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을 바라보다 – 김태동 前 정책위원장 인터뷰]

관리자
발행일 2018.11.26. 조회수 2415
스토리

[월간경실련 2018년 11,12월호]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이성윤 회원팀 간사


 
정부가 계속해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집값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호 3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는 경실련 창립 때부터 토지공개념 운동을 주도하셨던 김태동 교수를 만나보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과거와 현재의 부동산 문제와 대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Q. 경실련과 어떤 인연으로 활동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제가 미국에서 공부하다가 89년에 들어왔는데 이근식 교수가 경실련이라는 단체를 만들려고 하는데 회원이 되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그때 토지분과 정책위원회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 경제정의가 가장 유린 되고 있던 것이 부동산 문제였어요. 그래서 그해 말에 <땅 투기의 대상인가, 삶의 터전인가> 라는 책도 이근식교수와 같이 썼습니다. 경실련 초기에 지방조직들이 만들어진 것도 집값 문제 때문이었어요. 지역조직 만들 때, 부동산 문제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직접 이야기하러 많이 다녔어요. 그러다가 95년에는 정책위원장도 했습니다.

Q. 경실련 초창기에 토지공개념을 주장하셨는데 토지공개념이 왜 중요하고 주장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경제정의에서 핵심은 분배정의에요. 87년에 정치적인 민주화가 되면서 노조 같은 곳은 이전보다 나아졌어요. 하지만 토지를 통한 분배정의는 아주 안 좋았어요. 재벌들이 비업무용 토지로 몇 배의 투기 이득을 얻고, 개발정보를 이용해서 차명으로 땅을 사고 할 때였으니까요. 이미 토지를 많이 보유한 사람이 더 사서 토지가 없는 임차상인이나 영세제조업자 등에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을 뿐만 아니라, 가치도 몇 배 오르는 것은 기본인 상황이었어요.

그러다보니 지가총액이 막대하게 늘어났어요. 89년 7월에 전국의 지가총액이 1300조 정도인데 그때 1년 GNP(국민총생산)와 비교하면 9배 이상이었어요. 그 당시에 일본의 지가총액이 GNP의 5~6배 정도였어요. 그러니까 민심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던 노태우 정권이 토지공개념이라는 것을 가지고 나왔는데 결국은 택지소유상한제는 위헌, 토지초과이득세는 헌법불합치 판결이 났죠. 그래서 그때 그나마 토지공개념이라도 해야 한다고, 경실련 지방조직이 생길 때 강연도 하고 그랬는데 그게 관철되지 못했어요. 특히, 보유세 과표현실화가 전혀 관철되지 않아서 회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Q. 노태우 정부 당시에 토지공개념 3법 도입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후에 그 법이 위헌결정이 되었을 때는 어떻게 생각하셨습니까?

토지공개념이라는 말을 붙이기 전에 대다수 자본주의 선진국에서는 부동산에 재산세를 매겨요. 평균적으로 실효세율이 1% 이상 되도록 하는데 그게 기초에요. 교육에도 순서가 있는 것처럼 경제정책에도 순서가 있거든요. 토지공개념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노태우 정부는 기초가 되고 핵심이 되는 보유세의 현실화, 즉, 재산세의 과세표준을 실거래가로 하는 것을 하지 않았어요. 그때 공시지가를 처음 만들었는데 지금보다 비교적 실거래가에 가깝게 했어요. 그래서 그거라도 과세표준으로 했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았어요. 그러고서는 택지소유상한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부담금 그런 것들을 도입했는데 순서가 맞지 않았던 거죠. 그저 이름만 근사하게 붙였어요. 저에게는 노태우 정부가 진실한 정권이 아니었다고 배우는 계기가 됐죠.

그런데 토지공개념 3법이 위헌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아요. 왜냐면 우리는 이승만 정부 때, 농지개혁을 한 나라거든요. 그때는 전 인구의 70~80%가 농민이었고, 농업이 주산업이었죠. 거기서 중요한 원칙이 경자유전이거든요. 그런데 8,90년대가 되면 농업인구가 10%대로 줄어들어요. 그리고 도시에 80~90%가 살아요. 그럼 도시에서 사는 사람을 위한 부동산 철학이 뭔지, 산업화 이후의 도시 중심사회에서의 새로운 경자유전의 원칙이 뭔지 봐야 합니다. 농촌에서 흉년이 들면 50%를 소작료 낸다고 하면 수확량이 30가마에서 20가마로 줄었을 때 소작료가 15가마에서 10가마로 줄어들어요. 근데 지금은 고객이 월 3천만원 매출을 내다가 2천만원이 됐다고, 임대료를 깎아주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매출이 늘어나면 젠트리피케이션 같은 문제가 있듯이 그냥 나가라고 하잖아요. 농촌에서 풍년이 들었다고 소작농을 쫓아내거나 소작료를 더 내지 않잖아요.

우리의 경제구조는 도시 중심으로 바뀌었는데 도시에서는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이 성장으로 얻는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고, 도시의 무주택자나 임차상인, 농민들은 완전하게 소외가 돼요. 그래서 우리가 헌법에 꼭 토지공개념을 넣지 않더라도 이러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해줄 필요가 있어요.

Q.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 대해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현재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진단해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7월에 지식인 선언이라는 것을 했어요. 요구사항에 보유세, 종부세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 있었어요. 근데 그때까지 정부가 7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냈어요. 물론 투기억제대책이라는 방향은 옳아요. 근데 어떻게 7번씩이나 대책을 낼 수가 있습니까. 한 번만 제대로 해도 안 오를 거잖아요. 그런데 9월 중순에 8차 부동산 대책이 나와서 지금까지는 잠잠하지만 아직은 안심할 수 없어요. 그래도 이번 대책에서 2주택자 이상이면 담보대출을 받기가 어렵게 한 부분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1년 동안 부동산을 통해 수백조의 불로소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격을 어느 수준에서 안정시킬지를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시민이 최소한 부동산 가격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할 때 수준으로 내려가게 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더 요구한다면 2013년 말 정도로 내려가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부동산 거품이라는 것이 쉽게 꺼져야 피해가 없는데 우리나라 거품은 40년이 됐어요. 그런데 내놓는 대책이라는 것이 100을 해야되는데 겨우 하나 밖에 못하고 있어요. 1경이 넘는 부동산값에 실효세율이 1%가 되려면 100조 원의 세금을 받아야되는데 지금 10조 원도 안 받고 있잖아요. 10조 받으면서 5천억 더 받겠다는 것을 대책이라고 볼 수는 없잖아요. 그럼 그걸로 안심해서 다시 투기를 할 겁니다. 그걸 1년 반이나 경험하고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아요.

Q. 부동산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전국의 지가총액이 1경 원을 넘습니다. 한국은행은 5천~6천조라고 하는데 그건 공시지가 같은 것이 과소평가 되어서 그렇다고 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재산세의 과표 현실화부터 해서 평균 실효세율이 1% 정도로 100조 원의 보유세를 걷자는 얘기에요. 그리고 임대소득도 철저히 과세를 해야 합니다. 정부가 세원이 있는데 세금을 안 걷는 나라, 정부가 나서서 탈세를 보장해주는 나라는 G7에는 그런 나라는 없어요.

두 번째로 전세와 선분양제가 우리나라에만 있어요. 그래서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가 되는 것이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 되는 겁니다. 미국은 20%만 돈이 있으면 80%를 융자를 받아서 집을 살 수 있어요. 근데 우리는 80% 전세보증금이 있는데도 그 집을 못 사잖아요. 부동산 정의가 실현되고 있지 않은 증거가 바로 전세입니다. 다른 나라에는 없으니까요. 우리가 10대 경제국이다, 올림픽 메달을 몇 개 땄다는 것이 그리 자랑할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가 유일하게 전세가 있다, 아파트를 몇 만채 선분양을 한다. 이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겁니다. 이건 나라의 수치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 아파트를 공급하고 하는 것은 토지주택공사 같은 공기업에서 하고, 그 땅은 계속 국유지나 공유지로 놔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분양할 때는 토지를 포함한 아파트를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만 분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팔 때는 원래 주인인 공기업에 환매하도록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로 싱가포르처럼 하자는 거죠. 그렇게 하면 반의반값으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또 아파트 재건축 기한도 50년, 더 나아가 100년으로까지 단계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세 번째로 부동산에는 금융이 중요한데 저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거품이 되거든요. 한국은행이 너무 오래 저금리정책을 했고, 지난 정권 동안 정부로부터 독립되지 못했어요. 그리고 금융감독을 해야 할 금융위원회는 감독업무는 하지 않고,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에만 간섭하고 있어요. 이렇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금융위를 해체해야 합니다.


Q. 부동산 문제를 포함하여 사회 전반에서 시민단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우선은 시민단체들이 잘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에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본인들이 야당일 때 반대하던 은산분리를 훼손하면서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을 통과시켰어요. 또 규제를 푸는 게 무조건 좋다면서 규제프리존법도 통과시켰어요. 그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하려다 못했거든요. 행정부와 국회와 사법부를 감시하는 시민감시 기능을 시민단체가 해야 하는데 이번 정부에서 오히려 적폐가 줄어들지 않고 늘어난 것 아닙니까. 경제정의가 유린 되는 채널이 늘어났어요. 그래서 시민단체들이 문재인 정부가 수구 언론이나 일부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촛불정부라는 이름에 걸맞는 최소한의 용기를 갖도록 하는 것도 시민단체가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Q. 경실련에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서는 분이 또 한 분 더 계십니다.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 본부장으로도 활동했던 김헌동 단장인데요. 두 분이 같이 책도 쓰셨고, 형제인걸로 알고 있습니다. 두 분이 부동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제가 어렸을 때, 다섯 가족이 단칸방을 1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했어요. 나중에는 가족이 늘어 8명이 무허가 단칸방에서도 살았어요.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학교에 늦게까지 있어야 했죠. 근데 그런 곳에서도 매년 세를 올려달라고 했죠. 그래서 세입자의 설움을 잘 알죠.

아우는 사우디 등 여러 중동국가에서 토목공사에 직접 참여했기 때문에 거기서 유럽건설사들이 어떻게 하는지 봤어요. 그렇게 글로벌 스탠다드를 접했는데 한국에 와서 공사장 다녀보면 너무 달라서 그런게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우한테 항상 배웁니다. 특히, 주택공급측면에서 실무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근데 저하고 같이 쓴 책은 잘 안 팔리고, 혼자 쓰면 더 잘 팔린다고 그래요. 그래도 배울 수 있는 동생이 있어서 고맙고 행복합니다.

Q. 앞으로 활동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십시오

87년에 대통령 직선제가 됐지만, 여전히 대통령제의 장점은 살리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가 직선해서 뽑은 대통령이 우리가 뽑지 않은 경제권력에 결국은 포용이 되잖아요. 헌법 1조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잖아요. 모든 권력이라 함은 정치권력, 경제권력, 사회권력, 문화권력 등등 말그대로 ‘모든 권력’이죠. 재벌개혁을 어떻게 할지, 부동산정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경제제도와 경제정책의 핵심 내용을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는 게 헌법 1조거든요.

헌법 119조에 경제민주화를 넣었다고 나아진 게 뭐가 있습니까. 경제민주화는 오히려 후퇴했잖아요. 그러면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느냐. 민주국가의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주인노릇 제대로 못해서 그렇게 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었지만 경제권력이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제가 할 일은 무엇인가를 찾아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하려고 합니다.




김태동 교수가 집필한 책의 제목처럼 땅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어야 한다. 현대의 도시사회에 맞는 새로운 부동산 철학, 기본에 충실한 부동산 대책은 삶의 터전을 닦는 주춧돌이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에는 이러한 고민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정부가 제대로 의지를 갖고, 정책을 내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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