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왜 정당설립 요건을 완화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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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02.02. 조회수 35403
칼럼

[월간경실련 2023년 1,2월호 – 특집. 2024 정치개혁을 향하여(2)]

왜 정당설립 요건을 완화해야 하는가?


오주섭 광주경실련 사무처장


1. 정치개혁의 필요성

최근 물가와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경제 불안, 10.29참사로 확인된 ‘대한민국 재난안전시스템의 총체적 부실’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진영 논리’를 앞세운 정쟁에 몰두하며 민생은 뒷전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다.


누가 더 책임이 큰지 들여다보면 대통령제하에서는 대통령 권력을 쥔 쪽이 더 책임이 클 수 밖에 없다. 즉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책임이 더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치제도 즉 선거제도가 확 바뀌어야 지금의 위기를 해소하고 국민이 그래도 조금은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다. 거대양당 기득권 독점 정치를 타파하지 않고서 정치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산에 가서 물고기를 잡으려고 하는 것과 같다. 심화 되어가는 양당 독점을 타파하는 것.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다당제를 활성화시켜 정치에 경쟁과 활력을 불어넣는 것. 이게 바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치개혁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사람도 문제지만 제도가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재 소선거구제와 양당독점 구조하에선 정말로 유능한 사람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300명 중 1명일 뿐 당내 또는 국회에서 선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
휘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2020년 4월 15일에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켰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먼저 만들면서 더불어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나중에 만들긴 했지만 오십보백보였다.


제도를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그 빈틈을 파고들어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다. 양당이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무력화시키면서 결과적으로 당시 총 의석 300석 중에서 민주당은 183석(지역구 163석, 비례대표 더불어시민당 17석·열린민주당 3석),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103석(지역구 84석, 비례대표 미래한국당 19석), 정의당 6석(지역구 1석, 비례대표 5석), 무소속 5석(지역구), 국민의당은 3석(비례대표)을 차지했다.


총 의석수 300석 중 더불어민주당은 위성정당을 포함하여 183석, 국민의힘은 103석으로 합하면 286석, 총의석수의 95.3%를 양당이 차지했다. 이러한 거대양당 구조하에선 정치에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고, 정쟁만 난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2. 왜 지역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해야 하는가?(정당법 개정)
1) 현황

현행 정당법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보유한 5개 이상 시·도당을 둘 경우 정당 설립을 인정하고 있다, 사실상 전국 정당만을 인정하고 있다.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같이 정당의 구성이나 조직 등을 규정한 별도의 정당법을 가지
고 있는 국가는 독일 정도에 불과하다.


2) 문제점

이러한 현행 규정은 지역정당의 설립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모든 정당으로 하여금 수도를 기점으로 정치 활동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지방정치의 활성화를 막고 정당이 지역을 기반으로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또한, 지방을 무대로 하는 정치인들이 지역의 이슈나 지역에서의 쟁점보다 전국 단위의 이슈에 집중하도록 함으로써 지방정치의 약화를 초래하고 있으며, 지역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역정당의 부재는 영호남 중심의 지역주의 정당 구도에서 호남이나 영남지역 유권자의 정당 선택권이 제한되는 결과로 이어져 거대 양당의 독점적 지역 분점 체제가 영호남에서 심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전국 단위의 선거에서는 정당 간 경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지만, 지방 단위의 선거에서는 사실상 1당 독점이 가속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정당법의 정당 설립 관련 규정은 제2공화국의 정치적 혼란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고자 하는 입법 의도와 함께 정당을 법적 규제의 대상으로 바라본 구 「정당법」을 계승한 것이다. 그러나 총선에서 1인 2표제(후보에 한 표, 정당에 한 표)를 채택한 이후 총선에 참여하는 정당의 수가 급증하여 지난 21대 총선(2020년)에 참여한 정당의 수는 37개로 군소정당 난립 방지를 위하여 정당의 설립 요건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3) 사례

정의당을 예로 들어보자. 지난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광주광역시의원에 비례대표 1명을 배출했다. 그러나 작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그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줬다. 물론 대선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러진 지방선거라 대선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동안 광주의 정서로 볼 때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1석을 갖는 것은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졌다.


정의당 광주시당에는 역량 있는 정치인들이 여러 명 있다. 그런데 왜 작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광주광역시의회와 5개 자치구 의회에 단 한 명만 진출한 것일까? 바로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동조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시절 정의당은 문재인정부의 정책에 동조하여 더불어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보수층과 보수언론으로부터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받았고,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 민주당 지지자들과 민주당 성향의 시민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았다.


특히 광주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2.4%를 득표하고,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가 0.8%에 불과함에 따라 정의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민주당 지지자들 뿐만 아니라 일부 광주시민들 사이에서 들끓었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6.2%를 득표했지만 문재인 후보는 당선됐다. 제18대 대선에선 정의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지만 문재인 후보는 박근혜 후보에게 패했다. 따라서 심상정 후보로 인해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패했다는
건 근거 논리가 빈약하고, 핑계에 불과하다.


바로 이러한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동조화 경향이 광주에서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표심에 큰 영향을 미쳤고, 정의당은 지역구에는 광주시의원 후보를 1명도 내지 못하고, 구의원 선거에만 6명을 출마시켜 1명을 당선시켰다.


4) 개정 방향

따라서 중앙당을 수도에 둔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시도당의 수를 5개 이상에서 1개 이상으로 하여 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역정당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의 이해관계를 지역정당이 대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정당법 제3
조, 제17조 개정)


특히 2022년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으로 자치적 결정에 따라 지역 상황에 맞는 다양한 기관을 구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지역민들의 참정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정당의 이익 집약 기능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여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을 위해서도 지역정당을 허용하여지역민들과 유권자들의 선택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5) 전국동시지방선거 폐지하고,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선거 시기 분리

현재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실시하고 있는데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함으로써 발생하는 폐단이 아주 많다. 일례로 거대 양당의 경우 대개 자치단체장을 공천하고, 지방의회 의원들을 공천함에 따라 지방의원후보자들이 자치단체장 후보와의 연대 여부에 따라 공천이 좌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의원들이 경선 단계에서부터 자치단체장 후보자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과연 제대로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을까?


또 하나의 예는 현재 투표용지 총 일곱 군데(광역자치단체장, 교육감, 기초자치단제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광역의원 비례 정당 투표, 기초의원 비례 정당투표)에 기표를 함에 따라 유권자들이 후보자와 정당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치단체장선거와 지방의회 선거를 이원화하고, 더 나아가 지역마다 선거 시기를 달리하면 지방선거가 수도권 중심의 중앙당 정치 논리 즉 야당을 많이 당선시켜야 집권 여당을 견제할 수 있다는 등의 논리에서 벗어나 지역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선거 시기를 이원화하면 선거비용은 지금 보다 더 소요될 것이다. 그러나 지역정치가 제대로 작동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후 위와 같은 논의도 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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