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적 개혁운동을 위한 경실련의 과제: 사회적 기업 개념의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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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11.17. 조회수 452
칼럼

 


실천적 개혁운동을 위한 경실련의 과제: 사회적 기업 개념의 도입



권영준(경실련 (사)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경실련 20년과 社会的 起業家


  경실련이 창립 20년을 맞았다. 성년이 된 만큼 그에 걸 맞는 책임성을 갖고 새로운 시민운동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창립 때의 정신은 유지하되, 기존의 관성적인 운동방식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법과 제도개혁이라는 하드웨어 개혁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제도 운용의 민주화라는 소프트웨어 개혁과 아울러 직접 현장에서 실현가능한 대안제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때가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경실련은 공동체가치의 증진이라는 비전에 높은 비중을 두면서도 실천력이 탁월한 사회적 기업가(社会的 起業家)들에게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사회적 기업가가 기업가(企業家, businessman)가 아니고 業을 세우는 기업가(起業家, entrepreneur)임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이해관계자들을 먹여 살리는 기업가(企業家, businessman)가 아니고, 창조적(기업적) 아이디어를 통해서 세상의 문제(빈곤문제, 교육문제, 환경문제, 의료사각지대문제, 양극화문제, 사회통합문제, 지역불균형문제, 평화통일문제 등)를 해결하는 업을 세우는 기업가(起業家, entrepreneur)로서의 창조자(innovators)인 것이다. 즉, 사회적 기업은 “Use the business power to create the better"인 것이다. 사회적 기업가는 사회적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를 넘어서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통상 우리가 기업가(企業家)라고 할 때 쓰는 ‘도모할’ 기(企)자를 사용하는 것이 바른 표기법임에도 불구하고 본고에서는 일으켜 ‘세울’ 기(起)를 사용하는 특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사회적 기업가는 일반적으로 나눔운동에서 말하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사람은 물론 아니고, 나아가 물고기 잡아주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아니라고 하면 다소 의아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사회적 기업가들은 물고기 잡는 시스템을 바꾸어서 경제사회적 약자들이 물고기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변혁시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Fishers of Men rather than Fishermen)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회적 기업가를 한자로 나타낼 때 일으켜 세울 기(起)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시스템을 변혁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사회적 기업은 정확하게 경실련이 추구하는 변혁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이제 21세기 시민운동은 창조적 대안을 통해 사회적기업과 같은 추진력과 실천력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큰 위기를 맞을 것이다. 특히 시민운동이 사회적 기업에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밖에서 비판만 하는(물론 경실련은 비판과 아울러 대안을 제시하는 전통을 갖고 있지만) 운동보다는 문제가 있는 그곳으로 뛰어 들어가서(jump into) 바로 그 문제와 더불어(in and through) 작은 누룩이 엄청난 양의 밀가루를 부풀게 하듯이 문제가 있는 그 현장을 변혁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경실련이 부동산투기방지운동을 지난 20년간 꾸준히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부분의 규제가 전면 무장해제 되고 집값이 다시 경제위기 이전 수준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허탈해 하고 있는데, 만약 경실련이 바로 사회적 기업가로서 혹은 사회적 기업가들을 양성하여 그들과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로 자금을 모집하고 부동산건설 시행사업에 뛰어들어 가장 저렴한 공급가격으로 서민주거용으로 가장 튼튼한 아파트를 건설한다면 이로 인해 아파트 원가공개도 할 수 있고 부실시공도 막을 수 있고 우리가 그동안 수도 없이 비판하고 외치던 건설 비리도 샘플로서 없앨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또 현재 대규모 마트와 중소상인들과의 문제에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SSM문제나, 중소서비스산업 문제,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갈등문제들도 현장 속으로 들어가 사회적기업의 개념으로 우리가 섬긴다면 지금보다도 경실련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변혁의 많은 열매들이 나타날 수도 있으리라 믿는다. 마이크로 크레딧의 대명사인 그라민 뱅크의 무하마드 유누스 박사나 사회적 기업가 양성 및 후원재단인 아쇼카 재단의 빌 드레이튼 같은 사회적 기업가들은 이상과 현실 속에서 비록 힘들더라도 꿋꿋이 앞으로 전진해서 무언가를 반드시 이루어내어 사회적 문제를 현장에서 해결하고 그 영향력으로 종국에는 세상을 변혁하는 사람들이다. 이제 사회적 기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21세기의 시민운동이 시민들 속에서 새로운 나무를 심고 열매를 맺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벤치마킹해야 할 혁신개념인 것이다. 이를 위해 경실련은 사회적 기업가들의 지난 30년간의 사회개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제도개혁이라는 큰 틀에도 관심을 기울이지만, 현장을 가장 중요한 사역지로 최우선 순위를 삼고 있다.


 


 


  사회적 기업가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사회적 기업이란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쟁력 있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고용과 이윤을 적극적으로 창출하되, 이윤을 사용하는 목표가 주주에게 환원하는 개인적인 배당에 있지 않고(주주에게는 제한적인 배당을 하고), 오히려 사회적 목적에 주로 사용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 기업은 정부나 대기업이 해결에 실패한 환경파괴, 인권차별, 실업, 교육 불평등, 경제사회 양극화, 제3세계의 빈곤과 질병 등의 사회문제를 민간부문 스스로 시장경제의 원리를 적극 활용해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이 활성화되고 시장경제의 활력을 높임과 동시에 공동체의 가치를 드높이는 경제가 경실련이 추구하는 다 같이 잘사는 정의로운 민주공동체인 것이다.  


  사회적 기업가에는 크게 두 가지 부류가 존재하는데, 한 부류는 직접 사회적 기업의 최일선에서 사회적 문제들과 씨름하면서 문제들을 풀어가는 최전선 지역형(Front Officer/Local)의 전투가가 있고, 다른 부류는 전지구적 지원형(Back Officer/Global)으로서 주로 Fellow들을 교육 및 양육하고  지원하는 전략가가 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노벨평화상에 빛나는 그라민 뱅크의 유누스 총재이고, 후자가 1978년부터 아무도 관심가지 않는 사회적 기업가들을 양성하기 위해 자기 커리어를 바치면서 지난 25년 동안 지속적으로 이름 없이 사회적 기업가들을 지원했던 아쇼카 재단(Ashoka Fondation)의 설립자 Bill Drayton(예일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이자 워튼스쿨 MBA출신의 경영컨설턴트로서 미연방 환경보호청의 고위관료를 역임)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10년간은 사회적 기업가들에 관한 한  엄청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노벨평화상도 지난 10년 동안 이들 사회적 기업가들을 주목해 왔다. 1997년에는 조디 윌리엄스와 국제지뢰금지캠페인(International Campaign to Ban Landmines)에게, 1999년에는 국경없는 의사회(Doctors without Borders)에게, 2004년에는 그린벨트 운동(Green Belt Movement)의 창립자 왕가리 마타이에게, 2006년에는 무하마드 유누스와 그라민 뱅크에게 노벨평화상이 수여되었다. 이들 사회적 기업가들의 헌신은 이 지구상의 여러 부문에서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는데, 그 중 하나는, 과거에는 사회와 경제라는 두 부문을 완전히 분리시키는 장벽이 존재했는데, 이 장벽이 최근에 완전히 허물어지게 된 것(breakers of  the barriers)이다. 이제는 기업들마저도 악세서리로 생각하던 사회적 책임을 완전히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필수요건으로 인식하는 변화가 대부분의 대기업들에게 찾아온 것이다. 또한 정부 관료들도 정책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가들을 이상적인 파트너로 인식하는 엄청난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무엇보다도 2009년도에 취임한 미국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가 사실상 시카고 지역의 사회적 기업가인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선거기간 내내 변화(CHANGE)라는 구호를 내걸고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을 부르짖지 않았던가. 


  정부나 전통적인 조직들은 모든 문제를 밖에서 쳐다보지만, 사회적 기업가들은 문제 안으로 들어가서 문제를 이해하고 풀어나가는 사람들이다. 또한 그들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계속 문제를 관찰하면서 정책입안자들이 판단착오로 설정한 잘못된 가정들을 정확히 발견하는 현장형 분석력(Action Tank  beyond Think Tank)을 소지하고 있다. 이들은 힘이나 정치권력 등을 업고 일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를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대신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changemaker), 성실하고 꾸준히 일한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사람들의 의존심을 조장하지 않고 인간의 능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용하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열정을 갖고 강력한 동기부여를 항상 놓치지 않고 지성과 열성과 야성을 무기로 사회변혁을 위해 한평생을 헌신하는 사람들(Person with Intelligence, Heart, Ambition)이다. 


  사회적 기업가들은 자신을 믿되 오류가 없는 자신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교정할 줄 아는 자기 자신을 믿는 정직하면서도 늘 다른 사람들의 감동과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감사가 넘치는 도덕적 엘리트(Moral Elite with Integrity and Thanksgiving)이자 정감인(情感人)들이다. 물론 사회적 기업가들 중에 변화를 이끌어낼 정도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아주 소수이다. 그리고 그들이 성공을 한다고 해도 규모면에서나 크기에서 중소기업가로 머무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조직을 확장하는데 결핍된 것은 구조적인 지원의 결핍이지, 발전을 향한 그들의 잠재력의 결핍은 아니다. 오늘날 사회적 기업가들의 정신에 대한 최대의 위협은 조직을 임계량이 허용하는 것만큼의 큰 크기로 만드는데 필요한 금융자산의 부족인데, 세상과 시장은 이들의 헌신에 감동한 나머지 최근에는 곳곳에서 엄청난 재원들이 이들의 사회적 기업에 몰려오고 있는 감동적 현실이 펼쳐지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경실련 상근자와 봉사자 나아가 회원들이 경실련이 사회적 기업과 같은 정신으로 사회문제 속에 직접 뛰어 들어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가들이 어떠한 자질을 갖고 있으며 그들의 성공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자세히 고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회적 기업가들이 많이 나오도록 사회(정부, 기업, 학교, 시민사회 등)가 격려하고 교육하고 동기부여를 시키면서 아낌없이 지원할 때, 그 사회는 그들에게 지원한 몇 십, 몇 백배의 사회적 이익이 돌아올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아름다운 가치관이 살아 역동하는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약력>
전 경실련 중앙위원회 부의장,
    경실련 (사)경제정의연구소 소장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경실련 정책위원장
    경실련 정책협의회 의장
    경실련 금융개혁위원장
현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이글은 2009년 월간경실련 특집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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