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파탄의 책임을 지고 관련자를 문책하라

관리자
발행일 2001.03.20. 조회수 2601
사회

정부는 올해의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약 4조원의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하였다.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의 적자는 2000년도 건강보험 총 지출의 약 40%에 달하는 실로 엄청난 규모이다. 또한 정부는 보험기금의 고갈로 인하여 직장의보는 5월에, 지역의보는 7월에 각각 파산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건강보험의 재정을 안정시키기 위해 20%의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대규모 정책실패의 결과인 건강보험의 재정파탄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여 건강보험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행위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동안 건강보험은 보험료 징수율의 하락, 지역건강보험에 대한 50% 국고지원 약속의 불완전한 이행 등으로 수입 기반이 취약한데 비해 진료비 심사업무의 부실, 부당․허위청구의 만연, 과도한 보험약가 지출 등의 지출요인이 급속하게 증가함으로써 96년 이후 매년 적자를 보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는 커녕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임시방편적이고도 무책임한 말만 되풀이 하면서 1999년 11월 이후 4차례에 걸쳐 41.5%에 달하는 수가인상을 단행함으로써 재정적자규모를 확대시켜왔다.


건강보험의 재정파탄이 임박한 지금도 정부의 태도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아직도 건강보험의 재정파탄과 관련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엄청난 규모의 정책실패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기 보다는 국민을 상대로 “재정이 파탄났으니 보험료를 올릴 수 밖에 없다”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정부는 재정적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보다는 무사안일과 임시방편으로 일관하고, 이익집단의 환심을 사기 위해 재정수입에 대한 고려없이 수가인상을 허용하며,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정책실패에 따른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해왔다. 이제 건강보험의 재정파탄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 있음은 부인할 길이 없다.


경실련은 건강보험의 재정파탄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과 이에 따른 책임자 문책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정부는 그동안 재정파탄을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는지, 아니면 재정파탄을 예견하고도 문제를 공론화하지 않고 은폐해 왔는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건강보험의 재정파탄을 몰고온 무능하거나 무책임한 공직자는 마땅히 퇴출되어야 한다. 특히 작년 2차례에 걸쳐 보험재정의 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객관적 타당성이 결여된 의보수가 인상을 단행한 보건복지부장관, 부당․허위진료비 청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재정누수를 방치한 심사평가원 원장, 건강보험공단의 운영책임자인 이사장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것이다. 동시에 감사원은 이들 기관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실시하여 직무유기, 업무태만이 인정되는 실무책임자를 문책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의 재정파탄은 중립적인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정책제안에 대해 귀를 막고 독선과 자만에 빠진 정부의 임시방편적이고 책임회피적이며 무사안일한 태도에서 발생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행태가 척결되지 않는 한 그 어떤 대책도 근본대책이 될 수 없음을 정부당국자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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