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이 통계청 등 정부 자료를 토대로 주택임대소득 규모를 추정한 결과 연간 44조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10%만 환수해도 박근혜 정부의 주거바우처 예산 1조원보다 4배나 많은 금액이다. 그러나 임대소득 신고를 의무화하지 않은 법령 미비로 과세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막대한 불로소득이 사유화 되고 있다. 경실련은 정부와 정치권이 다주택자들의 반발을 핑계로 또다시 과세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공평과세, 경제민주화를 위해 즉각 임대소득 과세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전월세는 750만 가구, 임대주택 등록 사업자는 8만3천명에 그쳐 

현재 월세는 385만, 전세는 377만 가구로 총 임대가구는 750만 가구에 이른다. 그러나 임대사업자 등록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등록율은 여전히 6%에 불과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홍종학의원의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임대소득을 자진 신고한 인원은 주택임대사업 등록자 7만7000여명을 포함해 8만3000여명에 그쳤을 뿐, 나머지 수백만명의 임대인은 신고를 하지 않았다. 임차인․임대인 어느 누구에게도 신고를 의무화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임대소득세는 전세는 1가구 3주택, 보증금 총액 3억원 이상에 대해서만 간주임대료를 적용해 과세하고, 월세는 다주택자, 또는 1주택자지만 주택 공시가격이 9억원을 초과(전세동일)하는 경우 과세하고 있다. 그러나 의무신고가 아니라 자진신고가 원칙이다. 

이처럼 세금에서 자유로운 임대소득자들은 매년 막대한 소득을 거두고 있다. 경실련이 통계청의 자료를 토대로 임대소득 규모을 산출한 결과 전세보증금 총액은 525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주임대료를 적용한 전세가구의 임대료와 월세가구의 연간 임대료 총액은 매년 4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하경제 양성화에 앞서 지상경제에서 벌어지는 탈세부터 바로 잡아라

근로소득세가 최고 38%인 것과 비교해 불로소득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는 전월세를 구분하지 말고 조세형평성 측면에서 철저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근로소득보다 불로소득이 더욱 많은 사회는 전체 사회구성원들의 경제 의욕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또한 집값 거품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정부와 여론 등 토건세력의 뜻대로 임대소득을 올리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투기판에 뛰어들 것이다. 

그나마 박근혜 정부가 월세와 1가구 2주택 전세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과세하겠다고 발표했었지만 이마저도 정당과 언론, 다주택자들의 반발에 유예됐다. 이들은 임대주택 공급축소, 세금전가 등 각종 거짓 부작용을 강조하며 불로소득 세금 특혜를 주장했다. 과거 정권들의 행태롤 보았을 때 정부가 스스로 방치했던 임대소득의 세금부과를 또다시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같다. 

시장에는 이미 통용되는 임대료 시세가 있기 때문에 세금을 전가해 임대료를 상승시킬 경우 임차인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최근 월세 공급 확대로 월세가격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어 이를 세입자에게 전가하기는 더욱 힘든 상황이다. 또한 다주택자의 주택은 임대주택이 아니면 사용할 방도가 없다. 다만 세금납부로 인한 임대소득 감소로 신규 임대인들은 크게 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는 임대소득을 노리고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하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주택 소유 편중을 바로 잡을 수 있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주택 이상 소유 다주택자는 총 136만6000명이며, 이 중 3주택이상 보유자는 21만1000명이다. 지난 2005년 행정부는 상위5%가 전체 주택의 21%를 소유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동안 임대소득과 재산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지 못하면서 주택 보유의 편중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어떤 것이 우리 경제의 발전과 지속성, 주거복지를 위해 올바른 정책인지 인지하고 즉각 임대소득세에 대한 철저한 과세를 실시해야 한다. 야당 또한  다주택자들의 편에서 거짓 부작용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주거복지를 위한 재원마련이 될 수 있는 임대소득세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강조하는 야당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끝.

별첨)연간 임대소득 규모 추정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