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의 타겟

관리자
발행일 2012.01.07. 조회수 1099
스토리

시민운동은 사안마다 타켓을 정해야 한다. 문제의 주범이거나 정책 입안자 등 특정 세력을 대상으로 해야 운동의 효과도 생기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동을 하다 보면 이 타겟이 아닌 사람들도 겹겹이 꼬여 같은 판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상대를 대하기 굉장히 힘들어진다.


가령 상비약 약국외 판매라던가, 이번 서울시의 종상향 재건축 문제가 그렇다. 지난 2006년 참여정부의 부동산광풍이 시작된 곳이 바로 강남 재건축아파트 단지인데 이번에 또다시 그런 현상이 시작될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 가락시영은 6,600가구의 초대형 단지로 재건축을 통해 9천여 세대로 탈바꿈한다. 35층의 고층아파트 숲이 들어서는 것이다.


 


종상향에 대한 논란은 논외로 치고 경실련의 가락시영아파트 종상햔 반대로 인해 그동안 가락시영의 재건축을 염원해왔던 조합원들의 항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당신들이 뭔데 우리 재건축을 신경쓰고 딴지를 거냐“는 거다. ”너희 집은 재건축 안되고 우리 집만 되니까 배 아파서 그러냐“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나도 사람인지라 쌍욕하고 소리 지르는 분들께 정중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솔직히 그런 분들과 토론은 할 수도 없다. 이미 내말에 귀 닫고 소리부터 지르는 분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단순 종상향만으로 조합원 부담금이 평균 1억원정도 줄어든다고 하니 이렇게 항의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가략시영아파트는 지어진지가 30년이 넘어 주거환경이 굉장히 좋지 않다. 많은 집이 비가 세고 녹물 나오고, 하수구가 막히는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전화를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50-70대 분들로 해당 아파트에서 20년 이상 주거해온 분들이다. 그분들은 우리가 무슨 투기세력이고 돈을 벌려고 그러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를 그렇게 몰아가느냐고 항변한다. 또, 이런 집에서 더 이상 살기는 너무 힘들어 모든 조합원들이 염원해 왔었다며 재건축을 하지 않으면 우리보고 이런 곳에서 평생 살라는 거냐고 울분을 토로한다.

대부분 시민운동의 타겟은 ‘있는 사람들’이기에 각종 항의전화에 반박도 하고 강하게 받아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부동산 폭등기 투기를 위해 집을 구입한 사람이 아니고 가락시영 아파트에서 수십년 살아온 원주민들을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든게 사실이다.

수십년전 당시로서는 서울외곽에 구입한 아파트가 값이 많이 오른 것 뿐이니까. 물론 13평 가락시영아파트가 현재 5억원 내외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비정상적인 서울 아파트 값의 단면이다. 이 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주변 시세에 따라 또다시 수억원 상승할 것이다.

재미난 사실은 가락시영 재건축 항의 전화를 걸어오는 분들 중 세입자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세입자들은 쫓겨날 날만을 기다리며 숨죽여 있을 뿐이다. 언론에 따르면 현재 가락시영아파트의 세입자는 전체가구의 70%정도에 이른다. 이들 중 대부분은 재건축이 될 경우 다시는 이곳으로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현재 6-7천만원인 전세가격이 재건축 후 민간전세는 말할 것도 없고 시세의 80%로 책정될 장기전세주택도 지금의 몇 배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재건축 종상향 운동의 타겟을 누구로 잡아야 할까.. 이해 당사자인 조합원들이 필연적으로 같은 판에 들어올 수밖에 없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이냐도 운동의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재건축 종상향 관련한 경실련 운동의 타겟은 재건축조합이 아니라 밀실에서 이 중대안 사안을 처리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와 서울시의 수장 박원순 시장이라는 것이다. 과거 뉴타운 광풍을 정치권에서 몰고온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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