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턴키발주 중단에 대한 경실련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12.11.27. 조회수 1894
부동산

토건부패 조장하는 턴키제도 폐지, 대선공약 채택하라


- 원·하도급 내역서 및 원·하도급대비표 등 정보의 상시공개를 적극 환영한다
- 서울시의 턴키발주 중단선언은 고육지책에 불과, 정부는 항구적 대책을 마련하라
- 서울시의 표준품셈 폐지 및 선진국형 실적공사비 도입약속 이행으로 그간의 강고한 공사비 담합구조를 깨야
- 입법부는 중앙정부가 독점한 공사비 산정기준 권한을 지자체에게도 열어야


 


서울시가 300억원이상 대형 공사의 턴키발주(설계시공일괄입찰)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대형 건설공사 입찰 및 계약 관행 4대 혁신방안’을 통해 △공정성 확보 △담합 일벌백계 △중소건설업체 참여와 실적공사비 도입, 투명한 사업비 공개 등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건설업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가 앞장서 고민 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지만, 특혜제도를 독점하고 있는 중앙정부 및 입법부의 후속조치가 요원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중앙정부와 국회는 자신들보다 앞선 서울시의 의지에 발맞춰 관련 법 개정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지난해 국민경제보다는 건설업계만을 이익을 대변하여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유예하였듯이 또다시 토건세력을 위한 특혜제도(특혜규제) 유지에만 매진한다면 재건축 등의 특혜에 이어 또 다시 토건국회․토건정부임을 스스로 증명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건설산업 개선 방안 제시는 긍정적, 제도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


 


서울시는 이번 발표를 통해 자치구와 산하 공기업에서 건설공사의 턴키발주를 원칙적으로 중단하기로 하고, 예외적으로 턴키채택이 불가피한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설계점수를 얻은 업체 중 가장 경제적인 방식을 적용하는 ‘설계적합 최저가방식(Pass or Fail)’을 사용한다. 즉 그간 로비와 담합을 조장해 온 ‘가중치 방식’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위 ‘설계적합 최저가방식’은 가격경쟁을 어느 정도 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서 2002년 12월경 부패방지위원회의 권고사항이었으나,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서도 거의 적용하지 않아 토건국가라는 오명에 일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선두로 건설업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민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서울시는 이외에도 표준품셈제도 및 선진국형 실적공사비 적산제도를 마련하고, 입찰현장 공개와 원하도급 내역서 등 공사비 전반에 관한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1970년부터 사용되어온 표준품셈제도는 예산낭비의 전형적인 사례로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등 극소수의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제도다. 물론 1990년대 버블붕괴이후 일본은 시장단가제로 전환했기 때문에 어찌보면 유일하게 우리나라만이 품셈제도를 신봉하는 셈이다.


 


품셈은 지난 1993년 공사비 적산제도 개선방안 로드맵에서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하였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까지도 강고한 가격거품을 유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 후 10년이 지난 2003년경 정부(건설교통부)는 “획일적인 품셈 적용으로 공사원가 절감 및 생산성 제고를 위한 건설업체들의 기술 개발 노력을 어렵게 했다. 시장가격인 건설공사 계약단가로 예정가격이 산정될 수 있도록 실적공사비를 도입할 것이며 또한 건설협회가 관리중인 표준품셈업무를 국책연구기관으로 이관하여 품셈관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히며 제도의 문제를 인정했다(경실련 2003. 4. 24.자 논평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셈제도 폐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지금도 수조원의 세금이 대형건설업체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다음 정부가 턴키제도 폐지위한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서울시의 금번 조치는 제도가 바뀐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한시적 개선안이라는 한계점은 불가피해 보인다. 토건세력의 지지를 받는 출마자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된다면, 이 같은 조치는 곧바로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앙정부도 최저가낙찰제 확대, 품셈 폐지와 실적 공사비 도입을 발표했지만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상기 제도들은 건설산업의 국제경쟁력확보를 위하여 불가피한 제도로서 많은 만큼의 노력과 실력을 요구되나, 그간 혈세로 손쉽게 이득을 취해 온 토건세력들이 기존의 특혜제도 유지를 위한 로비와 조직적 방해로 이제는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국내의 공사비 산정기준은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어, 지방정부에서 자체적 공사비 적산기준을 작성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그 때문인지 중앙정부는 매번 혈세낭비 및 부풀려진 공사비에 대한 비난을 받고서도, 아무런 견제나 비교를 받지 않아왔던 것이다. 중앙정부의 공사비 산정기준 독점을 깨야 그 동안의 강고한 담합구조 또한 깰 수 있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은 해방이후 수십년간 정부의 보호와 특혜아래 성장해왔다. 부풀려진 공사비, 담합, 하도급 비리 등 건설업계의 고질병은 한두가지로 설명할 수 없으며 이같은 병폐들로 건설업은 우리나라 최대의 부패산업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고 최저가낙찰제 전면 확대와, 실적공사비 및 직접시공제 도입, 공사비의 투명한 공개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이것이 건설업이 부패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건강한 미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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