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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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생하는 사회를 열자

이근식 경실련 중앙위원회 의장(서울시립대 교수) 이명박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선거운동 내내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보기 민망하게 공격했으나 헛발질이었다. 누가 나오더라도 이번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했을 것이다. 정권교체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열망이 워낙 뜨거웠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인기영합주의자가 아니었던 것 같다. 인기에 영합했다면 기자실 대못질이나 세금폭탄과 같은 정책을 밀어붙이지도, 자신의 속내를 그렇게 자주 솔직하게 털어놓아 표를 깎아 먹지도 않았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서 매우 보기 드물게 정상배(政商輩)가 아니다. 노 대통령은 소신 있고 솔직하고 털털해 사적으로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지만 자제력과 균형감각이 부족해 대통령에는 안 맞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의 큰 과오는 독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부자들, 일류대학 출신들, 보수층에 대한 반감과 증오를 그는 숨기지 않았으며 정책도 그러했다. 그의 측근들도 ‘세금폭탄을 맞으면 국민이 정신 차릴 것’이라든지, ‘세금이 비싸면 강남 아파트를 팔고 분당으로 이사 가면 된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했다. 수준을 알 수 있는 발언이었다.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이런 독선은 갈등을 증오의 관계로 잘못 파악하기 때문인 것 같다. 흔히 화합은 좋고 갈등은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마다 집단마다 취향과 이해관계가 다른 것이 보통이므로 갈등은 지극히 정상적이고도 당연한 사회현상이다. 나아가 갈등은 사회의 생명력과 발전의 원동력이다. “모든 인간사에서 서로 생명력을 갖기 위해, 그리고 그들의 고유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서로 갈등하는’ 영향력이 필요하다. 다른 목적을 배제하고 좋은 목적 하나만 배타적으로 추구하면 하나는 과다해지고 다른 것은 부족해질 뿐만 아니라 원래 배타적으로 추구하던 목적도 부패하거나 상실하게 된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140여 년 전에 한 말이다. 나의 존재를 위해 상대방의 존재가 필수적임을...

발행일 2008.01.09.

칼럼
진보세력이 지금 할 일은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상지대 총장) 대선 후 시중에 떠도는 담론 중에 압권은 10년 만에 보수정당으로의 정권 반환의 1등 공신이 다름 아닌 노무현 정부라는 우스개성 분석이다. 지난 10년간 집권한 이른바 민주·개혁·평화·진보 세력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이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기대해 보자는 심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경제와 민생 살리기를 기치로 내건 ‘덜 한나라당적’ 신보수 세력의 총아인 이명박 당선자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가져다 주었다. -꿩도 매도 다 놓친 참여정부- 선거 기간 내내 인물 검증과 도덕성 시비만 있을 뿐 정책대결이나 국가 비전에 대한 토론이 적었던 것도 정권 교체 심리에 이렇다 할 영향을 미치지 못한 요인이었다. 각종 개혁 구호와 공허한 수사들에 이미 피로한 국민심리의 반작용이 이와 같은 정권교체라는 선거 결과를 예정해 놓고 있었던 것이다. 후보 당사자들만 모르고 있었거나 알고도 내년 4월의 총선에 목이 매어 모른 체한 결과이다. 제사(대선)보다 잿밥(총선)을 탐한 결과는 내년 4월이라고 뾰족한 성과를 낼 것 같지 않다. 집권 여당으로서는 억울하다고 할 수 있으나 참여정부가 출범할 때 내세운 개혁 아젠다가 대부분 실패로 끝났거나 미완성 등외품으로 치부되었다. 이는 국민의 마음 속에 개혁진보세력은 무위무능하다는 등식으로 고착케 했다. 뒤늦게 이 정부가 한·미 관계의 복원과 북핵 문제의 국제적 공조, 그리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라는 성과를 올렸음에도, 그 대가가 맨 나중에 실행해도 좋을까 말까 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서둘러 타결함으로써 미국에 국익을 몽땅 내준 반대급부라는 사실에 뒷맛이 개운치 않다. 뭐니뭐니 해도 말만 앞세운 개혁조치들, 신호는 좌로 보내고 핸들은 오른쪽으로 돌린 경제시책들, 평등과 분배를 외치면서도 사회 양극화를 부채질한 성장·개발 위주의 정책들, 진보와 개혁을 금과옥조처럼 뇌까리면서도 중소기업보다는 재벌을, 노동자보다는 기업가를,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 노조를 더 편드는 시책들이 즐...

발행일 2008.01.05.

칼럼
17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해야 할 일들

윤종빈  경실련 정치개혁위원 (명지대 정치학 교수) 노무현 정부의 임기 말 정기국회는 ‘이명박 검증 국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치권의 코앞으로 다가온 연말 대통령 선거와 내년 4월 총선 올인이 국회의 정상적인 가동을 가로막고 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였던 이회창의 두 아들 병역 의혹에 대한 폭로전이 정기국회를 마비시켰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17대 국회는 초선의원의 대거 등장과 높아진 학력 수준, 젊어진 연령으로 입법 생산성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표면적으로는 16대 국회에 비해 국회의원들의 입법 발의 건수가 몇 배로 늘었다. 그러나 부실한 내용으로 90%가 가결되지 못했고, 공동 발의가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으며, 시급하고 중요한 개혁 법안은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정치적 공방에 휩싸여 있다. 이로 인해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밑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국민의 요구’라는 거짓말로 또 다시 그들만의 ‘동네축구’ 리그를 시작하고 있다. 공이 어디로 튈지 모르고 규칙도 일정도 즉흥적인 싸움의 대상이 된다. 8월31일 국회 법사위의 법무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후보의 자질에 대한 검증보다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도곡동 땅 의혹에 대한 공방으로 일관했고 국정감사 의사일정을 갖고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대선 캠프 올인을 위해 국정감사를 눈앞에 두고 사퇴해 국감을 준비하던 행정조직을 무책임하게 버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도로 열린우리당’이란 비난을 받고 있는 민주신당의 출범은 우리 국회를 동네축구 운동장으로 전락시켰다. 국민은 17대 국회를 과반 의석의 여당인 열린우리당, 이를 견제하는 한나라당·민주당·민주노동당의 4개 정당체제로 출범시켰지만 열린우리당은 이런 민의를 제멋대로 왜곡했다. 열린우리당의 이합집산 과정이 국회를 진흙탕으로 만들었고 급기야 국회는 만신창이가 된 채 방치된다. 범여권이 왜 합쳐야 되는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의 시대적 요구라고 극찬한 양당체제가 ...

발행일 2007.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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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브로커를 내쳐라

김성수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한양대 법대 교수) 대학에 있다 보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아무개 교수가 유력 후보 캠프에서 일하게 됐다며 은근히 부러워하거나, 가진 능력에 비해 과대평가를 받는다는 식으로 비꼬는 사람을 가끔 만난다. 학자로서 연구에 바쁘고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데 시간을 바치는 대다수의 교수는 이런 일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다. 측근 행세… 후보에게 돈 요구… 하지만 참여정부 들어서 수많은 교수가 현실정치에 참여한 뒤 쓴맛을 보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여전히 정치판을 그리워하는 교수들이 있다. 대학이 아무리 상아탑이라고 해도 시속의 오염에서 정녕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인가? 권력에 한없이 약하고 대선에 다걸기하는 한국사회의 병리현상을 반영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정치브로커가 여전히 활개치고 다니며 대선판을 오염시키고 그렇지 않아도 후진적인 정치문화를 더욱 타락시키는 현상을 목도한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활동한 최규선 씨가 한때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지만 대통령 아들에게 로비를 한 혐의로 두 사람 모두 옥고를 치르고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은 이른바 최규선 게이트가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는데도 말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유력 후보의 비서관을 사칭하는 명함을 갖고 다니면서 각종 행사 때 나눠 주며 측근 행세를 하거나, 유권자 동원 능력을 과시하며 공공연하게 후보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여전하다고 한다. 또 경쟁 상대인 후보의 큰 비리를 아는 체하면서 후보 캠프에 일정한 자리를 요구한다는 얘기가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는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작 문제는 정치브로커가 후보자에게만 피해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경거망동으로 선거가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4·25 재·보선 이후 한나라당이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내홍을 보이고 이명박 박근혜 후보 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짐에 따라 당내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 정치 철새와...

발행일 2007.05.02.

칼럼
정치 전략만 있고 지방자치 사라진 4.25 재보궐 선거

위정희 경실련시민입법국장 4월 25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결과로 정치권이 책임과 대선전략 등으로 시끄럽다. 이를 분석하느라 언론과 온라인이 뜨겁다. 이미 선거운동과정에서 예상했지만 그 결과에 대한 반응은 각양각색이다. ‘1:1:1’일 경우,‘2:0:1’일 경우, ‘3:0:0’일 경우 등의 예상을 놓고 이후 정치권의 변화과정과 대선의 방향을 점치는 시나리오가 나오는 등 여느 때 보다 정치적 관심이 뜨거웠던 선거였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 열기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이번 4.25재보궐선거는 3명의 국회의원만이 아닌 전국 55개 선거구에서 6명의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9명, 37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하게 된 적지 않은 풀뿌리 지방자치 현장을 책임질 후보 선택도 함께 진행된 선거였음에도 선거과정동안 중앙당의 인사들의 지원유세, 그리고 유력후보들의 지원 등이 부각될 뿐, 지방자치현장에서 지역의 발전을 만들어갈 ‘지역후보’는 정작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공약’과 ‘정책’이 사라진 한나라-열린당-민주당, 지역의 대선구도가 우선적으로 드러나는 선거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적인 우려 말고도 이번 재보궐 선거는 정치발전을 헤치는 ‘정치전략’에 치우쳐 지역 구도 부활의 조짐과 ‘세습 정치’‘그래도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후보 부재’ 등 기본적인 정당정치에서의 역할도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우려스러운 선거였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책임있는 정치인을 선출함으로써 ‘권위 있는 책임, 정당성 확보’, ‘국민이해의 표출’및 ‘이익 대변자 선출’과‘정치지도자 양성 및 배출’ 등의 욕구를 투표를 통해 얻는다.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이 상실된 당리당략에만 치우친 선거였다. 또한 주목해야할 부분은 지난해 지방선거가 치러지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50여개 지역에서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다는 사실이다. 이번 재보궐 선거 공석은 각종 비리 혐의 등으로 인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이 무효 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발행일 2007.04.27.

칼럼
'비전 2030' 뒷감당은 누가 하나

이종수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대표(한성대 교수) 정부는 5일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전략’을 발표했다. 2010년에 도래할 인력수급 역전 시기에 대비해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고 정년을 연장하여 2년 먼저 사회에 진출하고 5년 늦게 퇴직하는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미래지향적 인적자원 활용방안이라 하겠다. 전력 공백의 우려가 없는 군 복무기간 단축은 국민 모두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급격한 전투력 약화가 초래되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합리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년의무제’ 등을 도입해 취업기간을 늘려주겠다는 정부정책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정책의 실효성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정책이 토대로 삼아야 할 가정과 전망을 뜻하는 기획전제가 제대로 설정돼야 한다. 2010년에 과연 인력수급이 역전되는 것인지, 우리나라의 재정상태로 4만명의 유급지원병을 확보하고 14만3000명에 달하는 전·의경과 경비교도대원, 의무소방원의 일정 비율을 정식공무원으로 대체할 여력이 있는지, 그리고 민간기업에 정년의무제를 강제한다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 것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가면서 정책을 입안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 가능인구(15∼64세)는 2016년까지 3649만명으로 계속 늘다가 2020년에 이르러 3584만명으로 축소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2010년까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것인지, 일자리가 얼마나 더 늘어나 노동력 부족이 초래된다는 것인지 기본적인 기획전제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정책은 또한 현실성과 실현가능성을 지녀야 한다. 현실성 없는 정책은 ‘추구해야 할 미래상’으로서의 비전이라기보다 환상(幻想)을 제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심각한 청년실업으로 졸업시기까지 일부러 늦추는 대학생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38세에 회사에서 쫓겨나고 45세가...

발행일 2007.02.07.

칼럼
반복되는 실패: 정책의 실패인가, 학습의 실패인가

권해수(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 한성대 교수)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초 고위공직자들이 부동산 투기, 국적문제, 자녀문제 등으로 낙마하자 "인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만큼 공식성과 절차의 엄격성을 충족시킬 곳은 없다"며 국회에 인사청문회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2005년 6월 인사청문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국무위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국무총리나 대법원장처럼 국회의 동의나 승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며 단순히 국회의 의견을 들을 뿐이다. 그래서 인사청문회 결과의 수용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판단에 따르므로 인사청문회 자체는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이 도입되었다. 참여정부 인사제도 개혁의 성과와 한계 참여정부는 인사시스템의 혁신을 통해 능력있는 인사의 적재적소 활용을 강조해왔을 뿐만 아니라 가장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정무직 후보자 및 산하단체 임원에 대한 인사검증을 실시했고, 190여명이 인사검증에 걸려 불이익을 받았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주요 사유는 병역 회피, 음주운전·뇌물수수 등의 전과가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재산형성과정에서 위장전입, 편법상속·증여 등에 의한 부동산 취득 등 탈법·편법 행위 등이다. 또한 2월 6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특정직 인사검증 과정에서는 음주운전, 기밀 누설, 위장전입, 금품수수, 소득세 탈루 등의 사유로 10여명이 배제되었다. 특히 두 차례의 음주운전 적발과 세 차례 감사처분으로 차관 승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사례와 수년간의 소득세액 탈루로 인해 정부산하기관 이사 승진에서 배제된 사례를 밝혔다.   2005년 11월 정부가 제출한 <정부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은 재산형성과정의 청렴성, 준법의식,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있는 도덕적 흠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의 인사검증기준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번 고위공직자 인사에서 과연 그러한 기준에 따라 인사 데이터베이스가 관리되고 있고, 이를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극히...

발행일 2006.02.16.

칼럼
불법 도청과 국가정보원의 미래

김상겸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 동국대학교 헌법학 교수) 안기부의 X파일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우리 사회는 또 다시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사건이 출발점이 국가기관에 의하여 자행된 불법도청이었던 만큼, 관련기관인 국정원은 자체 진상조사에 들어갔고, 시민단체의 고발로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불법도청에 대한 국정원의 자체 조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국정원장의 대국민사과와 함께 진상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는 그 끝이 어딘지 짐작하기 어렵게 하면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방송을 통하여 국민에게 그 형체가 공개적으로 들어날 때까지 소문으로 우리 사회를 회자하면서 국민적 의혹을 받았던 사건이다. 사건이 공개되면서 그 내용의 심각성은 우리에게 충격을 줄 만한 것이었다. 그 진위여부에 대해서는 향후 사건의 전개방향에 따라서 밝혀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불법정치자금의 문제는 두고두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사안이다. 나아가 이번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동안 입소문으로만 나돌았던 국가기관에 의한 도청사건이라는 것이다. 국민에게 국가란 보호하는 울타리요 그 터전인데, 주권자인 국민의 사생활을 염탐하고 이를 악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자행된 도청은 그야말로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결과가 되고만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국정원은 이런 도청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잡아뗐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불법도청이 국정원의 정상적인 조직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하나,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를 가진 기관에서 그 실체를 모르고 통제하지 않았다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불법도청사건으로 인하여 일부에서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지유와 생명, 재산을 지켜야 할 최 일선의 중요한 국가기관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면서 국민의 권리를 짓밟는 행위만 한다고 그 무용론을 들고 나오고 있다. 과거 국정원의 전신이었던 국가기관들의 행태를 보면 심정적으로 충분히...

발행일 200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