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경실련 특집(2)] 국토부의 과세 기준은 총체적 난국이다

관리자
발행일 2018.11.27. 조회수 1035
칼럼

[월간경실련 2018년 11,12월호] 집값을 내릴 수 있을까?

국토부의 과세 기준은 총체적 난국이다


 

장성현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간사


경실련은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제도의 문제점을 지속해서 고발해 왔다. 일례로 수백억 원을 호가하는 고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시세 반영률이 40~50%에 머물지만, 서민 아파트는 70~80%를 보인다. 쉽게 말해 100억 원짜리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40~50억 원, 1억 원짜리 아파트는 7~8천만 원으로 공시가격이 매겨진다. 정부의 엉터리 공시제도로 인해 부자들은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고 있고, 서민은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을 내고 있다. 조세 불평등이자, 세금 특혜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감정평가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선진국은 일정 자격을 갖춘 감정평가사가 시장 가치(market value)로 공시가격을 산정하지만, 우리나라는 비전문가인 공무원들이 실거래가를 기초로 공시가격을 산정하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거래가가 기초가 되면, 거래가 드문 고가단독주택은 보수적으로 산정돼 시세반영률이 낮아지고, 거래가 활발한 저가 주택은 데이터가 많으니 시세반영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국토부(공무원)가 마음만 먹으면 의도적으로 공시가격을 조작할 수 있다. 정부가 부동산 부자와 재벌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고가단독주택이나 상업빌딩의 시세 반영률을 일부러 낮추더라도 국민은 알 수 없다. 고가주택의 시세반영률이 낮아, 부동산 부자가 세금 특혜를 받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공무원)가 공시가격 산정 과정에 개입해 조작하더라도, 국민은 일절 알 수 없다. 공시가격이 어떤 방법과 과정을 통해 산정되는지, 세금 납부 주체인 국민에게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공개하지 않는 공시가격 산정 과정…엉터리‧조작 비판에도 국토부는 묵묵부답

정동영 의원실을 통해 우리나라 단독주택 상위 50위 가격을 받았다. 공시지가(땅값)와 공시가격(땅값+건물값)을 비교해 봤다. 비교 결과, 엉터리 정도가 아니라 어처구니가 없는 정도였다. 순수 땅값이 땅값+건물값보다 높았다. 문제를 제기하자, 국토부는 급격한 세부담을 우려해 산정가격의 80%로 공시한다는 변명을 내놨다. 국토부 해명대로 산출해봤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경실련은 2016년과 2018년의 최고가 단독주택 상위 50위의 땅값+집값(공시가격)과 땅값(공시지가)을 비교·분석했다. 2016년에는 상위 50채 중 42채가 집(건물)값이 ‘마이너스’였고, 2018년에는 50채 중 18개 집(건물)값이 ‘0원’ 이하였다. 국토부는 경실련이 분석 자료를 발표할 때마다, 책임 회피성 해명자료를 냈다. 국토부는 매년 수천억의 국민 세금을 투입해서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를 조사한다. 89년 공시제도가 도입된 이후 30년 동안 엉터리 부동산가격 공시는 반복되고 있다.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A주택의 ‘집값과 땅값’의 합인 공시가격은 51억 원이다. 하지만 정부가 조사한 ‘땅값’은 63억 원이다. 땅값이 집(건물)값과 땅값의 합보다 12억 원 높다. 국토부가 정한 공시가격과 공시지가를 비교한 결과 이런 고가주택은 상위 50위 안에만 18채나 있다.



주택가격 공시제도의 고질적인 문제는 부자주택 고가주택에서 반복되고 있다. 2016년 기준, 주택공시가격(땅값+집값)이 77억 7천만 원인 한남동 소재 B주택은 공시지가(땅값)가 103억 8천만 원이다. 공시지가(땅값)는 땅값과 건물(집)값을 합한 공시가격보다 26억 원이나 높다. 다시 말해 건물(집)가격이 마이너스 26억 원인 셈이다.

고가주택 대부분은 재벌기업 인가친척 등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소유하고 있는 한남동 소재 C주택은 2016년 기준, 공시(땅+집)가격이 103억 원인데 공시(땅)지가는 119억 원이다. 건물가격이 마이너스 16억 원이었다. 세 번째로 비싼 신세계 회장 소유 한남동 D주택의 경우 공시가격이 129억 원인데 공시(땅)지가는 130억 원이다. 땅값+집값보다 순수 땅값이 1억 원 더 높다.

집(건물)값이 마이너스가 아니더라도, 정부 산정기준에 따른 집(건물)값은 터무니없이 낮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이태원동 주변에 여러 채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중 한 곳인 용산구 이태원동 소재 E주택의 2018년 기준 공시가격은 235억 원, 공시지가는 195억 원이다. 마찬갖로 이건희 회장 소유의 용산구 한남동 G주택에 이어 공시가격 2위이다. F주택은 집값이 마이너스는 아니지만, 평당 건물가격이 390만 원이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적용하는 기본형건축비는 2018년 11월 현재 평당 630만 원이고, 가산비용을 더한 값은 750만 원 대이다. 정부 기준대로 산정하면, 이 회장이 소유한 고가주택의 건물가격은 서민용 아파트 건축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고가주택은 리모델링 비용으로만 수십억 원이 쓰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부의 가격공시제도가 얼마나 엉터리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종로 A주택 반영률은 97%, 강남 삼성동 B주택 차이는 3.2배, ‘공시지가 ’땅값‘은 고무줄’ 제멋대로

이러한 가격 역전 현상에 대해 정부는 “일반 국민의 거주 공간이자 보금자리인 측면을 감안, 급격한 세 부담 증가 완화를 고려하여 조사자가 산정한 가격의 80% 수준으로 공시하기 때문에 공시지가보다 공시가격이 낮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해명한다. 주택 공시비율 80%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논란이 되자, 국토부는 공시가격 산정 시 일률적으로 적용해온 ‘주택 공시비율(산정금액의 80%)’ 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실련은 국토부의 해명이 사실인지 검증하기 위해 80%의 공시비율을 적용하기 전의 땅값(공시지가)과 건물(집)값을 비교했다. 비교 결과, 국토부의 해명은 거짓으로 나타났다.

먼저 땅값은 적정하게 공시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국토부 해명 땅값(공시비율 적용)과 국토부 발표 땅값(공시지가)을 비교했다. 국토부 해명에 따라 공시비율(80%)을 적용하기 전 단독주택 공시가격(땅값+집값)에서 국세청이 양도소득세 및 상속증여세 등의 과세 때 활용하는 ‘건물기준시가’를 제외해 땅값을 산출했다.

그 결과, 고가 단독주택 내에서도 반영률이 천차만별이었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A주택의 경우 국토부 해명에 따른 땅값은 121억 원이었고, 공시지가는 112억 원으로 반영률은 97%이다. 반면에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B주택의 경우 국토부 해명에 따른 땅값은 157억 원이었지만, 공시지가는 49억 원으로 3.2배 차이가 났다.


 
수백억 재벌주택 건축비는 평당 ‘마이너스’ 730만원 VS. 3,000만원 고무줄

이번엔 건물(집)값이다. 국토부 해명대로 공시비율(80%)을 적용하기 전과 후의 건물(집)값을 비교했다. 공시비율 80% 적용 전 공시가격(공시가격 x 1.25) 기준으로 건물(집)값을 산출한 결과, 건물값이 마이너스인 사례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했다. 2018년 공시가격 6위인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C주택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소유다. 공시가격 169억 원에 시세는 325억 원이다. 기존 공시가격 기준으로 건물값은 14억 원(평당 160만 원)이지만 정부 해명을 적용한 건물값은 56억 원(평당 700만 원)으로 상승한다. 한진 일가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공시가격 19위 서울시 종로구 D주택은 공시가격 104억 원, 시세는 210억 원이 넘는다. D주택은 공시지가(땅값)가 공시가격(땅값+집값)보다 높았던, 건물가격이 ‘마이너스’인 집이다. D주택을 국토부 해명에 따라 건물(집)값을 산출한 결과, 평당 건물값은 –2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건물값이 마이너스가 아니라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적용하는 기본형건축비는 750만 원 수준이다. 국토부 해명대로 건물값을 재산출하더라도 재벌이 소유한 고가주택의 건물값은 500만 원에 불과해 서민아파트 평당 건축비보다 낮다. 이런 고가주택은 리모델링 비용으로만 수십억 원이 투입되고, 조경비용으로만 수억 원이 들어간다. 국토부 해명은 거짓말이다.

또한, 국토부와 국세청의 건물값은 각각의 과세 기준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두 기관의 건물값은 서로 큰 차이가 있다. 공시가격 261억 원으로 1위에 오른 이건희 회장 소유의 용산구 한남동 E주택의 경우, 국토부 해명대로 산출한 건물값은 100억 원(평당 2,700만원)이지만, 국세청기준으로 산출한 건물값은 9억 원(평당 245만원)에 불과하다. 정부 기관에 따라 부동산가격공시제도 기준과 값이 달라 불공평 과세의 원인이 되고 있다.



경실련은 그동안 고가주택의 경우 공시지가(땅값)와 공시가격(땅+건물)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해서 부자와 재벌에게 세금 특혜를 제공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국토부 등 정부는 변명과 해명으로 일관했다. 10년 넘게 고가주택과 고가빌딩을 보유한 건물주와 부동산 부자 그리고 재벌은 매년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세금 특혜를 누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수십 년간 잘못된 부동산가격공시제도를 바로잡아 조세형평성 및 재벌에 대한 세금 특혜를 없애야 한다. 또한 공시가격 산정 과정을 세금 납부 주체인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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