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 비공개 발표에 대한 경실련의 입장

관리자
발행일 2000.02.08. 조회수 4672
정치

  김영삼대통령이 신한국당 대표와의 주례회동을 통해 92년 대선자금 문제는 관련자료가 없기 때문에 공개할수 없다고 밝힌 것은 그간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권위를 존중하면서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깨끗한 정치를 실천하는 계기를 만들기를 기대하던 많은 국민들의 기대를 외면한 처사이다.



  우리는 그동안 대통령이 직접 대선자금의 전모를 공개할 것을 여러차례에 걸쳐 촉구해 왔다. 이는 현재 우리사회가 직면해 있는 총체적인 위기의 원인이 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불신에 기초한 것이므로,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진실을 밝힐 때만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가발전을 위한 국민적 에너지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고 돈정치를 청산하는 제도개혁에 적극 나선다면 현재의 어려운 국정현실을 타개하는 데 모든 국민들이 협력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대선자금 공개라는 범국민적 요구를 저버린 처사는 아직도 대통령이 현재 당면한 국가적 위기를 안이하게 판단하고 있고,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료가 없어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국민 어느 누구도 수긍하기 어려운 변명에 불과하다. 이미 신한국당 회계관리 당직자의 발언, 정태수의 검찰수사과정에서 한보자금의 대선자금 유입 언급설, 김현철씨의 대선자금 잔여금 관리의혹 등 부분적으로 대선자금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는 상황에서 자료가 없이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우리는 대통령의 진실 공개 거부가 가져올 현 위기의 심화를 우려한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 대한 마지막 기대조차 무너뜨린 이번 처사는 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치유불가능한 상황으로 심화시킬 것이다. 이러한 불신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소위 '고비용 정치구조 개선' 등 일련의 정치개혁 노력조차 '진실 은폐'를 무마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질 것이며, 결국 국정에 대한 국민의 협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시한번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진실 은폐'위에 진행되는 제도개혁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현 위기상황의 극복과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도 대선자금에 대한 전모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그 후에 국민과 함께 정치개혁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여야 모두 대선자금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회장 대표가 법․제도 개혁이란 미명하에 '대선자금 비공개'로 입장을 바꾼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으로서, 더우기 21세기 한국 정치를 이끌고 가야 할 차기대통령의 예비후보로서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라고 판단한다.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태도변화는 청산되어야 할 구태를 답습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회창 대표는 분명히 인식하고, 대선자금의 공개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1997년 5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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