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달 경실련 신임 사무총장

관리자
발행일 2023.02.03. 조회수 37036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3년 1,2월호-인터뷰]

“경실련이 필요하실 때, 그곳에 있겠습니다”


-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 -


문규경 회원미디어국 간사


“항상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어요.” 김성달 사무총장의 첫 마디였습니다. 경실련 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으로 선출되어 2023년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김성달 총장은 수식어만큼이나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습니다. 경실련에서는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으로 한바탕 돌풍을 일으켰던 주역이고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며, 많은 국민적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좋은 본보기로서 화합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친 김성달 경실련 신임 사무총장을 만나봤습니다.




Q.경실련 제14대 사무총장이 되신 소감과 각오가 궁금합니다.

A. 안녕하세요! 이번에 경실련 사무총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김성달입니다. 1999년, 경실련에 입사하여 지난 20여 년간은 시민운동가로서 우뚝 설 수 있는 데 집중해왔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경실련이라는 중요한 시민사회 조직의 상근 리더가 된다는 것은 저에게는 도전이면서 새롭고 낯선 느낌입니다. 그런 불안감이 한편에 있지만 어떻게 하면 지난 20여 년의 내공을 녹여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즐거운 고민을 하는 시간들로 만들고 싶습니다.


하루하루가 무겁지만 또 어떻게 즐겁게 나를 시험하고 나의 도전에 상근자들의 마음을 얻어서 경실련을 이끌어나갈지를 스스로 매일 고민하는 시간으로 가져가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급여도 어렵고, 근무 조건도 열악할 수 밖에 없는 경실련 활동에서 무엇보다도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특히, 상근자 한사람 한사람이 우리 경실련에 필요하고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주면서 힘을 북돋아 주고 싶습니다. 저 혼자의 리더십이 부족한 만큼 회원님들, 위원님들과 가능하면 많이 만나면서 저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기회로 삼고 싶어요.


Q.경실련 활동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A. 저는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라는 국책기관에서 근무했습니다. 제가 처음 맡은 일이 2000년 서울 도시기본계획이라는 연구 프로젝트에서 연구 보조하는 역할이었어요. 그걸 하면서 느꼈던 갈등이 정말 어렵게 만들고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막상 서울시에서는 이 연구의 활용도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았어요. 왜 우리는 잘 활용하지도 못하는 이런 보고서 작업에 이렇게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는 정부기관과 연구원의 관계를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왜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연구를 이렇게 중요한 연구기관에서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몇몇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자연스럽게 프로젝트가 종료됨과 동시에 퇴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한두달 간을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에 신문을 딱 봤는데, 경실련 구인광고가 뜬 거에요. 그때만 해도 경실련이 일간지에 사람을 뽑는다는 걸 올렸더라고요. 1999년에 경실련이 갖는 위상은 지금보다 훨씬 컸습니다. 저 같이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는 언론에 많이 노출되는 경실련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건 기회라고 느꼈습니다. 연구 조직에서 느끼는 한계가 있었는데, 마침 구인광고에 ‘도시’라는 말이 있었어요. 바로 지금의 ‘경실련 도시개혁센터’에서 사람을 뽑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바로 원서를 냈어요.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워낙 큰 조직이고 제가 갖는 역량이 부족한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도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면접을 보게 되었어요. 여러 명의 지원자가 왔고 제가 바로 채용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경실련에서 역할을 좀 해달라고 해서 아르바이트식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활동가로서 자리 잡게 되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Q. 당시 경실련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A. 진짜 열악했습니다. 지금은 상상이 안되는데, 정동 큰 사무실 하나에 40명 정도 되는 인원이 따닥따닥 붙어서 일을 하고 있었고 그 전에 제가 일했던 연구원과 비교해보면 상당히 열악한 수준이었어요. 더 웃긴 건 제가 무더운 6월 정도에 입사를 했는데 그 넓은 공간에 에어컨이 딱 하나밖에 없었어요. 그러니까 소음은 엄청 크고 하나도 시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옷차림도 반바지를 입기도 하고, 이전 직장에 비하면 격식을 넘어서는 옷차림이었습니다. 쾌적성은 떨어졌지만 젊은 그룹들이 여기서 이야기하면 저기서도 다 들릴 정도로 소통하는 그런 식의 자유로운 소통 방식과 분위기가 이전 직장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장점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국장님들은 나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사님들과 유연하게 생각을 주고 받는 모습이 너무 자연스럽더라고요. 그런 걸 보면서 확실히 다른 조직이라는 생각을 했고, 오히려 제가 여기서 이질적인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한마디로 온실 속 연구원에 있다가 학생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왔으니까요.


Q. 경실련에서 일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을까요?

A.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을 하면서 많은 새로운 경험을 했고 그 결과에 대해서 스스로가 성취감도 느꼈습니다. 정말 밤을 새워가면서 운동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일단, 발런티어와 활동가 간의 수평적 팀워크가 가능한 곳이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활동가 안에서의 팀워크가 시너지로 이어지고 그것이 운동의 성과로 이루어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그때 경험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문제제기가 활발하게 되는 조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보니, 서로 갈등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그게 생동감이 있고 살아있는 조직이라고 느꼈습니다.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을 하면서 우리가 제시한 정책을 위해서 고발도 하고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했어요. 전문가 그룹도 운동에 많이 참여했기 때문에 정치권과 정부에게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서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노력도 진행이 되었습니다. 그다음
으로 경실련 회원 홍보를 담당하시는 분들과 어떻게 하면 시민들과 호흡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온라인 서명운동을 처음으로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시민들과 아파트값거품빼기에 대한 댓글을 특정사이트에 올려서 서버를 다운시켜본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시민 서포터즈를 모집해서 옥외 집회를 했습니다. 동화면세점 앞에서 몇백 명의 시민들과 같이 문제제기를 했었고 심상정 의원과 원희룡 장관도 당시 참가해서 우리 문제에 공감해주셨고 이후 촛불 시민모임도 진행했었습니다.


이 운동을 통해 주택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경실련이 바가지 분양을 근절하도록 후분양과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했는데요. 그 결과 2008년 민간 분양가상한제라는 제도가 도입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됨과 동시에 우리가 얘기했던 분양원가 공개도 어느 정도 이루어집니다. 원가공개가 우리가 원하는 수준이 100이라면 100까지는 아니지만,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가격을 높이 못 받게 정해버리니까 거기에 맞는 항목별 원가를 공개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집값을 낮추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Q. 올해 신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제가 경실련과 인연을 맺은 지가 20여 년이 되었지만 그동안은 주로 정책 분야의 운동가로서 자리매김을 했다면 이제는 거기에 플러스로 리더십을 스스로가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도 아직 해보지 않은 낯선 영역이기에 제 안에 숨겨진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를 잘 찾아보고 자꾸 꺼내려는 노력들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리더십을 키워나가면서 기존에는 제가 부동산 운동가였다면, 지금은 상근자들의 리더인 시민운동가로 영역을 확장해야 할 것입니다. 총장 임기가 2년으로 조정이 됐기 때문에 저에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어렵고 낯선 것들에 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나태함을 경계하면서 스스로에게 떳떳한 한해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경실련 활동을 오래하면서 성취감을 느낀 경험이 있지만, 저 같은 성취감을 갖지 못한 활동가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분들이 그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가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되는지를 고민하려고 합니다. 활동가 각 개인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이뤄나가는 과정을 많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숨에 해결은 못하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바꿔 나가다 보면 변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우리 조직 안에서 제가 사무총장이됨과 동시에 이런 변화들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그런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해결 안되는 부분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어떤 것 하나는 제대로 변화가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Q. 회원님들께 책 한권을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A. ‘일본의 건설산업’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건설이 아주 전문가적인 영역이라고 알고 있고 부패한 것이라고 다 생각하지만 그것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어떻게 풀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전문 영역이라서 들여다보지 못하거든요. 경실련이 시민사회에서는 유일하게 국책감시를 하면서 건설 정책을 감시하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제가 이 책을 접하게 되었는데, 너무 쉽게 잘 정리되어 있었어요. 부패와 담합, 예산 감시 등의 영역을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도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일본의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는 것이 경제 위기로까지 가는 것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부동산 거품이 어떤 폐해이고, 그게 건설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최근에 계속 되는 건설 붕괴사고도 있었는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 부패 덩어리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그 부패를 가능하게 하는 잘못된 제도를 살펴보면서 어떤 정책적 대안을 찾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서 읽으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이 그런 내용을 쉽게 정리해줬기 때문에 회원님들과 이 책으로 회원 모임이나 같이 세미나를 하면서 생각을 나눠보는 시간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 회원님들과 어떻게 함께하고 싶으신가요?

A. “회원님들은 경실련과 무엇을 하길 원하십니까?”라고 되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회원님들이 원하시는 걸 섣부르게 정의내려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성찰이 필요합니다. 제가 맡은 역할과 함께 그런 고민을 갖게 되었고 회원님들은 무엇을 원하시는지 저는 자꾸 되물었으면 좋겠어요. 경실련이 가지고 있는 고유 미션은 가져가되 회원님들이 원하시는 것을 찾고 받아들이는 노력들을 많이 해야 한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회원님들께서 자원봉사 개념으로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월간경실련 라벨을 붙일 때도 많은 도움을 주셨고요. 지금은 단순한 업무들은 기계화되면서 회원님들과 자원봉사 형태로 함께 할만한 콘텐츠가 많이 없어졌습니다.


이제는 회원님들과의 편안한 소통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회원님들께서 어디가서 분노하고 싶으실 때 경실련이 그 자리에 있어야 되는 것이고, 회원님들이 편안한 여가를 보내고 싶으실 때 함께하는 그런 맞춤형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무거운 느낌의 자원봉사나 재능기부 쪽으로만 생각하다 보니 콘텐츠가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회원님들과 말랑말랑한 것들부터 시작해서 대화의 마중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서 전달할 지에 대해서는 저보다 회원팀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의견을 많이 듣도록 하겠습니다.


Q. 경실련 회원님들께 전하는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A. 과거에는 하나의 정책을 알려드리고 동참을 요청하는 경실련이었다면 이제는 경실련을 믿어주시고 지지해주시고 무조건적인 애정과 사랑을 적극 갈구합니다. 경실련도 더 좋은 변화를 만드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약속드리며, 모든 회원님들의 가정이 건강하시고 희망을 잃지 않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경실련에서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부장, (사)경실련도시개혁센터 국장,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 정책국장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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