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칼럼] 고집보다는 소통

관리자
발행일 2022.07.29. 조회수 6937
칼럼

[월간경실련 2022년 7,8월호][동숭동칼럼]

고집보다는 소통


윤순철 사무총장



취임 2개월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은 윤 대통령 국정수행의 부정평가가 67%, 긍정평가가 34%임을 알렸다. 그동안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가 높았기에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를 반전시킬 전망도 안보이고 20%대로 추락이 예상된다.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첫 직무수행 평가(한국갤럽, 김영삼 1993.3. 긍정 71%, 부정 7%, 김대중 1998.3 긍정 71%, 부정 7%, 노무현 2003.4. 긍정 60%, 부정 19%, 이명박 2008.3. 긍정 52%, 부정 29%, 박근혜 2013.3. 긍정 44%, 부정 19%, 문재인 2017.6. 긍정 84%, 부정 7%)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집권당과 정부의 정책 집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심리적 마지노선’이 40%로 인식되고, ‘35% : 60% 법칙’(긍정 35% 이 하, 부정 60% 이상)이면 중도층의 부정적 평가가 쏠림현상을 보이며 정권에 경고등이 켜진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수행 지지도는 이미 마지노선을 넘어 국정 추진의 동력마저 상실할 우려가 있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의 이유로는 인사 문제, 경제·민생 위기, 경험·자질 문제 등이 지적된다. 취임 두 달이 되도록 어설픈 검증으로 인해 내 각 구성도 마무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검사 경력 인사들의 주요 요직 진출, 대통령실 비서의 사적 채용 논란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소위 윤핵관들의 행태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인 공정, 상식, 정의 실현의 기대감을 상당부분 감쇠시켰다.

전 정권의 과오를 들춰내 공방을 벌이면서 민생 경제를 등한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경제문제 대응도 거론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는 대선 공약, 인수위 110대 국정과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등에서 규제완화와 감세로 제시된다. 민간주도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완화는 경제부총리(팀장)와 관계 장관들로 ‘경제규제혁신TF’ 설치하고, 부처별로 규제혁신TF를 구축하여 감축목표율 200%를 설정하여 추진하고 있다. 규제는 현실의 변화에 순응하도록 조정될 필요가 있지만, 개선의 편익이 누구에게 귀속되는가는 실효성을 가늠하는 지표이다. 최근 총리실이 여소야대 국회 구도를 고려해 시행령과 규칙, 고시 등 법 개정이 없이 즉시 없앨 수 있는 규제개혁 450여 과제를 선정했는데 국민들과 충분한 공감없이 진행된다면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25% → 22%)도 논란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약 4년간 총 26.7조 원의 법인세를 감면했지만 기업들의 투자는 약 23조 원으로 직전 4년간 투자총액 약 33.5조 원보다 약 10조 원 이상 감소하였다. 감세가 투자를 촉발하고 고용이 증대되어 국민들에게 혜택이 분배된다는 낙수효과는 실물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 금융위원회가 은행연합회 등 민간 8개협회로부터 건의를 받아 선정한 36개 과제에는 비금융정보의 활성화 등을 통해 금융비금융 간 서비스·데이터 융합 촉진을 명분으로 금산분리(금융자본인 은행과 산업자본인 기업이 서로의 업종을 소유하거나 일정지분 이상 지배할 수 없도록 제한) 개선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경제질서를 크게 뒤흔들 수 있고, 재벌들이 금융사 소유없이 실질적 지배가 가능하여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킬 수 있다. 복수의 결권제도 도입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향후 10년 간 반도체 전문인력 15만 명 양성계획도 수도권 대학에 집중될 것이기에 균형발전이 아닌 지방소멸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 강행이나 대우조선 하청노조의 파업에서 나타난 현 정부의 국정관리 태도는 향후 많은 사회적 갈등을 촉발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는 포퓰리즘적 인기 영합이 아니라 힘이 들어도 나라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틀을 바로 세운다며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역대 정부들도 법과 원칙을 강조하였지만 이를 실현하기 어려웠다. 중층적이고 복잡하게 얽힌 사회문제들을 법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과정에 준거 기준으로 법이 활용될 때 효과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법은 현실을 앞설 수 없기에 갈등과정에서 법이 강조된다면 위계적 압력으로 작용하여 갈등을 키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부는 공공연금, 노동, 교육, 금융 등 휘발성이 강한 개혁들을 예고하지만 이미 경고등이 켜진 낮은 지지율은 이를 뒷받침할 수 없다. 지금은 수많은 국정과제가 추진되고 이를 달성했을 때 우리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 국정의 지향점을 명확히 하고 미흡했던 국민들과의 합의 형성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영삼의 신경제, 김대중의 IMF 경제위기 극복, 노무현의 친서민·중도실용, 박근혜의 창조경제, 문재인의 적폐 청산은 임기 초 과거 정부가 미뤄온 개혁 과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하면서 국정의 동력으로 삼은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신선했던 도어스테핑은 국정리더들이 하고 싶은 걸 계속하겠다는 고집스런 모습만 부각될 것이다. 국정 리더들의 방향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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