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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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거침없는 독주, 한-EU FTA 협상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지 한달여가 지난 5월6일 한국과 유럽연합(EU)이 ‘한-EU FTA’ 협상 시작을 선언하였습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의 FTA 협상이 마무리되어서 그런 것일까요? 언론 보도를 봐도 ‘상대적으로 편한 협상’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협상 상대국인 EU는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세계 최대인 EU는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의 두 번째 교역상대국이기도 한 거대 시장입니다. 우리가 편한 상대로 생각하건 말건, 지난 6일 협상출범을 공식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피터 만델슨 EU 통상담담 집행위원은 단순히 관세 인하가 아닌, 비관세 장벽 완화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까지 요구할 것임을 밝힌바 있습니다.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한 검증과 평가도 아직 제대로 나오지 않았는데 거침없이 EU와의 협상에 돌입한 정부의 모습은 사뭇 자신만만해보입니다. 경실련이 한-EU FTA 협상이 졸속 협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점입니다. 거침없는 정부의 독주에 대해 현재로서는 아무도 제동을 걸 수 없다는 것이 걱정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 핵심에는 문제투성이의 통상시스템이 있습니다.      국민의견을 반영할 길이 없는 통상시스템, ‘견제받지 않는 통상 권력’ 시작부터가 대통령의 결단에서 비롯된 한미 FTA 협상은 단추부터가 잘못 꿰어져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FTA와 관련된 연구기관에서 축적된 자료를 참고하여 시작된 것도 아니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시작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협상 개시 선언후부터입니다. 협상 전 이른바 4대 선결조건에 대해서도 합의했놓고도 안했다고 일관하고, 공청회는 무시되고, 국책연구원이 발표한 FTA 타결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나오자 마자 수치조작논란에 휩싸였습니다. FTA가 타결이 되면 어느 어느 산업에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지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구해도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대신 공개된 것은 광개토대왕까지 동원된 ...

발행일 2007.05.11.

칼럼
광야에 발가벗겨 떨고있는 농업인들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 (상지대 총장) 누누이 말했지만 한미 FTA는 (농축산물)시장을 더 개방(開放)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1995년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으로 우리나라 상품시장은 이미 99.3%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걸치고 있던 관세ㆍ비관세의 누더기를 벗겨버리자는 것이 한미 FTA 이다. 즉 한미 FTA는 ①상품과 서비스 시장의 예외 없는 무(無)관세화 협정이다. ②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국산영화상영 일수의 50% 축소와 미국 의약품 가격의 보장, 그리고 식품안전성을 해치는 위생 및 검역조건의 완화와 유전자 변형식품의 원활한 도입 등 협상의제도 아닌 비관세 사항마저 대폭 양보하는 협정이었다. ③ 우리나라의 각종 공공제도와 법률 및 정책을 미국의 요구대로 미국익에 맞게 고치겠다는 경제통합 내지 동조화(同調化)에 관한 협정인 것이다. 그냥 시장개방을 더 늘려 100% 채우란다면야 죽자사자 반대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앞장서 “개방을 택할 것이냐, 아니면 100여 년 전의 쇄국정책을 택할 것이냐” 윽박지르고 광개토대왕과 장보고까지 동원하여 수출해 먹고 사는 나라에서 개방은 필수요 대세라는 광고를 해대는 바람에 상당수 국민들은 꼬박 믿고 넘어갔다. FTA는 선택의 문제이며 국익을 촘촘히 따져서 해야 한다고 비판하던 농업인들과 지식인들은 졸지에 “반미, 친북 좌파”로 매도당하고 말았다.  만일 한미 FTA 협정이 이대로 6월경 공식 체결되고 그 다음 국회에서 비준 동의된다면 주요 농림축수산물의 약 40%가 당장에 관세가 철폐될 예정이다. 5년 후는 60%가, 그리고 7년 후 2015년에는 쌀 시장까지 완전히 개방되며, 10년 후에는 90%, 15년 후에는 거의 98%의 주요 농축산물의 관세가 통째로 사라진다. 대부분의 비관세 장벽은 비준되기도 전에 이미 제거되었다. 따라서 그 피해액이 몇 조원이 될 것이라는 관변연구기관의 허구투성이 발표는 이제 더 이상 믿을 것도 논평할 가치도 없다. 상품으로서의 농산...

발행일 2007.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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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가 남긴 교훈

박완기 경실련 정책실장 극심한 대립과 심각한 국론분열 상태에서 한미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타결이후에도 협상결과가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협상내용이 우리사회에 미칠 종합적 영향에 대한 판단은 이후 협상내용 전체가 공개되면 각계의 냉정한 평가과정이 뒤이을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비준에 대한 여론의 향배도 결정될 것이다. 따라서 협상내용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고 한미FTA 과정이 우리사회에 남긴 교훈을 냉정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역대 어느 통상협정보다 우리사회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미치고 국론분열이 심각했던 만큼 한미FTA는 우리사회에 적지 않은 교훈과 해결과제를 던져주었다. 무엇보다 한미FTA는 국민 생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를 추진하는 정부의 잘못된 태도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국론 분열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남겨주었다. 한미FTA의 추진과정에서 정부는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은 외면한채 국민들을 설득의 대상으로만 전락시켰다. 노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방적으로 FTA 추진을 선포했고, 통상교섭본부장은 최소한의 여론수렴 절차인 공청회조차 파행된 가운데 협상개시를 강행했다. 협상시작 직후 소위 4대 선결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밝혀지고, 3년간 협정내용을 공개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불투명한 정부 행태에 대한 불신은 가중되었다. 심각한 국론 분열에 따라 여론수렴을 위해 FTA 체결 지원대책위가 구성되었음에도 대책위는 여론수렴보다는 FTA의 당위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홍보기구로 전락했다. 여론수렴없는 독선으로 요약되는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참여정부의 낮은 지지율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더욱 가중시키고, 그 결과는 극단적 대립과 국론분열로 이어지는 심각한 부작용을 남겼다. 잘못된 정부의 태도를 개선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대립과 국론분열의 부작용은 비준과정까지도 계속될 것이다. 둘째, 객관적 연구의 축적과 사전,사후대책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

발행일 2007.04.06.

칼럼
“한미FTA, 대통령부터 통상관료들 거짓말로 일관”

-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논평할 가치도 없어 - 경실련 공동대표인 상지대 김성훈 총장은 한미FTA협상과 관련 대통령부터 통상관료들이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훈 총장은 29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 막판 타결을 앞두고 있는 한미FTA 협상은 "대답을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가는 협상"이라며 졸속협상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최종 쟁점 가운데 하나인 쌀 문제에 대해 "쌀은 2004년 WTO 다자간 협상을 통해 끝난 문제라며 애당초 협상대상 품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기하는 것 미국 쪽에선 엄포용이고 우리 쪽에선 쌀을 지켰다는 생색용으로 쇼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업이나 산업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김성훈 총장은 "2002년 대선 때는 농업 문제나 쌀 문제는 시장경제 문제로만 풀 수 없다고 해놓고 5년이 지난 지금, 전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종잡을 수 없고, 시간만 지나면 앞뒤가 달라지기 때문에 논평할 가치가 없다"며 혹평을 했다. 김성훈 총장은 국회비준과정에서 이 문제를 바로잡으면 된다는 정치권에 대해 "정부와 언론이 국제신인도가 어쩌니까 비준해야 한다고 나오면 스르르 넘어가는 게 국회의원들 아니냐"며 국회에 기대할 것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이하 방송 내용 ##### ▶ 진행 : 신율 (명지대 교수/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김성훈 상지대 총장 (경실련 공동대표, 전 농림부 장관) - 현재까지의 협상을 평가한다면? 경실련은 닷새 전에 미국 의회가 TPA 권한을 연장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해서 23일자로 현재 TPA 시한이라고 말하는 내일까지 타결을 서두르지 말라는 성명서를 낸 바 있다. 이건 이미 두 달 전부터 논의됐던 것이다. 미국 사정 때문에 TPA를 연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제까지 정부가 협상시한 안에 타결하지 않으면 어려워질 것이라고 핑계를 대면...

발행일 2007.03.30.

칼럼
흔들리는 한국호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상지대총장) 한미FTA가 양국간 고위급 회담에 들어가면서 타결을 위한 막바지 절차가 한창이다. 정부와 학계, 시민사회 및 농민단체들 사이에서는 이 협상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왔고 현재 도내에서는 민주노동당이 협상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고 있다. 협상 초기부터 10개월간 끊임없이 계속되는 한미FTA의 반대 주장은 왜 계속되고 있는 것일까. 전국단위 시민단체중 한미FTA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펼쳐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성훈대표(상지대 총장)를 만나 이 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어봤다. ■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8차 협상을 마치고 고위급 회담을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께서는 지난 8일 열린 `한미FTA 졸속 협상 중단 촉구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먼저 한미FTA가 무엇이 문제인지 개괄적으로 말씀해주시지요. “이미 우리나라는 우르과이라운드 협상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99.8%가 개방돼 있습니다. 무역 및 투자가 자유화돼 있다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한미FTA를 원천적으로 반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원천적으로 반대는 안합니다. 문제는 현 정부가 군사작전식으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과학적인 연구 검토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미국 일정에 맞춰 10개월 만에 밀실에서 뚝딱 해치우려 하는데 한미FTA는 이렇게 처리하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사안입니다. 보통 통상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양국 전문가들이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연구·검토한 뒤 그 결과를 토대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합니다. 그리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추진 여부를 결정하고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이 재가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한미FTA는 노무현 정부 내내 맨 마지막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다가 느닷없이 2006년 1월18일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협상 추진을 발표했습니다. 또 2월2일 한국에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가 무산되는 순간에, 같은 시각 미국에서...

발행일 2007.03.23.

칼럼
한미 FTA, 일곱가지 거짓

김성훈 상지대 총장, 경실련 공동대표 노무현 정부가 지난해 1월8일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을 계기로 허겁지겁 추진하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은 보통사람들의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이상하고 야릇함(不可思議) 투성이다. 무엇보다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당국자의 언행이 자주 바뀌고 거짓말을 밥먹듯이 해대는 행태가 아주 '이상(異常)'하기 짝이 없다. 추진 주체와 동기도 '아리송'하다. 무언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왜 그럴까?  첫째, 2006년 6월 기준 대통령과 정부는 언필칭 한미 FTA는 3년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실제 그것이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발표된 이후 기껏해야 한달간이다. 대통령의 연두회견(2006. 1. 8) 한달 후 한미 FTA 공청회 개최무산과 대외경제조정위 결의 및 협상개시 선언 등이 시간 차로 발표된 것이 2월 2일(미국 기준 2월3일) 이다. 다른 한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5년 9월 대통령의 유럽 및 중미순방 때 독대하여 결심을 받아냈다고 공개함으로써 3년간 준비해왔다는 말이 거짓말임을 드러냈다. 둘째, 무엇보다도 우스운 일은 한달 만에 부랴부랴 작업하여 무산된 공청회에 공개한 국책연구기관의 한미 FTA 효과분석 수치들이 위로부터 호된 꾸중을 듣고서 다시 한달 정도 부랴부랴 수정작업을 하여 발표했는데 그 수치가 4-5배로 껑충 뛰어 올랐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한미 FTA로 국내총생산(GDP)이 1.99% 늘어 날 것이라는 수치가 한달만에 7.55%로 뻥튀겨지고, 한미 간 무역흑자가 70여억달러 줄어들것이라는 수치가 40여억달러로 줄더니 아예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그런데도 최근 산자부는 한미 FTA로 1만3천여개 기업이 피해를 볼 것이며 10만여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는 용역보고서를 공개했다. 그후 산자부 장관은 경질되었다. 이 같은 정부 공식기관의 한미 FTA 손익계산 수치가 왔다갔다하여 아무도 그 효과를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셋째, "...

발행일 2007.01.17.

칼럼
[칼럼] 미국은 ‘꽃놀이 패’ 즐기고 있다

지난 2월 3일 미 국회의사당에서 양국 통상대표가 “한미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다음 3개월 동안 미 국회의 타당성 검토를 마치자마자 6월 1차 협상과 7월의 2차 협상이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8월의 휴가기간을 쉰 다음 9월경 제3라운드의 협상이 이번에는 미국에서 개최될 것이라고 한다. 그 무렵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미대통령을 찾아가 두 나라의 중요 현안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4년 가까이 밀고 당겼던 한·칠레 FTA 협상에 비해 경제규모나 협상항목이 20배 이상의 협의를 요할 한미 FTA를, 말로는, 미국의 3월말 타결일정(TPA)에 따르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도 실제로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뚝딱 해치울 요량인 것 같다. 애시당초 국민들과 이해당사자들의 동의와 참여를 고려하지 않는 비참여적 군사작전 행위이다 보니 미국측의 요구에 맞춰 다닐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구체적인 양허조건을 협의할 제3차 협상과 오비이락으로 비슷한 시기에 개최될 양국 정상회담에서 확실히 해둬야 할 항목이 있다. 쌀 추가시장개방 문제와 개성공단 국산제품 인정문제이다. 지금 항간에서는 한국민의 아킬레스건(腱)인 이 두 문제가 원천적으로는 FTA 협상대상이 아닌데도 미국 측이 협상전략상 협상개시 선언 때부터 행정부와 의회가 초법적으로 짜고 노는 ‘꽃놀이 패’라고 한다. 심지어 우리 협상대표가 이를 사전에 알았다느니 공모했을지도 모른다느니 하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우선 쌀시장 완전개방문제를 들여다보자. 이 문제는 UR/WTO 협정(1994)에 따라 이미 2년 전(2004년) 미국을 비롯 주요 쌀 수출국들과 개별협상을 벌려 “2014년까지 141만석의 쌀을 의무수입(MMA)하고 그 30%를 밥상용 쌀 수입량으로 배정하면서 국별 수입쿼터까지 확정하여 WTO의 승인을 받은 사항”이다. 그리고 지난해 가까스로 국회의 비준을 받아 올해부터 밥상용 쌀을 포함 국별 수입쌀이 들어와 공매되고 있다. 이렇게 WTO 쌀 협정문의 잉크가 채 마르...

발행일 2006.07.18.

칼럼
[칼럼] 한미 FTA와 虛風통계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 (상지대 총장) 오늘 워싱턴 디시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첫 회의가 시작된다. 이제까지의 한ㆍ칠레, 한ㆍ싱가포르 FTA보다도 그 성격이나 규모가 훨씬 광범위하고 큰 협상이다. 각종 상품과 서비스의 국경간 자유로운 무관세 무역 이외에도 양국간 투자와 경제ㆍ문화정책, 특히 교육ㆍ의료 분야 등 공공사회제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미 FTA는 경제ㆍ문화ㆍ사회 전반에 걸친 대변혁을 예고한다. 따라서 그로 인해 예상되는 부문별 총 손실과 이익, 상대국의 요구사항, 대응 전략, 그리고 우리 측의 요구사항과 최후까지 지켜내야 할 마지노선 등을 사전에 충분히 조사ㆍ연구하고 분석했어야 했다. 이해당사자들과의 허심탄회한 협의와 의견 수렴은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전격적으로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공청회 개최마저 마지막 날까지 미루다가 당일치기 시도가 무산되자 ‘한 것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하는 난센스가 이른바 한미 FTA 협상의 첫번째 잘못 껴진 단추이다. 그러니 연이은 정부 발표들이 계속 잘못 끼워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 협상 결과 단추는 어디에다 어떻게 끼워맞출지 그 끝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한미 FTA를 찬성하면 라이트(우파), 반대하면 레프트(좌파)라고 규정한다. 그렇다면 미국과의 FTA 협상을 도중에 그만둔 스위스ㆍ카타르ㆍ아랍에미리트, 그리고 남미 35개국의 사람들이 모두 좌파라는 말이 된다. 더욱 가관(可觀)은 노무현 정권을 태생적으로 미워해오던 세력들이 이번에는 쌍수를 들고 현 정부를 옹호하며 대리전까지 자청하고 있다. 한미 FTA의 폭발성을 고변하는 우려 섞인 대안성 충고에 대해서조차 말꼬리를 잡아 공격하는 언어들이 청와대 홍보수석의 물타기식 반박과 너무나 흡사하다. 그 원인은 여러 갈래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한 가지 공통된 전제가 다름 아닌 “국민경제의 무역의존도가 70%를 넘어 수출해 먹고사는 나라에서 무관세 무조건의 개방은 필수”라는 ...

발행일 2006.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