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칼럼] 정책경쟁 없이 치러질 22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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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4.01. 조회수 16370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3,4월호][동숭동칼럼]

정책경쟁 없이 치러질  22대 총선

 

김성달 사무총장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경제적 불안, 기후위기, 혐오와 갈등 등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 선거는 기회이다. 문제 진단, 정책 경쟁을 겨쳐 국민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심부름꾼을 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올수록 국민의 기대는 실망과 분노로 변하고 있고,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선거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임에도 국민들의 반응이 싸늘해지고 있으니 정치권의 책임이 매우 크다.

 경실련은 22대 총선에서 공정한 공천개혁과 민생 정책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왔다. 21대 현역 의원들의 입법활동과 자질을 검증하여 그 결과를 각 정당에 전달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촉구했다.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과제를 제시하며 공약화를 촉구했다. 연초에는 경향신문과 공동으로 연속기획 ‘정쟁말고 정책’을 진행, 양극화와 기후위기 해소, 선거제도 및 권력기관 개혁, 관피아 근절, 건강보험과 연금개혁 등을 위한 정책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은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 는 총선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생은 뒷전인 채 정치혐오를 부추기고, 공천개혁은커녕 공천파동, 공천잡음 등으로 얼룩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실련이 발표한 공천배제 의원 중 절반 이상이 공천 확정된 것도 공정한 공천이 이루어졌는지를 의심케 한다. 경실련은 의정활동 기본자질, 도덕성, 반개혁적 입법활동 등을 기준으로 현역의원을 평가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34명의 명단을 각 정당에 전달하며 공천배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절반이 넘는 18명이 공천됐다. 이중 10명은 의정활동 기간 규제완화, 조세정의 훼손, 부동산투기 조장, 의료인 특혜 등 반개혁적인 입법활동으로 공천배제 명단에 포함된 의원들이다. 반면 재벌개혁 등의 입법활동에 충실했던 이용우 의원, 박용진 의원 등은 공천을 받지 못했다. 공천이 된 이후 과거 시절의 막말, 부적절한 이력 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퇴한 후보자들도 있다. 투명하고 철저한 검증을 거쳐 국민을 위한 심부름꾼을 내세운 게 아니라 기득권을 대변하는 정치인을 주먹구구식으로 밀실 공천한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정책경쟁이 실종된 것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과거 선거 때마다 미약했지만 정당별 정책경쟁이 이루어졌고, 각 정당의 공약평가도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공약경쟁을 찾아볼 수 없다. 중앙선관위에 10대 공약을 제출했지만 이행기간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재원조달 방안의 구체성도 떨어져 공약이행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와 주거불안, 저출생, 기후위기 등 국민들이 겪고 있는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데도 정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대안도 미흡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당 간 정책경쟁이 이뤄지길 바라며, 거대 양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 중 제1호 공약을 살펴봤다. 국민의힘은 저출생 문제 대응을 목표로 [일·가족 모두 행복]을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세부내용은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 아빠휴가 1개월 의무화 및 육아휴직 활성화, 육아기 유연근무 활성화이다. 이행기간은 별도로 제시하지 않았고, 재원조달방안으로 고용부의 고용보험기금 재원 활용을 제시했다. 저출생 문제를 대응해야 한다는 방향설정은 맞지만 저출생은 경제적 불안, 일자리 불안, 주거불안, 육아 불안 등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가 주요 원인인 만큼 단순히 부처 신설, 육아지원 등으로만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구체적 이행기간을 제시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안정을 목표로 [민생을 촘촘히 챙기겠습니다]를 1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세부내용으로 기본주택 100만호 규모의 주거복합플랫폼 조성, 전세사기 피해자 선보상, 철도 지하화 및 상부개발, 월3만원 청년패스·월5만원 국민패스·무상 어르신패스 도입, 주4일제 도입 기업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행기간은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법 제정 및 개정, 재정사업의 경우 2025년부터 지속적으로 확대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원조달방안은 기본 주택의 경우 주택도시기금과 지방비 활용, 철도지하화 비용의 경우 민간투자 및 상부 개발이익 활용, 그 외의 경우 정부재정 지출구조 조정분으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이다. 세부내용, 이행기간, 재원조달방안 등도 비교적 구체적이다. 다만, 도시철도 지하화는 예산낭비, 민간특혜, 투기조장 등이 우려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기본주택은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발표, 대선공약으로도 제시되었지만 야당이 다수당이었던 21대 국회에서도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지난 21대 총선 투표율은 66.2%였고, 22대 총선 투표율이 21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국민들이 투표에 적극 참여하고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도록 정치권이 더 책임감을 갖고 총선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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