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훈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관리자
발행일 2021.10.06. 조회수 8114
스토리

[월간경실련 2021년 9,10월호][2022 대선특집]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세제가 되어야 합니다”


-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 박훈 교수1) 인터뷰 -


문규경 회원미디어국 간사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정책 공약이 우선시되어 진정한 시민의 복리가 증진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봅니다. 경실련은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 살펴봐야 할 정책 이슈들을 짚어보면서,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선 의제를 선정하려고 합니다. 그 첫 순서로, 경실련 재정세제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박훈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월간경실련 구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A.월간경실련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훈 교수입니다. 이번에 경실련과의 인터뷰를 함께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Q.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부동산이었습니다. 부동산 세제에도 여러 변화가 있었는데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A.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하고 유사성이 있다는 평이 있습니다.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부동산을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있을 때, 세금을 통해서 부담을 지게 하는 것은 맞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부동산이 뜨거운 쟁점이 되는 이유는 주택가격이 급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부동산 수요와 공급, 부동산에 영향을 줄 금융, 우리나라 이외에 다른 국제적인 흐름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못하고 적절한 정책의 시기를 놓치는 우를 범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조금씩 뒤따라가거나 잦은 세제 개편으로 정책의 신뢰성을 잃었습니다. 조금씩 정책을 바꾸는 것보다도, 큼지막하게 방향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한 때입니다.


Q.최근에 코로나의 여파로 국민지원금 등 재정지원이 늘어나면서 국가채무가 급증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가 위험한 수준에 달했다는 의견도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국가채무의 증가 속도가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위험의 정도를 판단하는 기준은 정말 우리가 어려울 때, 버틸 힘이 있느 냐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기축통화를 가진 것도 아닌데 국가채무를 줄여야 할 상황에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표를 의식하여 지원을 줄이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 저는 더 우려스럽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다른 나라도 확장적 재정정책의 영향으로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출 확대에 따른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주저하는 사이, 일시적인 국가채무 급증이 아닌 만성적인 국가채무 확대로 갈 우려가 큽니다.


Q.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추진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자본시장이나 자산가치 등의 격변이 예상된다는 의견들이 많이 있는데요, 어떻게 보고 계시나요?

A.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거나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현재 정상적인 경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세계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어떤 단계로 진입할지는 예측 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개방경제 아래 무역을 통한 국부를 축적하는 경제체제에서는 국제 거래의 보호무역이나 거래 규모의 축소는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을 가져올 것입니다. 단기간 회복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고 자동차, 반도체 등 경제의 큰 축을 이루었던 산업 부문도 지속적인 수익보장을 해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 과정에서 주식시장이 흔들릴 수 있고 계속 누군가 비싼 가격으로 떠받쳐주는 부풀려진 자산가치도 푹 꺼져버릴 가능성도 큽니다.


Q.기본소득이 대선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결국 재원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데요, 재정 세제 관점에서는 기본소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국가가 국민에게 일정한 소득을 지원해 준다 는 기본소득의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습니 다. 어려운 사람을 더 두텁게 국가가 보장해 준다는 차원에서 기본소득에 부정적인 입장 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기본소득과 복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갈지 고민해 야 합니다. 기본소득 재원 확보를 위해서 잘 못 쓰이는 복지재원을 줄여나가는 쪽을 이 야기하면, 부자에게도 지원을 하면서 어려운 사람에게 지원하는 것을 줄인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해 진보든 보수든 주장하시는 분이 있고, 또 반대로 각 진영에서 반대하는 분도 있습니다. 기본소득 이 현실화하려면 재원문제를 해결해야 합니 다. 그리고 확보된 재원이 국가의 다른 지출 보다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국가가 예외 없이 어느 정도의 소득을 지원한다는 기본소득의 이상적인 모습은 희 망적이지만, 재원의 확보, 재원의 우선순위 에 대한 치열한 논쟁 끝에 현실적인 모습도 찾아보아야 합니다.


재원을 확보하려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노력도 해야 하고, 재정수입을 늘리는 증세가 요구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증세는 환영받기 쉽지 않기에 정치적 결단이 필요합니다. 어느 부분을 증세할 때는, 국민적 명분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컨대 부동산을 통한 부의 축적 부분은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우 리나라 체제라 하더라도 부동산의 특징상 그 부의 일부를 세금이나 부담금 등으로 회수하 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것이 재원이 되어 부동산의 시세차익은 부동산소유자만 이득을 갖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소유자가 아닌 다른 국민도 그 이득을 갖도록 하자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부동산 보유단 계의 세금과 기본소득을 연결하는 것이 그러 한 생각과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국민마다 꼭 필요한 만큼 국가가 제때 지원을 해주는 시스템이 작동하기 어렵거나 이에 따른 행정 비용 등으로 인해 일률적으로 지원이 어렵다 면 시스템을 병행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Q.대선에서 선심성 공약들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되는데요, 시민들이 이런 공약들을 볼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해서 평가하면 좋을까요?

A.당장 내 손에 쥐어지는 것과 앞으로 나와 국가에 부담으로 돌아올 것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에게 이것저것 혜택을 준다고 하는데, 그 돈이 어디서 나는 것이고 내 가족, 자녀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닌 지에 대해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에게는 조금의 선심이 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기반을 흔들 정도의 큰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의 영향과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등으로 볼 때 지금 당장 몇 년간, 그리고 그 이후 지금과는 다른 힘든 국제적 변화에 우리나라가 버틸 수 있는 정도가 되는지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Q.이제 대선이 6개월 정도 남았습니다. 조만간 각 정당의 후보들이 결정될 텐데요. 후보자들이 이것만큼은 꼭 해야 하는 정책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A.이번 대선은 공정과 경제가 주요 화두가 될 것 으로 예상합니다. 특히 경제 부문은 부동산 문 제가 초점이 될 것입니다. 지나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현실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부동산 문제는 부동산만 바라보아서는 해결하기 어렵습 니다. 부동산에 대해 바라보는 국민의 생각까지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려는 국민,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싶은데 그럴 여건이 안되는 국민, 부동산으로 돈 버는 것을 죄악시하는 국민, 모두가 우리의 국민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부동산을 사거나 사고 싶어 하는 상황을 잠재우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 이고, 후보자들이 해야 할 일일 것입니다. 집이 없는 사람에게는 집값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일정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집을 꼭 사지 않더라도 벼락 거지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 없이 일정한 임대료를 내고 안정적으로 주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정책이 바뀌어야 합니다.


주택의 경우, 가격만을 본다면 공급을 늘리고 수요를 줄이는 것이 기본적인 접근일 것입니다. 그런데 주택에 따른 지나친 이익을 세금이 되었든 부담금이 되었든 국가가 환수하는 장치 없이 공급만 늘린다면 주택을 확실한 투자자산으로 보는 현재 상황에서는 부동산을 살려는 사람들로 인해 가격안정에 도움이 안 될 수 있습니다. 공급이 되는 시기까지 그 시차를 이용한 공급부족에 초점을 맞추어 가격 급상승을 유도할 우려도 있습니다. 다주택에 대한 보유세로 확실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유지하면서 과도하게 형성될 수 있는 주택가격, 특히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 원가공개를 통해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가격이 드러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LH, SH 등 정부 영역에서 직간접적으로 땅 장사, 집장사로 이익을 다른 민간업자처럼 남기려 하지 말고 임대형, 분양형 등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여 민간영역에서 부풀려 질 수 있는 아파트 가격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주택가격의 상승 뿐만이 아니라 급락으로 기조가 바뀌었을 때도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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