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민단체의 현재와 과제

관리자
발행일 2009.11.18. 조회수 513
칼럼

 


한국 시민단체의 현재와 과제
 


임승빈(전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2000년대 이후의 한국의 시민단체 운동은 이명박 정부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87년 민주화 선언 이후, 90년대의 김대중정부, 그리고 노무현 정부 때 비약적으로 성장한 시민단체는 민주화운동을 선도하고 사회개혁 의제를 선점함으로써 상당수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획득하였다.


 


그러나 노무현정부 때부터는 인권․여성․복지․문화․환경․소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부가 하기 어려운 공익활동을 하며 시민의 참여욕구를 만족시키고 시민의식 수준을 높여 왔다는 긍정적인 지지론과 시민사회단체가 오히려 국론을 양분시키고 있다 또는 좌편향적이다 라는 등의 비판론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2009년 9월 박원순(전 참여연대 사무총장)씨를 국정원이 고발하는 등의 일련의 사태를 보면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명확한 것 같다. 즉, 이명박정부는 촛불집회를 기화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국정의 주요한 파트너였던 진보적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를 배격하는 한편 친정부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을 국정의 파트너로 삼고자 한다. 그 결과 2009년도부터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에 근거한 정부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재정적인 지원액도 대폭적으로 삭감되었다.
원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구미의 여러 나라들은 시민사회의 자발적 에너지를 사회발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직․간접적으로 시민단체의 재정을 지원해 주고 있고, 시민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재정 지원 방법 및 감독 방법 등을 마련하고 있다.


공익적 활동을 하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은 여러 학자들이 언급한 바와 같이 자원배분의 실패를 원인으로, 정부에 의한 서비스제공의 한계 및 비효율성을 원인으로 하여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한국에서도 국정홍보처의 민주공동체실천사업(1994년)을 시작으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1999년)을 통하여 운영하여 왔으나 그 운영기조가 크게 바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NGO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해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 있어왔다.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권력감시 단체들은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지 않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있지만, 또 “국민 세금의 일부로 시민단체를 지원해준다고 해서 이를 색안경을 끼고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역시 원론적인 입장에서 말하자면 정부는 시민사회에 대해 간섭이나 개입해서는 안 되며 시민사회 스스로가 사회문제 해결에 노력하도록 장려해주어야 할 것이다. 정치이념상의 입장 차이로 해당 시민사회단체를 친정부적이면 공익이고 반정부적이면 반사회적이라는 이분적인 구분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주권이 국민에게 귀속된다는 국민주권국가에 살고 있다. 국민은 하나의 집단과 하나의 정치이념에 경도되어 있지 않다. 근대국가와 같이 국가가 합리적 원칙을 상정해 놓고 국민을 계몽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는 푸코(M.Foucault)가 언급한 바와 같이 이성을 근간으로 한 근대사회의 모순과 폭력성도 직시하여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근대 민주주의 원리가 내재된 이성의 잠재력에 주목하며 합리적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제시한 하버마스(J.Harbermas)의 주장도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와 시장(Market)만이 국가의 구성원이 아니다. 당연한 명제지만 대의민주제가 민의를 모두 대변할 수는 없다. 이러한 근대성과 대의민주주의 한계점들을 극복하기 위하여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성이 갖고 있는 폭력성의 본질에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면서 다른 생각, 다른 위치에 있는 시민사회단체와의 의사소통을 끊임없이 시도하여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도 자신들의 집단의 논리에 빠지기 보다는 시민개개인의 책임의식과 주인의식을 찾도록 자아성찰이 필요하다.


 


<약력>
전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현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첨부파일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