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칼럼] 법의 평등이 사법정의와 시장질서를 지킨다

관리자
발행일 2020.07.31. 조회수 1712
칼럼

[월간경실련 2020년 7,8월호]

법의 평등이 사법정의와 시장질서를 지킨다


 

윤순철 사무총장


 
변호인 400명.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를 검찰에 고발한 사건과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 및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 등과 관련하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고위 임원들을 위하여 삼성그룹이 수사와 재판에 선임한 변호사 수이다. 검찰과 법원에 제출하는 변호인 선임서만 350장이다. 검찰은 그동안 사건 관련자 110여 명에 대해 430여 번의 소환조사와 50여 번의 압수수색을 했고, 법원에 제출한 수사 기록만 400권, 20만 쪽이라고 한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과 고위 임원들의 구속을 면하기 위해 재력을 앞세워 참으로 다양한 노력을 하였다. 하나는 대규모의 검찰과 법원 고위직 출신의 전관 변호사 선임이다. 삼성그룹은 수사 검찰의 지휘라인이 윤석열-한동훈-송경호(반부패수사 2부장), 배성범-송경호-이복현(반부패수사4부장), 이성윤-신성식-이복현(경제범죄형사부장)으로 바뀔 때마다 수사 검사들의 학연·지연·혈연 등을 고려하여 일대일 맞춤형으로 접근 가능한 변호인들을 지정했다고 한다. 이를테면 수사 검사의 출신 지역, 출신 고등학교, 대학교, 사법연수원 동기와 선후배, 재직 시절 근무 인연, 친인척 관계 등으로 인맥이 닿는 변호인들을 쌍끌이 방식으로 선임했다고 한다. 연고와 전직을 기준으로 한 변호사 선임은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하거나 정보를 얻으려는 외에 무슨 목적이 있겠는가.

또한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면하기 위해 외부인들로 구성된 준법감시위원회도 만들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영입하여 법조·시민사회 등 인사들로 구성한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 낮추기 전략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도 인정한 것처럼 자신의 승계를 위해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하려 했다. 이 파기환송된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또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요구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삼성그룹은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을 낮추기 위한 명분을 만들고, 국민들의 여론을 환기하려면 준법감시위원회가 필요했다. 즉, 준법감시위원회가 그동안 우리나라 재벌가들에게 적용돼왔던 ‘3·5 법칙’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면 구속을 피할 수 있는 기준선이다. 많
은 재벌그룹 회장님들이 이 법칙을 적용받으며 수감생활을 피해왔었다.

또 하나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를 활용한 기소 면제 시도이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의 자의적인 기소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하여 수사와 기소 전 과정에서 각 분야의 외부 전문가들의 심의를 받아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운영되었다. 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은 권고 효력만 있기 때문에 검찰은 이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크게 제기되거나 사회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등 의견을 대체로 수용해 왔다. 문제는 수사심의위원회가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검찰에 권고한 것이다. 당초 공적으로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했던 목적과 달리 이 부회장을 기소하려는 검찰의 발목을 잡는 모양이 되었다. 삼성그룹이 수사심의위원회를 요구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고, 위원장의 과거 이력이 논란이 되어 결정 과정에서 배제하였음에도 이 같은 결론은 많은 논란이 되었고 검찰은 한 달이 되도록 기소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힘은 막강하다. 국회에서 삼성만을 위한 법률을 만들 수 있다. 검찰 내의 공적인 기구를 통한 결과 뒤집기도 가능하다. 최고의 전직 법조인들을 선임해 최고의 법 논리를 만들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횡령·뇌물죄 혐의로 재판 중인 국정농단 피의자 신분임에도 이재용 부회장은 수차례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고, 독대도 할 수 있었다. 삼성은 원하는 것은 모두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사건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있기에 간단치 않을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승계를 위해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대통령의 권력을 활용하여 국민연금이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다. 회사 합병과정에서 가치평가를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왜곡했고, 허위로 재무제표를 공시하였으며, 부정한 행위의 증거 은폐를 시도하는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배임과 같은 범부들은 상상할 수 없는
행위들을 하였다.

오늘도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의 기소와 구속을 면하기 위해 발로 뛰고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목적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삼성그룹이 수백 가지의 논리를 만들어 내겠지만 기소와 구속의 사유는 하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이고, 죄의 질이 중하다.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을 좌고우면 없이 기소해야 하는 이유이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법률이 부여한 형량을 내리면 된다. 이 부회장의 기소가 우리 사회의 사법정의와 시장질서 바로 세우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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