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 바란다] 시대정신 읽는데서 출발해야_임현진 공동대표

관리자
발행일 2012.12.21. 조회수 561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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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는 변화보다 윤회(輪回)가 많다. 민주화 25년이면 강산도 두 번은 바뀌었을 텐데, 여전히 국가는 국민 위에 있고 통치가 협치(協治)를 누르고 있다. 광복 이후 열 분의 대통령이 오고 갔지만 포용과 애정보다 독선과 기만으로 얼룩진 분들이 많았다고 생각된다. 부국강병, 국리민복, 민생복지 등 좋은 얘기는 많았지만 대체로 구두선으로 끝났다. 나라와 겨레를 위해 헌신하려는 순정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지역이나 집단 혹은 가문의 포로가 되어 정명(正命)과 공사(公私)를 가리지 못한 대통령들이 적지 않았다. 성공한 대통령보다 실패한 대통령이 많았던 이유다. 

내일 우리는 새 대통령을 맞이한다. 대한민국이 중심부로 도약하는가 아니면 주변부로 추락하는가 하는 역사적 기로에서 새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의 권력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미래 창발적 변혁과 쇄신을 통해 급변하는 국제정치와 세계경제의 흐름 속에서 한국호(號)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현명하게 이끌어야 할 소명을 지니고 있다. 

새 대통령은 오늘의 시대정신을 잘 읽어야 한다. 복지 대 성장, 환경 대 개발, 평화 대 전쟁, 자주 대 외세, 통일 대 분단 등 이분법적 발상을 지양하고 국민을 중심에 둔 ’균형감과 합리성’으로 정책을 펴나갈 필요가 있다. 위로부터의 리더십을 밑으로부터의 폴로십으로 채워야 한다. 이제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을 구별하고, 실사구시의 정책으로 민생을 보듬어야 한다. 국민을 담보로 미래를 희생하는 인기영합적 정책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는 특정 이념에 포획되기보다 좌우 극단은 버리되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갖는 여러 정책들을 민생개혁을 위해 배열하는 통합적 구심력을 행사해야 한다. 

새 시대, 새 정치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역사는 누적적이지 단절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과거와 미래의 대화로서 역사, 그것은 항시 현재의 눈으로 조망된다. 새 대통령은 이러한 역사의 대면을 통해 잘못된 과거를 반추하고 올바른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 새 대통령은 자신을 만들어준 프레임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박정희프레임이나 노무현프레임도 그중 하나다. 현재적 시각에서 과거의 공과를 비판적으로 미적(微積)하여 미래 구축을 위한 자산으로 키워야 할 것이다. 새 대통령이 잘못된 역사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예전의 ’헌’ 대통령에 다름 아니다. 

돌이켜보면 한국은 불행한 역사의 유제와 속박에도 불구하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한 나라다. 인구 5000만 이상에 1인당 개인소득 2만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7개국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신화 뒤에 우리는 OECD 국가 중에서 제일 빠른 저출산ㆍ고령화는 차치하고라도 자살률 1위, 이혼율 2위라는 어두운 현실이 있다. 국민행복지수가 최하위권이다. 새 대통령은 성공신화의 허위의식에서 벗어나 현실의 빛과 그림자를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말해주듯 경제성장은 분배와 복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고 민주주의도 절차와 실질 사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새 대통령은 보다 아름답고 건전한 미래 건설을 위해 산업화의 표리(表裏)와 민주화의 허실(虛失)을 면밀히 파악하고 극복해야 할 중차대한 책무를 안고 있다. 

민주주의는 이상이며 현실이다. 다수의 이름을 빌린 소수의 다두제(polyarch)이기에 선거를 통해 부단히 지배자를 교체함으로써 살아 움직일 수 있다. 바로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인 이유다. 오늘의 투표는 국민지배와 주권재민을 다시금 확인하는 중요한 전기다. 여러분의 귀중한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 교수ㆍ경실련 공동대표] 


<저작권자 ⓒ매일경제> 이 기사는 2012년 12월 19일 매일경제에 게재되었음을 밝힙니다.

URL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84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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