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운동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관리자
발행일 2009.11.18. 조회수 407
칼럼

 


경실련 운동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이종수(전 경실련 상집위원장)


 


 


  20세 성년을 맞은 경실련의 어깨가 무겁다. 한국 사회의 DNA까지 바꿀 기세로 크고 작은 아젠다를 개발․선창해 온 경실련이 그동안 우리 사회의 발전에 끼친 영향은 참으로 크다. 그러나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창립 초기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강줄기의 변화에 걸맞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였으며, 무엇보다도 시민들 속에 잔뿌리를 내리는데 실패하였다.  


  경실련의 창립은 우리 사회의 큰 흐름 속에서 보면 결국 1987년 체제의 산물이다. 경실련은 그 체제 속에서 역사적 사명을 훌륭하게 수행하였다. 그러나 경실련을 비롯한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1987년 체제의 극복을 통한 새로운 비전과 희망의 창출이라는 시대의 요구를 읽는데 실패하였다. 오늘날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는 원인은 거버넌스 시대를 거번먼트 시대로 되돌리려는(From governance to government !) 보수적 정권의 출범 탓으로 돌릴 수도 있겠으나, 진정한 위기는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준비가 게을렀다는 내부 요인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경실련 조직, on-line 체제로 획기적 전환해야. 
  
  우리는 흔히 ‘웹2.0’ 시대를 얘기한다. 경실련도 근년에 들어와 사이버시스템 구축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 왔다. 그러나 off-line 체제에 기반하면서 on-line에도 약간의 관심을 기울이는 미적지근한 접근으로는 결코 새로운 환경에 깊은 뿌리를 내릴 수 없다. 방향을 거꾸로 하여 on-line 체제로 획기적 전환을 한 뒤 기존의 off-line운영 방식을 가미하는 방향으로 체제를 바꾸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국 최대의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종이신문의 연간 매출액이 인터넷 신문을 기반으로 하는 포털사이트 매출액의 절반에 불과한 현실이라든가, 기존의 종이신문들이 하나같이 인터넷 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점, 그리고 지난 두 차례의 대선과 촛불집회 당시의 사이버 통신의 위력 등을 감안할 때, 조직 측면에서 시민운동이 나아갈 방향은 명확해 진다고 하겠다.
 


 


경실련의 정책 지향, ‘capitalism with a human face'


  경실련의 정책지향을 둘러싸고는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도 여러 논란이 인다. 평자의 관점에 따라 사회개량주의를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평을 듣는가 하면, 중도․진보 단체 또는 중도․보수 단체라는 상반된 범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어떻든 ‘경제정의’의 가치를 내세운 창건자들이 공정한 경쟁질서와 사회적 약자 집단에 대한 배려를 앞세웠다는 점에서 진보적 성향을 지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경제학자를 주축으로 한 초기 참여자들이 ‘경쟁’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장점을 근본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경실련의 정책지향은 중도․진보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경실련의 정책지향과 관련하여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은 현실의 작은 문제에 너무 매몰되어 시대변화의 큰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중․장기적 발전 방향과 과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당면한 현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제시는 시민단체 활동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여기에 너무 매몰될 경우 국민의 눈에는 시민단체와 정치권 그리고 언론의 역할이 구분되지 않고 한 덩어리로 비칠 것이다. 지난 10 여 년간 시민단체가 준정치집단으로 인식되고 정치권과 언론이 잠재적 경쟁자로 여겨 거리를 두거나 심지어는 적대시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경실련은 보다 근본적인 가치, 크고 본질적인 사회적 문제와 씨름하고, 중․장기적 비전을 모색․제시하는 데서 차별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경실련의 노선: ‘不苟從 不苟黙’


 우리 사회에서 연대 활동을 기반으로 한 시민단체의 투쟁 방식은 이제 바뀌어져야 한다. 경실련은 그동안 연대 활동에의 참여를 극도로 자제해 왔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슈마다 이름을 기억하기도 힘든 수많은 연대를 형성하여 투쟁해 온 시민단체들과 경실련을 굳이 구분하려 하지 않는다. 경실련을 다른 시민단체와 명확하게 차별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실련은 그러나 단순히 다른 단체와 차별화하는데 그쳐서는 아니 된다. 성숙한 시민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경실련은 시민단체의 새로운 활동방식을 제시하고 그것을 앞장서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경실련 회원은 외로움과 손가락질을 감수하면서까지 正論을 말해야 하며, ...........”라고 우리는 모일 때마다 ‘다짐’을 한다. 이러한 경실련 회원의 다짐은, 조선 후기 남인의 영수로 서인의 거두 송시열 선생과 예론(禮論) 논쟁을 벌인 허목(許穆) 선생이 남명(南冥) 선생의 기백을 묘사한 ‘不苟從 不苟黙’의 정신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하겠다. 


  힘 있는 강자집단이라고 하여 구차스럽게 따르지 않고, 잘못을 보고도 구차스럽게 침묵하지 않는 경실련의 차별화된 노선이 시민들의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되기를 기대한다. 


 


 


<약력>
- 상임집행위원회 위원장
- 시민권익센터 대표
- 정부개혁위원회 위원장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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