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돋다] 가족에 대하여

회원미디어팀
발행일 2024-09-25 조회수 19210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4년 9,10월호][BOOK돋다]

가족에 대하여

- <딸에 대하여>, 그리고 <이상한 정상가족> -

이성윤 회원미디어팀 팀장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요즘 명절의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명절에 가족, 친척들이 시끌벅적하게 모여서 지내던 것도 옛 풍경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죠. 2023년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율은 35%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도 달라지고, 가족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에서는 가족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볼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가족을 이해할 수 있을까, <딸에 대하여>
 여러분은 부모님, 혹은 자녀들의 삶의 방식과 생각을 얼마나 이해하고 계신가요? 아마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서 다툼이 있었던 경험이 다들 한두 번씩은 있을 겁니다. 먼저 소개해 드릴 소설 <딸에 대하여>에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엄마와 딸이 등장합니다.

 엄마는 배울 만큼 배운 딸이 번듯하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살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레즈비언인 딸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런 바람을 말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엄마는 ‘젠’이라는 치매 노인을 돌보고 있습니다. 젠은 젊은 시절 유학도 했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을 했던 명망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결혼도 하지 않고, 가족도 없이 홀로 남겨진 젠에게는 이제 찾아오는 이도 없습니다. 엄마는 젠을 보며 딸의 미래와 자신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그러던 어느날 독립해서 살던 딸이 자신의 연인과 함께 엄마의 집으로 와서 살게 됩니다. 엄마는 함께 살면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게 괴롭기만 합니다. 게다가 딸은 동료 시간강사의 부당해고를 두고 몸이 상해가면서까지 학교에 맞서 싸우기까지 합니다. 엄마는 도무지 딸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될까요?

 <딸에 대하여>는 엄마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딸이 엄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들의 삶이 힘겹고 치열하다는 것만을 엄마의 시점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대신 엄마의 마음을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들은 딸을 온전히 이해해보려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 죽음에 가까워진 한 인간의 마음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딸에 대하여>는 사실 ‘엄마에 대하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부모와 갈등하고 있는 수많은 자녀들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본다면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가족을 위하여,<이상한 정상가족>
 여러분은 ‘가족’이라고 하면 어떤 모습을 떠올리시나요? 대부분은 아버지, 어머니, 자녀로 구성된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정말 이것 뿐일까요? <딸에 대하여>에서 딸과 그의 연인은 자신들을 가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등등 이미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존재합니다. 이제 더 이상 ‘정상(?) 가족’이라는 개념이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입니다. <이상한 정상가족>은 정상가족에 집착하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가족주의의 문제와 그 안에서 소외되고 있는 아동 인권과 미혼모, 다문화 가족 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에서 다양한 가족 형태를 말하는 것은 어떤 가족이 옳고, 어떤 가족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은 아닙 니다. 어떤 가족이라도 존중받아야 하고, 그 안에 있는 개인은 더더욱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책의 시작이 아동 학대와 아동 인권이라는 점은 의미가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자녀, 그중에서도 나이가 어린 아이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자녀에 대한 체벌에 관대한 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학대는 쉽게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부모의 친권이나 어른의 관점이 아닌 아동의 시점에서 아동에게 최선인 대책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입양 문제와 미혼모, 다문화 가족에 이뤄지고 있는 차별과 편견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부모를 지원하고, 그 어떤 아이도 차별받지 않고 자랄 수 있도록 하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책의 소제목에 “삶은 개인적으로, 해결은 집단적으로” 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죠. 책에서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을 빠른 근대화의 과정에서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개인에게 떠넘기면서 시작됐다고 말합니다. 가족 같은 직원, 가족 같은 국민이었다가 위기에서는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했던 것이죠. 그래서 결국 믿을 건 가족 뿐이라는 말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가족주의가 강해지면서 생긴 문제들이 있지만, 가족은 여전히 너무나 당연하게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가족이 더욱 더 안전하고, 더욱 건강한, 지금 더 나은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정상 가족의 형태가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혹자는 부부는 가족이 되어버린 남이라고도 하죠. 부모와 자식은 끊을 수 없는 천륜이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함께 사는 가족도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 갑니다. 그러면서도 내 가족이 아닌 누군가를 무시하고, 차별하기도 하죠.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다양한 삶의 방식이 존재합니다. 이 두 권 책을 통해 잠시나마 가족에 대하여,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삶에 대하여 생각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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