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와 유감(遺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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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07.31. 조회수 2275
칼럼

[월간경실련 2020년 7,8월호 – 시사포커스(2)]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와 유감(遺憾)


 

오세형 경제정책국 팀장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하더라...” 영화 ‘해바라기’ 대사 가운데 하나이다. 범죄의 혐의가 있으면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 무죄면 그에 따른 보상을 받고, 유죄면 합당한 처벌을 받고, 죄값을 다 치르고 나면 다시금 범죄를 안 저지르고 열심히 살기위해 노력하고, 사회도 최대한 편견 없이 받아주는 그런 기본적인 지향이 지켜지는 사회를 그려본다.

진정, 신고, 첩보, 풍문 등으로 진상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 내사를 거치거나, 고소 및 고발에 의하여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공권력을 가진 검찰이나 경찰은 수사를 시작한다. 피의자에 대한 구속, 관련 자료 등에 압수수색 등을 할 수 있다.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고 하지만, 법원은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여,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에는 구속도 행한다.

구속, 압수수색 등의 공권력을 동원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은 매우 강력하다. 대개의 경우, 그 권한이 적정하게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지만, 정치적 이유든 개인적 이유든 검찰 권력이 악용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강압수사, 별건수사, 무리한 기소 등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공권력의 소용돌이에서 개인은 풍비박산을 면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범죄의 혐의라는 빌미를 준 것 자체, 혹은 실제 저지른 범죄에 의한 것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법원을 통해 무죄를 입증 받거나, 작은 죄의 집행유예 등을 받게 되어도, 그 개인의 삶은 이미 상처받고 난도질당해 있는 경우도 많이 있다. 검찰 권력의 또 하나의 핵심인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할 수 있는 권한 또한 매우 강력하다. 떡값검사, 스폰서검사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이유기도 하다. 검찰은 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여 불기소 처분을 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그 권한이 적정하게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지만, 적정하게 판단되는 경우와 달리 전관예우와 합쳐져 매우 자의적으로 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되는 경우에도 법의 심판 자체를 피해갈 수 있는 것이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거나, 범죄를 저지른 경우, 매우 매력적인 처벌 회피 방법일 수 있다.

이렇듯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에 입각한 검찰 공권력의 무소불위화를 막기 위한 검찰 자정 노력으로 도입된 것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이다. 국민의 알권리, 인권 보호 필요성,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하여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을 심의하도록 하고, 해당 사건 검사는 그 의견을 존중하도록 한 것이다. 검찰권력의 남용을 막고 공정한 재판이 이루지도록 하려는 노력이었다.

제도 취지에 비추어 사실 이 제도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을 쉽게 가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이 제도에 편승하여 본인의 범죄의 혐의 있음이 사료되는 경우에 본인에 대한 기소여부를 심의해달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했던 것인가. 예를 들어 삭발이나 단식 등의 수단은 그러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할 마땅한 수단이 없는 사람들이 최후의 방법으로 실행하는 것인데, 권력과 언론을 다 가진 사람들이 그 수단을 빼앗아 이용할 때, 그 수단은 희화화되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 대한 관심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이어서 매우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것이라는 지적을 본 바 있다. 이 지적에 공감하는 바이며 이 경우에도 유사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은 본인이 원하던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얻어냈지만, 그 검찰권 행사의 적정과 인권보호라는 제도적 취지와 기능은 몰각시켜 버렸다. 본인의 행위와 선택에 대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려하기 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제도 뒤에 숨으려한 옹졸한 선택이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 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는 재벌 삼성의 세습이라는 큰 틀의 관련성은 있을지언정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등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되고 대법원까지의 판결과 최종적인 파기환송심의 결과를 앞두고 있는 것과 별개의 것이다. 사실 이 파기환송심에서도 ‘재벌총수봐주기’ 집행유예를 받기 위해 준법감시위설치 등 재판부와 사실상의 공조로 보여지는 꼼수를 행하고 있다. 해당 양형문제 역시 수차례 문제점을 지적했으니 별론으로 하고, 이번 기소건은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가 드러난 것이 핵심이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사후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한 행위의 범죄혐의가 본질이다.1) 관련하여 금융감독원은 검찰 고발을 하였고, 검찰은 이후 수사를 거쳐 현재 최종적인 기소여부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기업의 재무 투명성은 시장경제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관련 행위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법원의 판결을 구해야 하는 내용이 아닐까. 구속영장신청은 기각되었더라도, 당연히 기소하여 최소한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드러난 범죄혐의2)도 많이 있다. 공권력의 수사력으로 얻는 내용은 더 많이 있을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범죄혐의는 검찰의 강압수사를 걱정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전방위적 로비가 가능한 능력을 갖춘 이재용 부회장이 수사심의위원회란 제도 뒤에 숨으려 했던 것을 보아도, 본래 검찰도 기소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수사한 결과를 가지고 원칙대로 기소하여 정당하고 공정한 재판의 결과를 받도록 하는 것이 사법정의다. 조만간 검찰의 기소여부에 대한
결정이 있다고 한다. 유감(遺憾)스러운 선택을 하지 않길 바란다. 검찰이 행해야 할 것은 자명하다.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라.

1) 전성인, [기고] 바보야 문제는 제일모직이야, 한겨레 2018.5.15.
2) 시민사회노동단체공동기자회견, 이재용 부회장 주요 혐의 정리, 202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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