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지방자치법 개정을 위한 시민단체 공동 의견(1995년)

관리자
발행일 1999.10.11. 조회수 3226
정치

I.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문제점


   현재 실시중인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는 지난 3년간의 시행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1.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이 지나치게 제약받고 있습니다.


첫째, 지방자치법에명문으로규정된 지방자치단체의자치권이 다른 관계법률 및 중앙정부의 유무형의중앙통제에 의하여 과도하게 제약됨으로써 지방자치의 근본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둘째, 그나마 주어진 자치권도지방자치단체의 재정능력의 한계 및 단체장 선거의여러번에 걸친 연기로 인해제대로 행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셋째, 중앙과 지방간 사무배분에대한 규정이 불명확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자치단체상호간, 또는자치단체내의 집행기관과 지방의회간의 불필요한마찰이생기고 있으며, 이러한 경우 이를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2. 자치단체의 경우에도 집행부에 비해 지방의회의 권한이 대단히 미약하며, 의원들의 활동여건이 제약되고 있습니다.


'무보수 명예직'이라는 논리에 지나치게집착한 결과 지방의회에 자영상공인이 과다대표(over-represented)되는등 대표성 문제를 안고 있으며, 지방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견제력과정책형성 능력이 낮아 지역주민대표기구라는 그 본래적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방의회 회기의 제한, 사무기구 구성 및 사무직원 임명의 제약 등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을제약하는 요인들로 인해 의정활동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3.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참여방안이 배제되어 있습니다.


풀뿌리 민주주의로 불리우는지방자치제는 주민들의 직접이나 간접적인 참여가 생명임에도 불구하고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못하고있어 주민들의 무관심과 '지방자치 불용론'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구의절반을 차지하고 있는여성들이 지방의회 전체의석의 1% 도 차지하지 못하고있으며, 여성들의 진출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마련되고있지 않아 생활정치를 지향하는지방자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 이외에도자치단체간의상이한 이해관계를 조율할수 있는 행.재정적 체계의 미비, 생활권과행정권의 불일치,일부 불필요한 중층구조 등의 문제가 지적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이 단지 지방자치법및 지방자치 관련 법률의 개정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지는않습니다. 건전한 지방자치의 육성과 정착은 분명 법률 이상의 문제일 것입니다.그러나 [자치권]문제를 포함한상당한문제들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활동에 대한 지나친법률적 제약에 기인하는 바, 이에 대한 조속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II. [지방자치법] 개정의 내용과 방향


1.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강화


1) 자치사무의 확대나 명확화 및 재정적 조처의 명문화


현행 지방자치법 제9조 2항에 예시되고있는 [지방자치단체 사무]는 그 내용이 불명확할 뿐만아니라 '법률에 이와 다른 규정이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단서조항에의해예시의 의미를 상실하고있습니다. 따라서동조 동항의예시는 합리적 기준에의해 선정된더 많은 '지방자치단체의사무'가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개별법의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법에 의해 예시된 사무가 개별법에의해 다시 국가사무로 규정되는 일이 없도록 하여 예시의 의미를 살리도록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가사무를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하는 경우, 위임사무의 처리에 소요되는 필요한재원에 대하여 부담기준을 명문화하여야 합니다.

 


2) 자치입법권의 확립


법 제15조의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범위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수있다' 중'법령의 범위안에서'는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간의 불필요한 마찰을가져오게할 뿐만아니라자치입법권을 필요이상으로 제약할 수있으므로 '법령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내에서'로 개정되어야 합니다.


지방의회의 의결이 '공익을현저히해한다고 판단될 때'에도 상급 자치단체장과 내무부장관이재의를 요구할수있게한 제159조 1항은 해당부분을 삭제하여 '합법성 통제'만 행하도록 하여야 합니다.또 재의결된사항이 대법원에제소된 경우대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그 효력이 중지되도록한 제159조 3항 역시 삭제하여야만 합니다.

 


3) 자치조직권의 확립


시.도의 행정기구를 대통령령으로중앙정부가 정하고 시.군.구의 행정기구는 시.도지사의승인을 얻어당해지방자치단체의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 법 제102조 1항은 대통령령과 시나도지사의 승인과 규칙 대신 지방의회의 조례로 정하도록 개정돼야 합니다.또 소속 행정기관을 설치함에있어'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거나 내무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되어 있는법 제104조, 제105조 및 제107조는 지방의회의 조례로 가능하도록 개정되는 것이 타당합니다.


자치구가 아닌 구와읍.면.동에 하부행정기관을 설치함에 있어 기초자치단체로 하여금시.도지사의 승인을 얻어 규칙으로정하게 한 법 제111조 역시 지방의회의 조례로 가능하도록 고쳐져야 합니다.

 


4)자치행정권의 확립


지방자치단체의사무에관한 자치단체장의 명령이나 처분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현저히 부당하여 공익을 해한다고인정될 경우 내무부장관과상급자치단체장이 서면으로기간을 정하여시정을 명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않으면 이를 취소하거나 정지할수 있게 한 법 제157조 1항은 시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만 하는 내용으로 개정되어야 합니다.


자치단체장에 대한징계및 이행명령제도도입과 부단체장을 국가직으로 하려는 의도는 철회되어야 합니다.이와 같이 자치행정권의강화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히려 단체장에 대한 징계권과 국가사무에 대한 이행명령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방자치의정신에 비추어 이러한 일은절대로 없어야 겠습니다. 재정이나기술의 지원과 같은 간접적인 통제 내지는 협력방식을 확립하기 위해 애써야 할정부가 그러한 노력은 하지않고자치의 기본정신을 해치는 직접적인 통제에 집착하는 것은 선거직인자치단체장에 대한징계권은 지방의회나 지역주민의 고유한 권한이라는 지방자치의이념 및 시대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부단체장에게 권한을 위임할것을 의무화하거나, 이를 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어떠한 입법도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명분상 단체장의 행정적 부담을 덜어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은 민선단체장과 지방의회, 그리고 지역주민이 결정할 문제이지 중앙정부가 나서서 미리 결정해 둘 문제는 아닙니다.법 제101조에규정된 부단체장의 임명절차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제약할 수있는바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사람을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어지방자치단체장이 임명하는 형태로 바뀌어져야 합니다.

 


2. 지방의회의 권한과 기능강화


1) 의회의 운영권 확대


'무보수 명예직' 조항의 개정


지방의원을 명예직으로 규정하고일비와여비의 지급을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안에서하도록 한 법 제32조는삭제하고, 대신 의원의 보수와 처우는 조례로서 당해 단체의 재정능력에 맞게 지방의회 스스로 정하고 주민에 대해 직접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유급제로 하는 경우 소의회제를전제로 하는 것이 옳은 것으로 판단됩니다).'무보수 명예직'은소수의 복잡하지 않은정책문제를 다루는 농업 중심 지역의 작은 자치체등에 어울리는 논리입니다.


광범위한 정책영역에 걸쳐 다수의복잡한 정책문제를 다루는 대도시지역에까지 적용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무보수 명예직'의 무차별 적용은 대도시 의회의 전문화를막고부유한 상공인의 과다진출을조장하는 등의폐단을 노정해 왔습니다. 따라서'의정활동비'를 지급하는방향으로 개정하기로 한 여야의잠정합의는 일단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그러나 이 또한그 구체적 시행은결국 지방자치법 시행령으로 넘어가게되는 바 여기서다시 부적절한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점, 그리고 지역적 특성에 관계없이 거의 무차별적인 지급이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등이 문제점입니다.


시행령에 규정될 지급상한액을 본인의 직무수행 내용과 관계없이지방의원의 당연한 권리쯤으로 인식하는 지방의원도 나올 수있을 것입니다. 지방의회가 조례로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주민에책임을지는 자치적 운영방식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2) 회기의 연장


년간 총회의 일수를 시 도는 100일, 시군 구는 60일 이내로 규정한 법 제41조 3항 역시자치적 운영을확대한다는 취지에서 총회 일수의 하한선을법률로 규정하고 그 이상의회기는 지방의회가 스스로 조례로 정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정하여야 합니다.


같은 취지에서 시.군 및자치구 의회의 상임위원회의 설치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한 법 제50조 2항역시 대통령령의 근거를 삭제하고 당해 지방의회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3) 벌칙제정권의 강화


지방의회가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위임이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법 제15조의 해당 부분은 자치단체의자치권을 유명무실화시킬 수 있는 것이므로 개정하여야 합니다.또한 시.도의회에만, 그것도 3월이하의 징역 또는 구금,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또는 50만원 이하의 과태료의 벌칙만을 정할수 있게 한 법 제20조는모든 지방의회가 이보다 강한벌칙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개정되어야합니다.


국회에서는 여야합의로 오히려동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의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죄형법정주의'를 지나치게 좁게해석하거나 아니면 잘못 해석한데서 나온 판단으로 재고되어야 합니다.

 


4) 사무기구 조직 및 사무직원 임명권 확보


지방의회 사무기구의 조직을규정하고있는 법 제82조는 지방의회의 정책기능 및 견제기능을강화한다는관점에서 지방의회가 조례로서 당해 자치단체의 실정에맞게 자유로이 사무기구를구성할 수있도록 하고, 사무직원의 자격도의회가 자유롭게 정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합니다.같은 맥락에서 법 제83조2항은 집행부 공무원과의 인사교류의 보장을 전제로 '사무직원은 지방의회의 의장이 조례가정하는 바에 의해 임명한다'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법 제84조2항도지방공무원 신분의사무직원에 한하여 적용되도록 개정되어야 합니다.

 


3. 주민참여의 활성화


주민 발안, 주민소환, 주민투표제, 감사 및 조사청구제도 도입


지방자치에 주민이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있는 주민발안제도, 중요 정책사안에 대한주민투표제와 선거직공무원의 위법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주민소환제도, 그리고지방자치단체의 제반 행나재정적 사무에 대한 감사 및 조사청구제도를 도입하여 지방행정 및 의정에 대한주민감시기능을 제고하고 자치단체장및 지방의원들로 하여금 보다 책임적인 의정활동을 구현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4. 지방자치 구역개편의 자율화


지방자치 구역개편은 중앙정부와지방정부간의기능배분 및 현재의 불합리한 계층구조의개편과 동시에고려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선거를 1년여 앞 둔현시점에서 완전한 해결은 시간상 어려우므로 중앙정부는문제제기의 차원에서 머무르고, 자치구역 통폐합문제는 지방자치의정착과 더불어 당해 이해관련 자치단체들간에각 지방의회 및 지역주민들의여론에 따라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합니다.

 


III. 맺는 말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이러한지방자치법의 개정과 아울러 관련 법규와 제도의 정비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여성의원이 보다 많이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강구


무엇보다도 지방자치의취지와시대적 요청에 비해지나치게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여성의 진출을 높일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여성이 최소한 20%정도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각 정당이 앞장서야 합니다.

 


시.군.구의회의원 선거의 정당공천제 배제


또한 선거법 논의과정에서 여야간에 합의가 이루어진것으로 알려진 '시군.구의회의원 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도도입'도 철회되어야 합니다. 아직 정당정치가 충분히성숙되지 못한상황에서 기초의회선거마저 정당공천이 이루어진다면지방자치의 파행과 주민들의무관심은 더욱심화될 것입니다. 따라서현단계에서는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됩니다.현재의 지방자치법은지방자치단체의자치권을좁게 규정하고있을 뿐만 아니라 그 운영에 있어서도중앙정부의 개입을 과도하게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은무엇보다도 지방자치단체의 운영이 중앙정부가 아닌지역주민들에 의해서 통제되는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간과한데서 온 폐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그러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지금, 우리는 이제 자치권 자체를 억제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자치권은 최대한 신장시키면서 주민이 이를 제대로 통제할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합리적토론을 통해 관련 법제를정비하고 그를 통해 중앙정부가 해오던 통제의 역할을 주민이 분담할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입니다.자치권의 확대에 따른폐단도 따르겠지만 이러한 폐단의 경험을 통해 주민의 자치의식과자치능력도 성장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1994년 2월


바람직한 지방자치법 개정을 위한 시민단체 대책회의


대한YMCA연맹. 대한YWCA연합회. 한국여성단체연합. <경실련>.흥사단. 기독교윤리실천운동. 환경운동연합. 지방의정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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