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LH 용역 전관특혜 원인은 불공정한 평가방식

회원미디어팀
발행일 2024.02.05. 조회수 49810

[월간경실련 2024년 1,2월호][시사포커스(1)]

LH 용역 전관특혜 원인은 불공정한 평가방식

정택수 부동산국책사업팀장

 경실련은 2021년 시사저널을 통해 입수한 LH 전관 리스트를 토대로 LH의 설계 및 건설사업관리 용역 상당 부분을 LH 전관을 영입한 업체들이 수주했음을 분석·발표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4월 29일 밤 LH가 발주한 인천 검단 안단테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실련이 확인한 결과 사업의 설계 및 건설사업관리 업체들이 모두 LH 전관 영입업체임을 지적할 수 있었습니다. 7월 31일경 경실련은 붕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전관 특혜가 의심된다며 LH 전관 특혜 실체를 밝혀달라는 공익 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했습니다. 
 국토부는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반년이 넘은 12월 12일에야 붕괴 사고의 후속대책으로 「LH 혁신방안」 및 「건설 카르텔 혁파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LH 중심의 공공주택 공급구조를 LH와 민간의 경쟁시스템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입니다. 민간 건설사는 결국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간 건설사가 단독으로 공공주택사업자 권한을 부여받는다면 이들이 가져가는 이윤만큼 힘없는 서민들이 져야 할 부담들은 크게 늘어 날 것이며, 공공주택의 공공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정부의 LH 개혁안이 제시된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2021년 LH 직원 땅 투기 사태 이후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한국토지주택공사 혁신방안”을 발표했지만 어처구니없는 붕괴사고를 막지 못했습니다. 경실련은 이번 개혁안 또한 LH를 개혁하지 못할뿐더러 기존의 공공주택 시스템마저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 LH 전관특혜 실태를 드러내고자 한국NGO 신문을 통해 입수한 LH 전관리스트,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LH 발주 공사 및 용역 계약현황”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LH 발주 공사 및 용역 계약 현황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LH 건설사업관리용역 총계약 금액은 5,101억 원(112건)입니다. 계약 입찰에는 여러 업체가 컨소시엄을 이루어 참여합니다. 전관 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은 총계약액의 77%에 해당하는 3,925억 원(69건)의 용역을 수주했습니다. 전체 건설사업관리용역 기준 한 건당 계약 금액은 46억 원이었는데, 전관 업체가 계약한 용역 한 건당 계약 금액은 57억 원입니다. 단가가 높은 사업에 전관 업체 수주가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건설사업관리용역 112건 중 수의계약 등 8건, 유찰 1건 등 9건을 제외하고 일반경쟁방식 즉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로 업체를 선정한 103건의 입찰 참여 업체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단 2개 컨소시엄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은 72건(70%)에 달했습니다. 3개 업체가 참여한 사업은 15건(14%), 4개 업체 11건(11%), 7~12개 업체 5건(5%) 등입니다. 용역시장에서 수주를 위한 경쟁은 여느 분야 못지 않게 치열합니다. 2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한 사업이 70% 이상이라는 사실은 입찰 담합 징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11조에 따르면 “경쟁입찰은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로 성립”합니다. 2개 업체 입찰이 유독 많은 이유는 무효입찰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판단됩니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LH 설계 용역 총계약액은 3,833억 원(219건)입니다. 그중 설계 공모 계약 2,475억 원(95건)이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관 업체가 포함된 컨소시엄은 총 계약액의 절반인 1,928억 원(68건)의 용역을 수주했습니다. 전체 설계 용역 중 전관 컨소시엄이 계약한 건이 68건인데, 65건이 설계 공모 계약 방식입니다. 전체 설계 공모 계약은 2,475억 원(95건)이 진행됐는데, 78%에 해당하는 1,925억 원의 용역을 전관 컨소시엄이 수주했습니다. 전체 설계 용역 기준 한 건당 계약액은 18억 원이었는데, 설계 공모 계약 방식은 건당 26억, 전관 컨소시엄이 계약한 설계 공모 용역은 건당 30억 원입니다. 전관 업체의 이점을 활용하여 설계 용역 중에서도 단가가 높은 계약을 집중적으로 수주한 결과로 보입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국가계약은 일반경쟁을 원칙으로 하며, 시행령으로 수의계약을 아주 제한적으로 허용합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2호 차목에 따르면 디자인공모에 당선된 자와 체결하는 설계 용역 계약의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한데, 바로 설계 공모방식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설계 공모란 건축물의 전체적인 디자인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것으로 경쟁입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공모에 당선된 업체는 세부 설계 용역까지 수의계약으로 따낼 수 있기에 전관 영입업체들의 주요한 수주 타깃(target)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1년 6월경부터 LH 임직원이 평가에서 배제되고 있기에 더 이상 전관 문제는 발생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분석 결과에서 나타나듯 전관 업체 수주 과점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LH에서의 평가 시행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입찰 담합을 가능케 한 평가 방식(가중치 방식+강제차등점수제)이 바로 그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종심제’라는 평가방식은 높은 기술 점수를 얻기 위하여 평가위원에게 로비를 하게끔 유도합니다. 평가점수가 매겨지면 순위별로 ‘강제차등점수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가격점수 차이가 커도 종합점수 순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없습니다. 강제차등점수제는 순위별로 평가점수를 강제로 차등(약 10% 내외)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실행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그림 1]의 가중치 방식과 강제차등점수제는 300억 원 이상 턴키 등 건설공사 뿐만 아니라 30억 원 이상의 용역 사업에 대해서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낙찰자 선정 방식은 결코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가중치 방식(강제차등점수제 포함)은 평가위 로비, 가격담합, 들러리 입찰 등의 문제점이 지속되어 왔으며 다수의 적발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30억 원 이상의 종심제 용역사업의 낙찰자 선정 방식 또한 대형 건설공사에서 수많은 문제점으로 지적받은 ‘가중치 방식+강제차등점수제’의 낙찰자 선정 방식과 거의 유사합니다.


 2007년 5월 10일자 감사원의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미국 감사원은 ‘가중치 방식’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합니다. 강제차등점수제는 국토교통부 훈령 「건설기술진흥업무 운영규정」을 근거로 만들어진 것으로, 법률적 근거도 없습니다. 정부는 평가의 공정성을 파괴하는 가중치 방식과 강제차등점수제를 즉시 폐지해야 합니다. 
 건설안전은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교환되거나 타협될 수 없는 절대적 가치입니다. 경실련은 2023년 8월 21일, 인·허가권자와 발주청의 책임 강화를 기준으로 하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체별 개선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LH 혁신방안은 시민 제안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전관 특혜 및 예산 낭비를 일삼아 온 조달청의 권한만 키워주려고 했을 뿐입니다. 잘못된 정부안은 하루속히 폐지하고 경실련의 시민 제안 제도화를 우선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매년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시설물 안전사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건설산업 발전을 저하합니다. 정부와 국회, 건설 업계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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