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시사고발 프로그램 모니터 보고서

관리자
발행일 2002.06.12. 조회수 3946
사회

1. 모니터 목적 및 취지



사회적 현상들을 분석, 여론을 환기시키고 정책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하여왔던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은 방송의 사회적 기능의 수행이라는 측면에서 10여년이 넘게 자리를 굳혀왔다. 즉 일반 보도물이 사건을 알리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에 수반되는 의혹들과 대안마련을 위한 판단의 근거들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해 줌으로써 사안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 사회적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데 일조하였다.


그러나 최근, 이들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시청률을 의식한 선정적인 소재의 선택, 문제의 초점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빈약한 문제의식, 그리고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 화면의 편집으로 대부분의 방송시간을 채우고 있는 무성의함까지 보이고 있어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경실련 MEDIA-WATCH에서는 이러한 점에 착안, 사회적인 문제의식의 확산과 여론의 형성에 동인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방송3사의 시사고발프로그램들을 분석, 발전적인 방향으로의 제언을 하고자 한다.





2. 모니터 대상 및 기간



(1) 모니터대상
KBS2 “추적 60분”  MBC “PD수첩”  SBS “문성근의 다큐세상-그것이 알고싶다.”



(2) 모니터기간  : 2002년2월24일- 2002년 3월17일


3. 분석 내용



(1) 근본적인 문제를 간과한 현상분석



<사례1> MBC “PD수첩”-2월28일 방영분 중 ‘선생님 다단계를 말하다’
앞의 사례에서는 다단계판매회사인 암웨이 사업을 한 교사가 징계를 당한 내용을 중심으로 교사들의 다단계판매의 문제점을 짚어보았다.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억울함을 호소하는 학부모의 입장에서 강요당할 수밖에 없었던 해당 학부모의 인터뷰, 교육청 관계자의 인터뷰, 징계당사자와의 전화인터뷰, 이에 동의하는 동료교사들의 인터뷰를 보여주었는데 이 정도의 내용으로는 각각의 입장차이만을 보여주는데 불과하였다. 또한 암웨이의 성공사례와 암웨이 한국지사장의 인터뷰는 오히려 암웨이를 홍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만약 교사들의 다단계에 대한 문제점을 밝히는 것이라면 다단계의 폐해도 함께 보여주었어야 형평성에 맞는 구성이었을 것이다. 공무원의 부업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상황에서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들의 박봉으로 인한 생활고에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따라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위해서는 이처럼 드러난 현상만을 분석하기보다는 교사들의 처우문제와 같은 정책적인 부분에 보다 초점을 맞춰야 했다.


<사례2> MBC “PD수첩”-2월28일 방영분 중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
이 사례는 어린이 통학버스의 안전규칙이나 시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통학버스 안전실태와 그에 관련된 제도에 관해 다루었다. 그러나 피해자(학부모)와 가해자(학원)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어 단순한 사례나열에 불과했으며 정책적인 면에 있어서 우리나라와 교육환경이나 도로사정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미국의 사례를 보여주어 더 큰 괴리감만을 느끼게 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어린이 통학버스 안전의 문제는 개별 학원의 의무준수 여부보다는 근본적으로는 이에 대한 제도적인 부분의 취약함과 영세학원들의 난립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제도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으나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개별 학원의 책임의식 부재에만 초점이 맞춰져 시청자들에게 ‘안전한 학원 고르는 요령’만을 알려준 셈이었다. 또한 통학버스의 안전시설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는 특정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홍보되는 부수적인 효과(?)를 낳기도 했다.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문제제기를 하고 그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 지점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2) 무엇을 다루려 했는가?



<사례3> MBC “PD수첩”-3월14일 방영분 중 ‘두자매의 진실게임’
<사례3>은 한 여고생이 학원 강사를 도와 원장을 살해한 죄로 재판을 받던 중 원장살해와는 관련이 없으며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새로운 진술을 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점과 수사과정에서 강압에 의한 진술이었다는 동생의 주장에 대해 다루었다. 그러나 방송 전반에 걸쳐 주변인물들의 엇갈린 인터뷰만 계속되어 오히려 혼란만을 가중시켰으며 심층취재로 사건의 의문점을 찾아내 사건을 재해석하고 방향을 잡아주기보다 예전에도 보도된 바 있는 뉴스의 인터뷰 화면만을 그대로 내보내고 있어 방송의 취지를 알 수 없을 만큼 산만한 구성을 보였다. 즉, 이 사건을 다루는 것이 수사과정에서의 문제점인지, 개인적인 윤리의식에 초점을 맞춘 것인지. 가정불화로 인한 청소년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 것인지, 아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학원강사에 대한 의문을 드러내고자 함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왜 이 사건을 다루어야 했는지 조차 파악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3) 편견조장의 우려


<사례4> 에바다 폭력의 끝은 어디인가? - 시작부터 장애인들의 폭력적인 모습부터 보여줌
오랜 기간동안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에바다학원의 지난한 사태를 취재하였다. 그러나 초반부터 화면에 나타나는 것은 에바다 학원생들의 폭력적인 모습과 인근 주민들의 “자주목격했다”는 인터뷰였다. 이는 장애인은 폭력적이라는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도 이들이 이전 재단의 사주를 받고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쪽으로 몰고 있어 ‘자기 생각이 없는 장애인’이라는 편견 또한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



(4) 리얼리티인가? 선정성인가?



시사고발프로그램의 선정성에 관한 논란은 항상 존재해 왔다. 소재의 선정성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안에서 보여지는 자료화면들 역시 공중파 방송에서는 부적합하며 불필요한 장면들로 채워지고 있다.



<사례5> SBS “그것이 알고싶다” 2월16일 방영분 ‘어느 조폭 행동대장의 고백’ 中
-작두로 손가락을 자르는 모습, 흉기를 들고 다니는 모습등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 방송되었으며 이런 장면들을 편집하여 예고편으로 내보냄


<사례6> SBS “그것이 알고싶다”3월2일 방영분 ‘노예 성매매의 굴레’中
-자료화면에서 윤락가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는데 얼굴은 모자이크처리가 되었지만 노출된 신체를 여과없이 보여줌



<사례5>은 이번 분석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소재와 구성에 있어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한 비판을 어느 때 보다도 많이 받았던 내용이었다. <사례6>은 선정적인 소재와 자료화면의 전형적인 예이다.



또한 최근 들어 눈에 띄는 것은 인터뷰를 있는 그대로 삽입한다는 명분하에 무절제하게 전파를 타고 있는 비속어및 폭력적인 언어와 그것의 자막처리이다.



<사례7>SBS “그것이 알고싶다”3월9일 방영분 ‘매맞는 부모들’中
-(음성) 조지더라구요, 배찔러 버릴려고 썅....
(음성+자막) 얻어터진다고....


<사례8>MBC “PD수첩”3월 7일 방영분 ‘최사모님의 열두제자’中
-(음성+자막) “잡으면 갈아 씹어 먹으려고 하는데...”“잡히면 막 쑤시고 싶은 맘이...”



이들 프로그램들도 다큐멘터리의 범주에 속하는 만큼 리얼리티를 구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방송의 리얼리티와 절제는 결코 상치되는 요소가 아니다.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방송에 적합한 화면과 언어를 선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앞의 사례들은 삽입되지 않아도 사건을 이해하고 사안의 심각성을 공유하는데 있어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다.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공중파 프로그램인 만큼 선정적인 화면의 삽입을 자제하고 인터뷰내용 중 부적절한 부분에 대하여 신호음으로 처리하거나 자막사용을 피하는 등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



(5) 주제의 강조를 위한 지나친 이분법적 구도



대부분의 사건을 다룸에 있어 피해자/가해자의 구분은 사건의 진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가해자측을 확실한 악역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의 잘못으로 인하여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을 마치 선의의 피해자인양 동정심을 유발하게 하고 있어 보도의 일방향적인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사례9> KBS “추적60분” 3월17일 방영분 ‘최초고발, 카드빚의 함정-사채업자와 은행의 검은고리’




<사례9>는 사채업자들의 카드빚을 이용한 횡포가 은행과의 검은고리에 의해 가능하다는 점을 보도하였다. 무리한 카드발급을 가능하게 하는 은행과 사채업자간의 거래를 밝혀냄으로써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무분별한 카드사용과 이로 인한 폐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사채업자와 은행이 가해자임을 강조하기 위해 삽입된 인터뷰들은 지나치게 피해자들을 동정적으로 바라보게 하였다. 즉 카드빚을 갚기 위해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20대 여성과 카드빚으로 인해 학교와 가정생활이 파탄에 이른 의대생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을 아무런 잘못도 없는 선의의 피해자인양 착각하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사치스럽고 무절제한 생활로 인해 카드를 사용, 현재의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인 만큼 카드사용에 대한 개인의 절제와 책임에 대한 문제도 분명히 함께 제기 되었어야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자칫 이들을 선의의 피해자로 오인하게끔 하였다.


강력한 주제전달도 필요하지만 지나친 가해/피해의 이분법적인 구도는 시청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6) 대안은 없다. 감정에 호소하라!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내어 소외된 계층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많은 기여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다룸에 있어서는 냉철하고 분석적인 태도보다는 시청자들의 감정에 소구하는 태도를 자주 보이고 있어 프로그램 본연의 성격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례10> SBS “그것이 알고싶다” 3월16일 방영분 ‘중국판 라이따이한 한국인 2세들’


<사례10>는 한국인 사업가들이 중국에 진출하여 현지의 조선족 여성들과의 사이에 2세를 남겨둔 채 귀국하면서 이들이 사회적 냉대와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다는 내용을 다루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사례중심의 소개로 진행되어 분석적인 내용이 미흡했을 뿐만 아니라 대안제시도 명확하게 하지 못한 채 “구제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바랍니다”라고 마무리하여 어설프기까지 했다. 결국 조선족 여인의 기구한 인생, 불쌍한 아이들, 그리고 몹쓸 한국인 남성이라는 도식화로 점철시키면서 감정에 소구하고 있었다.


물론 시청자들에게 문제의식을 심어주고 그것을 확산시켜 나가기 위해 일정부분 감정을 자극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방송이 가능한 정책적 대안의 예시라도 해주지 않는다면 문제제기 그 이상은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4. 결론 및 제언



그동안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사회의 중요한 의제들을 설정하는데 기여해온 것은 사실이다. 때로는 의혹에 둘러싸인 사건들을 파헤쳐 그에 대한 진위를 가려내는데 일조하였고 우리 이웃들의 음지에 놓인 삶들을 꺼내어 주위를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앞서 분석한 내용에서 나타나듯이 근래에 들어 심층적인 분석과 대안제시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고 그저 사안에 대한 현상나열에 급급,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간과하거나 주제의식이 모호한 예들이 종종 나타난다.


이런 부정적인 측면들은 오랜 기간의 방송에서 비롯되는 매너리즘과 심층성보다는 눈에 띄는 소재의 선택에 더 중점을 둔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프로그램들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고수했던 단발적인 방식을 탈피, 연속적인 기획취재를 시도하고 수박 겉핥기식의 분석에서 탈피, 보다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문제제기의 출발지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부디 시사고발 프로그램들이 올바른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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