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칼럼] 부자감세, 토건사업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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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07-29 조회수 36747
칼럼

[월간경실련 2024년 7,8월호][동숭동칼럼]

부자감세, 토건사업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김성달 사무총장

 22대 국회가 개원 50일이 지났는데도 개원식을 못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대부분 6월에 개원식이 열렸고, 21대 국회에서 7월 16일로 가장 늦게 열렸다. 22대 국회는 당초 7월 초에 예정되어 있었으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채상병 특검법안 본회의 통과에 여당이 강력히 반발하며 무산됐고, 이후 일정조차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극한 대치 상황에서도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정책도 있다. 바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폐지와 철도지하화 사업 등과 같은 부자감세, 토건정책이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제고하고, 부동산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과대상 및 세율의 완화와 강화가 번복되며 논란이 되었다. 집값이 폭등했던 문재인 정부에서도 임기 중반까지 강화됐지만 임기 말부터는 여야야합으로 지속적으로 후퇴됐다. 대선을 앞두고 2021년 9월 여야합의로 종부세법이 개정됐고, 1주택자 종부세 부과 대상이 당초 주택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11억원 초과로 완화됐다. 윤석열 정부 이후인 2022년 12월에 여야는 다시 종부세법을 개정했고, 1주택자는 12억원 초과, 다주택자는 6억원에서 9억원 초과로 부과대상이 완화되고, 세율도 전반적으로 인하됐다. 정부도 거들었다. 종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공정시장 가액비율을 2021년 95%에서 2022년 60%로 대폭 완화시켰고, 공시가격 시세반영률도 이전보다 낮춘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가격 하향 안정세까지 이어지며 2023년 주택분 종부세 부과대상과 세액이 모두 2022년의 1/3 이하로 축소됐다.

 22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로는 아예 더불어민주당에서 1주택자 종부세 폐지 얘기까지 거론되었다. 최근 이재명 전 대표도 “종합부동산세가 불필요하게 과도한 갈등과 저항을 만들어낸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점검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해서는 시행 유예 가능성도 내비쳤다. 2005년 종부세를 도입하고, 문재인 정부 중반까지 집값폭등과 투기근절의 해법이라 강조하며 관련법을 2차례 개정, 세율 인상 등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선회에 국민의힘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 나아가 상속세 개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도 주장하고 있다. 부자감세를 위한 여야의 선심성 부자감세 정책 경쟁에 서민을 위한 고민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철도지하화 사업 추진에서도 여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 말인 2024년 1월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이 여야의원 257명 찬성으로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5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과거에도 철도지하화 사업은 선거 때 공약으로 수차례 제시되어 왔으나 막대한 사업비와 비용조달 문제로 번번히 추진되지 못해왔다. 뿐만 아니라 환경파괴, 상부부지 통합개발할 경우 부동산투기, 민간사업자 특혜 등의 문제도 심각하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철도지하화 사업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22대 총선 때는 거대 양당의 공약으로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구도심 철도 지하화를 공약화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도심 모든 지상철도 지하화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당시 언론에는 공약이행을 위한 사업비가 무려 국민의힘이 약 50조원, 더불어민주당이 약 103조원이나 된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거대양당은 특별법 제정으로 역사부지를 민간사업자와 함께 개발, 그 이익으로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도 민생토론회를 통해 철도지하화 사업을 약속했다. 국토부는 지난 5월에 지자체의 원활한 사업제안을 지원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안)을 마련했고, 올해 10월 말까지 광역단체가 제안한 사업을 대상으로 올해 말 1차 선도사업을 선정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22조 4대강 사업을 추진했고,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대강 사업이 ‘전형적인 망국사업’이라며 반대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4대강 사업 사업비의 2배~5배 규모나 되는 철도지하화 사업을 여야가 경쟁적으로 선거 공약으로 채택했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하여 토건사업 특혜법안을 만들고 국민자산과 혈세 낭비, 환경파괴와 부동산투기 조장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여야의 구태의연한 토건정치에 실망스러울 뿐이다.

 거듭되는 국회 파행으로 당분간 국회에서 여야 협치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자영업자 폐업신고가 100만에 육박하는 등 서민경제의 어두운 현실에 여야협치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여야협치가 부자감세와 철도지하화 사업 추진, 부동산 규제완화 등에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혜책은 일자리와 주거불안, 기후위기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 삶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국회와 정부는 지금이라도 관련 정책을 전면재검토하고 서민경제 회복을 위한 근본대책을 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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