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모니터분석 보고서

관리자
발행일 2000.02.22. 조회수 2258
사회

Ⅰ. 들어가며


TV에서 보여주는 오락프로그램이나 만화에 몰두하고 친구들과의 대화의 많은 부분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인기스타에 집중되어 있는 아이들, 말을 배우기도 전부터 소리나고 움직이는 화면이 길들여지고 익숙해 있어 영상매체가 이미 떼어낼 수 없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아이들이 우리의 어린이들이다.


하지만 오늘날 방송환경은 가장 중요한 수요자 중의 하나인 어린이들을 시청자로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우리 어린이들은 자신의 연령에 맞는 좋은 프로그램은 발견하지 못한 채 청소년이나 십대를 겨냥하여 제작된 가학적이고 폭력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오락 프로그램을 함께 보아야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영상세대란 이름으로 불리며 자라는 아이들이 어떠한 문화를 소유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성장시켜 가는지를 살펴보는 일은 아주 중요하고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이에 본회에서는 공중파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Ⅱ.  분석 대상 및 분석기간


1.분석대상 : 방송3사의 오후 어린이 프로그램
2. 분석기간 : 2000년 1월 31일 ~ 2월 11일


Ⅲ.  분석결과


1. 편성분석


▶홀대받는 어린이 프로그램◀


평일 유아 프로그램 시간대인 오전 시간대를 제외하고 방송사 별로 어린이대상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KBS에서는 요일별로 한 두 편씩의 만화영화와 어린이 매거진 프로그램, 그리고 한편의 어린이 드라마를 매일 방송하고 있다. SBS에서는 일본에서 시청률로 이미 검증 받은 수입 애니메이션만을 두 편 정도편성하고 있으며 그나마 MBC에서는 만화영화도 하루 한 편씩만 편성하고 있다.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주당 단 두 편의 만화영화가 의미하는 것은 MBC에는 어린이 시간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렇게 각 방송사의 어린이 프로그램편성은 마치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편성되어 있어 어린이를 시청 대상에서 거의 제외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청자들의 시청행태를 조사하는 결과에서 어린이들이 매일 평균 3~4시간의 TV를 시청하는 것으로 나온다는 것을 각 방송사의 편성을 담당하는 제작진들이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수입만화영화나 잠깐 보다가 어른들의 프로그램을 끼어 들어 보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주 시청 대상인 좋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 지를 제작진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흔히들 어린이 프로그램은 만화뿐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만의 표현 방식이 아니듯이 어린아이들도 어른들의 드라마가 아닌 자신들의 이야기를 즐기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큐멘터리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어린이 프로그램도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를 모두 포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가족을 위한 방송이 되겠다는 약속을 공공연하게 하는 공중파 방송에서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의 개발에는 선뜻 투자하지 못하는 속사정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어린이 시간의 대부분을 만화영화로 채우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이해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다. 또한 그 중 인기가 있었던 작품은 이미 방송된 것을 얼마 지나지도 않아 몇 번이고 재방송하고 있는 무성의함에는 분노를 표할 수밖에 없다. SBS에서는 지난 설 연휴에도 장안의 화제인 포켓 몬스터를 3일 내내 방영했으며 KBS는 이미 종영된 시리즈 물이지만 아직까지는 인기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인지 2TV의 달의 요정 <세일러문>과 SBS의 <포켓몬스터>가 첫 회부터 다시 방영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어린이들이 방송사의 무성의하고 안일한 제작관행으로 정서발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수입 만화영화를 매일 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잃어버리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서적인 면이라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가장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제는 일본 애니메이션 일색인 어린이 프로에서 벗어나 좀더 다양한 어린이 프로그램의 개발로 교육방송 수준의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접근만이 어린이들에게 다양하고 풍부한 상상력의 세계를 경험하게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주제나 소재에 있어서의 문제점◀


<달의 요정 세일러문>이나 <마법천사 루비> 등의 대부분의 일본 만화영화는 형식은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매 회 옷을 갈아입으며 변신하는 여자주인공이 등장하고 <포켓 몬스터> 에서는 정의로운 마음 외에는 혼자서는 어떤 어려움도 해결 할 수 없는 주인공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괴물이나 마력을 이용하여 목적 즉, 얻고자 하는 대상을 차지하고 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만화라는 구성요소를 가진 일본 문화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면이 여과 없이 보여지고 있는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내용이 선과 악의 이원적 구도로 구성되어 있어 어린이들에게 편가르기와 같은 무언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갈등의 해소 방편으로 언제나 폭력을 사용하고 있어 목적의 정당성만 있으면 폭력도 용납될 수 있다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다 이는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유해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본다. 이렇게 그 형식이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내용이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면죄부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Ⅳ.결론 및 제언


과거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을 넓혀주고 인간적인 접근을 시도했다는 평을 듣던 MBC의 어린이 드라마 <철이의 모험>, , <우주 탐험대>, <범바위골의 비밀>, <호랑이 선생님>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던 제작진들이 더 이상 상업적 논리로 어린이들을 무시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정서에 맞는 우리의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며 시청자들 또한 그저 150여 가지의 딱지를 모으는데 열을 올리는 자녀들의 모습에서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의 문화에 그리고 영상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의 고리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상업주의 만화영화에 열광하고 소비주의에 물들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문화를 어린 시절 잠시 스쳐 지나가는 시기의 놀이문화 정도로 이해하고 무시해 버린다면 기성 세대인 우리들은 더 이상 우리의 고유의 정서와 문화를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가르치기를 포기했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아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문화가 바로 우리 사회가 미래에 향유할 문화이기 때문이다.


단지 어린이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을 양적으로 늘이기만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구색을 맞추는데 급급한 우리나라의 어린이 프로그램의 현실에서는 먼저 편성부터 시청자 층에 어린이들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다음 어린이 프로그램 전문PD들을 배출하는 것이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진행시켜 나가야할 과제들이다. 특화되지 않은 인력에게서 축적된 힘을 발견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 영상세대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우리 어린이들의 감성을 아름답게 다듬어갈 책임 있는 어른들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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