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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리포트]‘평화’없이 ‘개발’도 없다_안병억 교수

<국제개발리포트 6회 기획> ①새천년개발목표의 재평가와 Post-2015 개발시대 : 빈곤에서 불평등으로 ②새천년개발목표와 평화담론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정보 검색에 여념에 없는 소년과 소총을 휴대하고 서 있는 왜소한 깡마른 체구의 소년. 두 사람 모두 손에 도구를 들었지만 그 도구의 사용처는 너무나 확연하게 다르다. 이는 역설적으로 국제개발협력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10살 남짓한 소년을 군인으로 강요한 현실은 분쟁이다. 이처럼 평화가 전제되지 않는 개발은 불가능하다. 반대로 빈곤 퇴치와 기아가 만연한 곳에는 분쟁이 발발할 확률이 매우 높기에 개발없이 평화도 있을 수 없다. 평화와 개발의 이런 상관성은 2013년 유엔 사무총장의 Post-2015관련 보고서에서도 강조된다. 새천년개발목표(이하 MDGs)는 평화가 이처럼 개발의 전제조건이자 결과이었음에도 이를 다루지 않았다. MDGs가 사회 발전에 치우쳐 있었고 선진 공여국 중심의 원조 체제와 개발목표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또 평화안보라는 의제 자체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고 국가간의 논의나 합의가 어려워 MDGs 의제에서 배제되었다. 모든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인간 안보’ 몇몇 공여국은 안보를 개발협력의 목표로 명시하고 다루기도 했다. 1990년대 냉전이 붕괴된 후 인간안보(Human Security)라는 개념이 대두되었다. 전통적인 국가안보가 아니라 개개인을 두려움과 결핍을 야기하는 정치, 경제, 환경 등 모든 종류의 폭력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게 인간안보다. 이 개념은 1994년 유엔개발계획(UNDP)의 보고서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후 크게 회자되었다. 캐나다와 일본은 공적개발원조(ODA) 전략 보고서에서 인간안보를 개발협력의 목표로 설정했고 독일도 이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 개념은 너무 포괄적이며 전통적인 국가안보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개발협력의 목표로 설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논의의 연장으로 Post-2015는 평화를 ...

발행일 2014.04.09.

칼럼
[함께걷다]‘조니 매드 독’, 존, 조셉 코니 그리고

정의정 국제팀 간사 ejeong@ccej.or.kr 2010 ‘조니 매드 독’ 르완다에서 ‘조니 매드 독(Johnny Mad Dog)’이라는 라이베리아 내전을 다룬 프랑스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한 무리의 무릎 꿇은 어른들에게 무표정으로 총을 난사하는 열댓 살 먹은 아이들. 이들의 복장은 희한하다. 웨딩드레스, 빨간색 여성용 가발,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패딩 등등…. 모두 희생자들에게서 빼앗은 것이다. 몸집 작은 아이들이지만 행동만큼은 잔인한 군인이다.  살기 위해, 승리 후의 그 무언가를 위해 그들은 마약에 취해 삶의 목적성을 잃은 눈을 지니더니, 곧 잔인한 군인이 되어갔다. 내전이 끝난 후 이들은 정부군의 편이 되어 허무함을 지닌 채 다시 삶을 이어간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는지, 무엇을 위한 죽음이었고, 희생이었는지 그리고 이 소년병들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2007 존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가나에서 라이베리아 소년병 출신 동갑내기를 알고 지냈던 3년 전 그때로 돌아갔다. 그의 이름은 존(John). 라이베리아 난민캠프에 있던 그는전쟁으로 모든 것을 잃고 자신이 했던 행동을 너무나 후회하고 있었다.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전쟁이 내가 살아 숨 쉬는 이 순간에도 진행되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었다. 캠프 안 사람들의 분노에 찬 표정, 그 속의 불안감이 나의 충격에 사실성을 부여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의 16살 소년병 시절의 ‘일기’를 들었다. 그가 두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소년병이 되었던 16살 때, 난 그저 ‘god의 육아일기’에 빠진 16살 소녀였다. 존, 그가 내게 해줬던 그 이야기 전부를 난 사실이라 믿지 않는다. 아니 여전히 믿고 싶지가 않다. 중학교 학생이던 평범한 어느 날, 갑자기 그들이 마을로 쳐들어왔다. 여동생 둘을 데리고 집으로 갔을 땐, 이미 집은 불타고 있었다. 그가 여동생들과 함께 피난길에 오르는 중 반군을 다시 마주쳤고 동생들을 살려주는 대가로 그들 중 한명이 ...

발행일 2013.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