제도가 매우 중요하다.


재산공개의 시작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1993년 2월 27일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자신과 직계가족의 재산을 스스로 공개했다. 관련법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나라 처음으로 진행된 것이며, 이후에 주요 공직자들의 재산공개가 이어졌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도 ‘공직자 재산공개는 우리 역사를 바꾸는 명예혁명이라고 규정하고 공직자는 부와 명예를 함께 가지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993년 9월에는 관련법이 만들어졌고, 이후 30년째 ‘공직자 재산공개’가 시행되고 있다.


재산공개는 공직자의 명예혁명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투명한 공직사회 조성 및 부패근절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공직자들은 여전히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신뢰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정호영,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연이은 사퇴,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사퇴 등 공직자 후보들의 자질논란이 잇따라 불거지고 국민의 비판을 받았다. 인사검증 과정의 문제도 있지만, 애초부터 고위공직자 인사기준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공직자인지 사업자인지 국민들이 헷갈릴 정도의 많은 부동산이나 주식재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국민을 위한 민생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신뢰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하지 않는 공직자, 국민을 위해 열심히 봉사할 수 있는 청렴한 공직자를 원한다. 공직자윤리법에는 공직자에 대해 ‘이해충돌 방지 의무, 재산등록 및 공개, 주식거래내역 신고, 등록재산 심사 및 주식백지신탁 등’ 윤리강화를 위한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및 국회법에서도 공직자의 영리업무 및 겸직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2005년에는 주식백지신탁제도도 도입됐다. 3천만 원 초과 주식을 보유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초과되는 주식을 팔거나 백지신탁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 경실련 조사결과에서도 청와대 참모 37명 중 14명인 38%가 임대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상가, 대지 등 실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부동산을 보유한 공직자들도 존재했다. 임대수익은 불로소득인데 1급 이상 공직자의 신분으로 불로소득을 취하는 것이 적절한지 국민들은 동의하기 어렵다. 주식부자도 다수 존재했다. 37명 중 17명인 46%가 3천만 원을 초과해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업무 및 겸직금지, 주식백지신탁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못하는 이유는 ‘직무관련성 심사를 통해 직무관련성이 없다는 경우에 한해 허용’해주는 구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합리적 운용을 명분 삼은 예외규정이 결과적으로는 임대업, 주식부자를 허용해주는 통로가 되어버린 꼴이다. 임대업을 하며 국민을 위한 부동산투기 근절, 보유세 및 임대소득세 등의 공정과세 실현에 적극 나설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주식부자들이 이해충돌 유혹을 떨쳐내고 국민을 위한 민생정책을 제대로 추진할지도 의심스럽다. 이러한 국민적 우려를 의식해서 문재인정부에서는 다주택자들에게 실사용 이외 주택을 처분하라는 권고를 내린 바 있다. 일부는 이행했고, 일부는 이행이 아닌 공직자 신분 포기라는 선택으로 논란이 되었다. 애초 인사 때부터 영리업무 금지를 엄격히 적용했다면 보여주기식 대응으로 국민적 비판을 자초하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참모들이 공개한 재산은 2020년 기준 1인당 평균 13억 6천만 원이다.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윤석열 정부 참모들의 재산이 무려 3.5배나 된다. 과연 윤석열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당선 인사로 밝힌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지가 1년도 안 되어 빛바랬다는 국민들의 분노와 비판을 제대로 인지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재산공개 30년째인 올해 윤석열 정부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시행한 ‘공직자의 명예혁명’을 후퇴시 키지 말고 제대로 이뤄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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