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에 바란다 1

관리자
발행일 2008.02.05. 조회수 485
칼럼

과거 개발연대식 성장 패러다임으로 회귀하고 있는 이명박 당선인 측의 경제정책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었다. 참여와 혁신을 강조하며 개혁정부를 표방하면서도 미숙한 정책과 비개혁적 노선으로 실정을 거듭하던 현 정부를 버리고, 보수를 표방하며 경제제일주의를 내세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민심은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그러나 경실련과 경향신문이 공동으로 대선정책공약 검증을 실시하며 드러났듯이 선거과정에서 정책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분석이나 판단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고 정책선거는 완전히 실종된 선거이었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이명박 당선인 측은 공약으로 내세운 정책들을 거침없이 추진하고 있다. 이에 공약과 인수위의 정책내용을 중심으로 이명박 당선인 측의 경제정책을 다시 한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주요 경제정책들은, 여전히 유효한 747공약과 한반도대운하공약,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금산분리 완화, 규제완화와 공기업민영화, 법인세 등 감세와 부동산세제 완화, 유류세 인하와 통신비 인하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경제정책에 내재되어 있는 기조는 성장제일주의 또는 성장만능주의이다. 경제가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양극화도 해소된다는 것이다. 747공약으로 대변되는 논리이다. 그러나 747이 과연 가능한가, 바람직한가, 인위적인 경기부양의 성과가 과연 상당부분 서민들에게 전달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크다.


당선인과 인수위가 내세우고 있는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국민들이 희망하는 바이지만,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 4.5% 내외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7%의 실질성장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연코 인위적이고 무리한 경기부양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반짝경기를 일으켜 투자가 증가하고 일자리가 늘어나 신 정부의 성과로 선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국민경제에 큰 무담을 지우게 될 것이다. 성장잠재력을 크게 초과하는 무리한 성장정책을 실시하면 일차적으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될 것이며, 이는 특히 서민들의 생활에 큰 주름살을 만들게 될 것이다.


또한 적정 투자와 적정 일자리를 뛰어 넘는 현재의 무리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미래의 투자와 일자리를 당겨쓰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당장에는 투자와 일자리창출의 효과가 나겠지만, 미래에는 투자 감소와 일자리 감소의 후유증을 겪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무리한 경기부양은 그나마 취약한 성장잠재력을 더 갉아 먹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기부양이 과연 바람직한가. 우리는 이를 몰핀경제라 칭한다.


그런데 다행히 경실련을 비롯한 여러 뜻있는 전문가들의 문제제기가 받아들여져, 이명박 당선인은 연7% 경제성장률 목표를 유지하되 일차년도에는 6% 성장율이라는 다소 조정된 경제성장 목표를 제시하였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같은 문제가 상존한다.


한반도대운하도 매우 걱정스럽다. 자연환경을 개발의 대상에서 보존의 대상으로, 그리고 지속가능발전의 한 축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세계적 흐름속에서 이를 역행하는 과거 개발년대식 발상에 우려를 크게 가진다. 시대에 맞지 않는 개발주의와 토건국가가 부활할 위험이 있다. 최근 논쟁이 일고 있듯이, 환경문제, 경제적 타당성, 물류개선, 고용창출, 국토균형발전 등을 둘러싼 찬반의 입장이 극단적으로 나누어져 있어, 타당성 여부에 앞서 국론 분열의 우려가 크다.


단순한 편익비용분석 조차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찬성과 반대쪽에서 제시하는 경부운하의 편익/비용 비율은 0.05에서 2.8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물며 환경파괴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운하사업 추진의 기회비용은 누가 감당할 것인가.


추진방식도 민자유치방식을 활용한다는데, 아직은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지만 BTL방식 등을 통해 민자의 운용손실을 국민의 세금인 정부예산으로 보전해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그동안 경실련의 국책사업분석과 국가계약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게다가 주변 부동산개발이익을 재벌들에게 안겨 주겠다고 한다.


출총제 폐지와 금산분리완화가 더 큰 걱정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투자를 저해한다는 재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있다. 그러나 출총제는 출자를 제한하는 제도이지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번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개혁T/F팀의 자료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현재 출총제 적용대상은 11개 기업집단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재벌도 출총제 적용대상이 아니다. 11개 기업집단들도 출총제 때문에 투자가 저해되지 않는다. 법제가 완화되기 이전에도 차후 투자를 증가시키기에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기업집단은 2개 정도에 불과하였는데, 그나마 제도가 대폭 완화되어 출총제는 투자에 부담되지 않는 제도이다.


재계에서 줄기차게 출총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총수의 경영권 지배에 주목적이 있는 것이며, 이제 금산분리 완화와 함께 출총제 폐지는 재벌들로 하여금 가공자본을 만들어 금융을 독식하는 주효한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 뻔하다. 이는 친기업정책이라기 보다는 친재벌정책이라 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119조 2항은,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제 출총제도 폐지하고 금산분리도 포기하고, 게다가 공정거래법도 경쟁촉진법으로 그 기능을 제한할 것이라는데,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의 경제력집중억제정책은 무엇이며 재벌개혁정책 패러다임은 무엇인가, 그리고 헌법 119조는 어떻게 준수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당선인 측의 경제정책을 들여다보면, 한 마디로 과거 개발연대의 경제정책을 보는 것 같다. 하버드대학의 마이클 포터(M. Porter)는 세계 각국의 경제 분석을 토대로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요소를 기준으로 경제성장 단계를 분석하였다. 초기 단계에는 요소(factor)가, 그 다음 단계에는 투자(investment)가, 그 다음에는 혁신(innovation)이, 그 다음 단계에는 부(wealth)가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이에 근거하여 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다이아몬드이론과 클러스터이론을 내어 놓은 바 있다. 이 연구에 의하면 한국경제는 이미 1990년대에 투자가 성장을 견인하는 단계를 거쳐 혁신이 성장을 견인하는 단계로 성장 패러다임이 변화해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투입물 증대에 따른 산출물 증대를 도모하는 과거방식의 산업정책적 성장전략의 한계가 이미 노정되어 새로운 성장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에, 다시 과거 개발연대식 성장 패러다임으로 회귀하고 있는 이명박 당선인 측의 경제정책을 보면서 큰 우려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는 진보하는가, 반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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