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과 21세기형 시민운동

관리자
발행일 2009.11.18. 조회수 505
칼럼

 


경실련과 21세기형 시민운동



이 종 훈(전 경실련 공동대표)


 


 


1) 20세기형 시민운동


   20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름도 생소한 시민운동을 시작한 경실련은 진정한 민주국가를 실현한다는 시대적 과업을 실천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정신을 창출하여 민주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러한 시민운동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20세기를 맞이하여 일제의 식민정책에 의한 망국으로 학정과 탄압 속에서 선혈들은 독립운동을 시작하였으며, 해방 후에는 독립운동이 건국운동으로 승화되었다. 건국 후에는 반독재민주화운동으로 변했고, 두 번의 군사쿠테타 정권 하에서는 반파쇼민주화운동으로 계속되어 오늘의 시민운동으로 면면히 이어져왔다. 


   따라서 20세기 후반에 처음으로 시작된 시민운동이지만 역사적인 국민운동의 뜻을 이어받았으며, 후진국적인 군사정권의 폭력과 부정과 불법과 싸워야했던 만큼 농성ㆍ가투ㆍ단식 등 과격한 시민운동 즉 하드웨어식의 시민운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사회조직인 정당이나 노조와는 달리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순수한 민중운동이라는 점에서 현대사의 새로운 역사를 창출했다는 데 큰 뜻이 있으며, 여기에 경실련이 앞장섰다.


   불행히도 20세기 후반의 한국사회는 한마디로 권력형 폭력의 정치와 정경유착형 경제로 말미암은 반민주・반인권의 통치가 자행되었기 때문에 시민운동이 국민의 기본적인 민주화와 인권을 찾기 위한 시대적인 시민운동의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따라서 시민운동의 성격은   첫째, 특정 직업과 계층의 권익을 위한 운동이 아니라 전 국민의 기본권 회복의 운동이었던 만큼 거시적인 시민운동이었다. 둘째, 시민운동이 전체 시민의 운동이 아니라 경실련을 비롯하여 몇몇 시민단체의 일방통행적인 시민운동으로 시작하였다. 셋째, 시민운동이 시민사회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운동이 아니라 전적으로 정권의 불법적인 통치에 대한 반대운동이었기 때문에 투쟁적인 시민운동의 성격을 지녔다. 넷째 시민운동이 민주화와 인권이라고 하는 국민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매달렸던 만큼 시대적 이슈중심의 시민운동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이같이 시민운동이 국민적인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거시적이며 투쟁적이며 정부에 대한 일방통행적인 시민운동을 전개함에 따라 국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아 한국현대사에서 역사발전이라는 큰 수레바퀴의 역할을 했으며, 그 중심에 경실련이 있었던 것이다.    


   시민운동이라고 하는 20세기 말의 한국사회의 새로운 장이 큰 역할을 함에 따라 단기간에 수천 개의 시민운동단체가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하면서 시민운동의 순기능과 더불어 역기능도 나타나 시민운동을 시민이 외면하는 상황이 전개되기도 하였다. 특히 시민이 없는 시민운동 등 불미스러운 시민운동이 등장함에 따라 시민들이 경원시하기 시작하였으며, 여기에 언론과 정당이 이념적으로 매도할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정치와 경제에 편승하는 어용시민운동단체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경실련을 비롯한 종래의 진정한 시민운동단체(Net-NGO)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발신하기 위한 새로운 시대적 과업을 창출하여 21세기형 새로운 시민운동의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시대적 사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2) 21세기형 시민운동


   21세기의 새로운 시민운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시민운동이 무엇인가를 찾아야하며 이를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최근 직접 실태조사(설문과 면접)를 한 바 있다. 특히 면접조사에서는 필자기 우리나라 대표적인 9개 단체(경제계ㆍ종교계ㆍ학계ㆍ정계ㆍ여성계ㆍ언론계珝喚筽喧첫灌報샴勳錯灌報?등)를 면담하여 각 단체가 바라는 시민운동의 역할과 방향을 정리한 바 있다.   


 


   최근 시민들이 바라는 21세기형 바람직한 시민운동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경제 단체들은 자본과 시장의 논리를 강조하기 때문에 그 윤리를 주장하는 시민운동을 생리적으로 거부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경제단체들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긍정적인 시민운동을 원하고 있다.


(2) 종교계에서는 민주화와 인권운동을 같이 했던 만큼 동반자적인 관계 속에서 과격한 투쟁보다는 국민생활의 새로운 장을 만드는 생활운동을 강조하고 있다.


(3) 학계에서는 시민운동단체의 구성원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서로 보완관계와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사회의 공동선을 위한 이성적이며 논리적인 시민운동을 권하고 있다.


(4) 정계에서는 시민운동이 확대되면서 정치권의 역할이 축소된다고 생각해 대립과 견제관계로 보고 전방위 운동보다는 합법적인 운동을 바라고 있다.


(5) 여성계에서는 독자적인 여권신장운동과 아울러 시민운동이 새로운 삶의 모습을 찾는 소프트웨어식의 보다 구체적인 시민운동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


(6) 정부당국은 전통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나 시민운동단체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보다도 국민들의 신뢰가 높아짐에 따라 긍정적인 태도로 바뀌면서 경쟁과 견제 관계 속에서 합리적인 시민운동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7) 언론계에서는 일찍이 시민운동과 동반자적 관계로 협력했으나 그 조직과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비판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시민운동의 이념적인 양극화 현상을 부각시켜 견제하면서 시대적인 시민운동을 바라고 있다.


(8) 수많은 시민단체들은 그 정체성과 정당성을 찾기 위한 자정운동의 차원에서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고 있다. 21세기의 시민운동은 모름지기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지 않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문적인 시민운동을 갈구하고 있다.


(9) 농민단체들은 FTA 등 시장개방에 따른 생존문제와 농산물의 수급불안에 따른 3농의 위기 속에 생명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따라서 농민들은 새로운 시민운동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농민과 시민들의 먹거리 운동을 펴 농업의 터전을 지키기를 원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9개 사회단체가 원하는 바람직한 21세기형 시민운동은 한마디로 20세기형을 승화시킨 새로운 시민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첫째 거시적 운동에서 미시적 운동으로, 둘째 일방통행운동에서 쌍방통행운동으로, 셋째 투쟁적 운동에서 정책적 운동으로, 넷째 일시적 이슈운동에서 미래형 지속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21세기형 바람직한 시민운동은 시민과 더불어 하는 전문적이며 소프트웨어식의 시민운동으로 탈바꿈해야 하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다시한번 경실련이 선봉장이 되어 역사적 사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경실련 스스로가 21세기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먼저 자립과 자강의 운동을 병행하면서 종래의 제도와 법률과 형식을 개선하는 하드웨어식의 20세기형 시민운동에서 이제는 그 틀 속에 담아야할 사상과 정신과 철학을 정립하는 소프트웨어식의 새로운 21세기형 시민운동을 펴나가기를 기대한다.


 



 


<약력>
전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경실련 공동대표
현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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