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인사 의견서

관리자
발행일 2000-09-04 조회수 2858
정치

  오늘날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회적 이해관계들의 상충을 극복하고 발전된 새천년의 미래를 구성해 나가야 하는 시대사적 전기에 직면해 있 다. 하지만 아직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 있어 민주화의 이행정 도가 충실하지 못하여 사회 각 부분에서 개혁과 변화의 요청과 질서와 안 정의 요청이 맞물리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개개집단들의 사적인 이익 이 공익을 형해화시키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가중심적 편의주의가 개인적 권리들을 침해하기도 한다.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공동선을 향 한 이념적 지표에 따라 정서하고 통합하는 민주적 생활방식이 전사회적으로 정착되지 못한 상황인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발족하게 되는 제3기 헌법재판소의 구성에 우리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제4의 국가작용이자 모든 국가작 용을 통할하는 헌법재판은 그 자체가 이러한 상충의 사회현실을 헌법의 이념과 정의의 요청에 따라 상생의 사회생활로 유도.통합해야 한다. 그래서 제3기 헌법재판소는 그간 12년에 걸쳐 헌법재판이 수행하였던 기능들 을 아우르면서 신세기의 희망에 부응하는 국가발전의 지표들을 유효하고 도 정당한 모습으로 엮어 내어 국민들에게 제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제3기 헌법재판소는 제2기의 재판관들이 보였던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국가의 이념과 발전지향을 제시하 고 이에 따라 모든 국가작용들을 통제하거나 조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 어야 할 것이다. 즉 새로운 헌법재판소는 단순히 헌법의 법리적 해석이나 정태적 발견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뚜렷한 이념적 지향 을 가지고 이를 통하여 사회내의 다양한 이해관계들의 대립을 극복하고 조정하며, 나아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헌법해석에 바탕한 새로운 국가 의 창출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헌법재판소 역 시 사회내의 다양한 부분들을 대표하거나 그 이해들을 반영할 수 있는, 이념적으로 균형잡힌 형태로 구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신임 헌법재판관 충원과정은 상당한 부분에 걸쳐 이러한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최고법인 헌법의 해석과 적 용을 통하여 사회내에 존재하는 모든 가치와 이해를 발전적으로 통합하여 야 할 헌법재판소의 역할에 비하여 이미 지명된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가치관이나 이념적 성향들은 오히려 헌법재판소의 구성 자체를 보수적이 고 소극적인 방향으로 편향시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러한 우려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비교적 무난해 보이는 윤영철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경우에 두드러진다. 그는 개인적 자유 특히 재 산권과 관련한 개인적 기본권의 보장에는 상당한 경력을 보이고 있다. 그 러나 이들 개인적 권리들을 공익과 공동선으로 통합하는 부분에는 별다 른 업적이 없어, 헌법해석의 과정을 통하여 신자유주의의 폐해들을 극복 하고 정의와 균형의 국가사회를 구축하여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을 어떻 게 수행해 나갈지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또한 윤 후보자는 재산권 을 중심으로 하는 기득권을 국가적 통제나 간섭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 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다양한 개혁의 요청들 특히 재분배정책을 통 한 사회정의의 실현을 향한 이 시대의 중차대한 지향들을 어떻게 헌법적 으로 포섭하고 그에 상응하는 헌법판단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지 의문 을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그의 변호사 경력을 미루어 보건대, 조세사 건을 제외한 나머지 법영역에서의 상고사건들에서 승소율이 그리 높지 않 다는 사실은 모든 법영역에 대한 종합적이고도 창의적인 판단을 요청하는 헌법재판에서 과연 어떠한 능력을 발휘할 것인가의 문제를 생각케 한 다. 더불어 다양한 의견을 가진 헌법재판관들을 주도적으로 조정하고 통 합함으로써 권위있는 최고의 헌법해석을 이끌어내어야 할 헌법재판소장으 로서의 역할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권승 후보자의 경우 3인의 후보자 중에서 가장 무난한 인선으로 지목 할 수 있다. 그는 법원 내에서는 매우 개성적이고 소신이 뚜렷하여 법조 문이나 판례에 얽매인 기계적인 판결이 아닌 일반국민의 법감정과 상식 에 부합하는 판결을 해야 한다는 것을 지론으로 삼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리고 그간의 법판단에서도 이러한 지론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국민의 법감정과 정의요청과 가장 밀접한 관련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헌 법재판의 담당자로서 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소신에 따라 진취성 있는 법판단을 하여 왔다는 사실은 관행과 편의의 이 름으로 누적되어 왔던 구태를 털어버릴 수 있는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질 을 암시하기에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경우 구체적 타당성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인하여, 일반성과 보편성을 가지고 모든 이해당사자들 을 설득하고 아우를 수 있는, 객관적인 헌법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헌법 해석 본연의 기능이 방해받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김효종 후보자의 경우에는 법관재직시 실정법에 충실한 법판단을 보이 고 있어 일반법관으로서의 능력은 그런대로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이념적 지표들을 헌법의 틀 속에 아울러 사회의 변화를 법체계내로 수용함과 동시에 스스로가 사회변화의 계기를 마련하여야 할 헌법재판 본 연의 기능을 감안할 때, 이러한 보수적.소극적 법판단의 성향으로 과연 헌법재판이라는 막중한 국가기능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택지소유상한법이나 국가보안법, 환경사건 등과 관련 한 사건들에서 사회변화나 시대의식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판단을 하 거나 기존의 법해석을 그대로 반복함으로써 사회적 분쟁을 방치하는 소극 적 판단을 하고 있다. 이는 제2의 입법자라 할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질로서는 상당히 불충분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그는 헌법 재판소 재 판관으로 갖추어야 할 전문적 지식과 시대상황에 대한 통찰력, 그리고 그 를 헌법적 맥락으로 수용, 창의적 헌법해석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이라 는 점에서 크게 미흡하다 할 것이다.



  또한 3인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종합적으로 살펴 볼 때, 제 3기 헌법재판소의 이념적 구성이 보수적 성향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우려 된다. 물론 보수적이라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비난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방향적 구성은, 우리 사회가 오늘날 당면하고 있는 개혁과 안정의 동시적 실현이라는 과제들을 감안할 때 제3기 헌법재판소가 우리 사회의 뚜렷한 이념적 지표로 기능하도록 하는 민주적 정당성과 법리 적 타당성을 갖춘 헌법판단을 내어놓을 수 있을 것인가 의문시된다.



  이번 제3기 헌법재판소 출범의 과정에서 또하나 지적되어야 할 점은, 새로이 임명되어야 할 5명의 헌법재판관 중 2명은 아직 후보자가 발표되 지 않았다는 것이다. 헌법재판관의 성향이나 품성, 자질이 우리 헌정현실 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리고 이 2명에 대하여는 현행법상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불과 보름을 남겨 놓고 있는 이 시점에까지 그들의 자격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제시하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헌정의 확립이라는 시대요청을 크게 저버리는 격이 된다. 이에 이 2명의 지명권자에 대하여 조속한 결정과 그 공개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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